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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02. 2022

영화: 비상계엄(The Siege)

테러 사태를 이용하여 군사 쿠데타를 기도하는 장군과 이에 맞선 FBI

세계 어느 나라의 군사 쿠데타에도 공통점이 있다. 합법적인 정부를 뒤엎는 군사 쿠데타는 자신들이 권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의 안전을 지키고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국가를 위해 일어선 것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운다. 이렇게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인들은 예외 없이 독재정치를 통해 국민을 탄압하고 나라를 도탄에 빠트린다. 가까이는 미얀마를 보아도 그렇고 아프리카나 남미에서 볼 수 있는 쿠데타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나라도 5.16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박정희나 12.12 신군부 쿠데타를 통한 전두환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했는지 극명히 보여준다. 


이들 쿠데타 세력에 있어서는 사회 혼란은 절호의 기회이다. 이 사회 혼란을 진정시킨다는 명분에서 군사정변을 일으키며, 사회 혼란이 없을 때는 스스로 뒤에서 이를 사주하여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행태도 서슴지 않는다. 영화 비상계엄(The Siege)은 미국의 한 연방군 장군이 테러 사태를 이용하여 계엄령을 통해 정권을 잡으려는 음모를 꾸미는데 대하여 이를 저지하기 위한 FBI 요원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로서, 1998년에 제작되었다. 


FBI 반장 앤서니 허브 허바드(Anthony 'Hub' Hubbard: 덴젤 워싱톤 분)는 날로 극심해지는 테러범들의 준동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를 위해 FBI는 뉴욕 경찰과 합동 수사대를 조직하여 허브에게 그 책임자 역할을 맡게 하였다. 그는 미국 사회 전반에 숨어 있는 테러조직을 해체하고, 테러범을 체포하는데 힘쓰지만 이들 테러범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테러 사건의 빈발로 시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이에 따라 군대의 개입을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뉴욕지역의 군사책임자인 데버러 장군은 군대의 개입을 거부한다. 그는 적과의 전투에 투입되는 군대가 테러진압이라는 명분으로 일반 사회에 투입될 경우 그 부작용이 너무나 크며, 잘못하면 미국의 민주주의적 질서를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그는 비상계엄을 촉구하는 각계의 의견에 대해 군의 투입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단호히 견지한다. 


그러나 테러행위가 점점 더 거세지자 대통령은 마침내 뉴욕 일원에 비상계엄을 선언하고, 테러행위의 방지와 테러범의 체포를 위해 뉴욕시에 군을 투입한다. 일단 비상계엄이 내려지자 데버러 장군은 지금까지의 입장과는 달리 뉴욕시에서 테러의 방지와 테러범의 체포를 위한 “작전”을 벌인다. 군은 테러범 색출이라는 명분으로 아랍계 시민들을 무차별 연행하고, 조금만 의심이 가더라도 시민들을 체포한다. 그리고 연행이나 체포된 시민들에 대한 가혹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중대한 위협에 봉착했다고 믿는 시민사회에서는 군의 행동에 자제를 요구하지만, 이미 군은 자신의 논리대로 움직이고 있다. 허바드 반장은 이러한 군의 인권탄압과 노골적인 정치개입에 제동을 걸려하나, 데버러 장군은 이러한 FBI의 태도에 적대감을 보이고 있다. 허바드는 군의 과도한 행동에 제동을 걸려는 노력을 계속하면서, 그는 테러 사건의 배후에 데버러 장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데버러 장군이 비상계엄을 통한 쿠데타를 위해 일부로 테러 사건을 뒤에서 조종한 것이었다. 

이미 자신의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데버러 장군은 이제 거칠 것이 없다. 자산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폭주하는 데버러 장군에 대해 허바드 반장은 FBI 조직을 동원해 그 테러와 비상계엄의 배후에 대한 진상을 밝혀 내고, 마지막으로 저항하는 데버러 장군을 사살한다. 


이 영화의 결말에 관계없이 과연 미국과 같은 나라에 군사 쿠데타가 가능할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국민들이 이를 수용할 리가 없고, 또 군부 내에서 군의 정치 개입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모를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미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보듯이 미국에서도 극우 경향의 시민들의 비중이 상당하여 이들은 쿠데타가 발생할 경우 동조 세력으로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군부 내에서는 쿠데타에 대해 극히 부정적일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이란 사회는 정당하지 못한 권력에 대해서는 그것을 바꾸기보다는 그 현실적인 권력을 인정하는 경향이 적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쿠데타 세력이 어느 정도 권력을 확보하면 군부 내에서도 그것을 현실적인 권력으로서 인정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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