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03 화요일a) 영월 법흥사와 젊은달 와이파크
오늘은 집에 돌아가는 날이다. 이곳으로 올 때 고속도로를 타고 곧장 왔으므로, 돌아갈 때는 중간중간에 구경을 하면서 쉬엄쉬엄 갈 예정이다. 오늘은 영월의 ‘젊은달 와이파크’를 거쳐 단양강 잔도, 제천 옥천봉 출렁다리 등을 거쳐 집으로 갈 계획이다. 보통 휴양림에서 나오는 날은 짐 정리를 한다고 꾸물대다 보면 11시가 넘어 출발하는 것이 보통인데, 오늘은 좀 서둘러 10시가 되기 전에 출발하였다.
먼저 젊은달 와이파크로 향하였다. 젊은달 와이파크를 10킬로 정도 남겨놓고 법흥사로 가는 도로 안내판이 나온다. 법흥사에는 재작년 가을에 간 적이 있는데, 집사람이 다시 가자고 한다. 그래서 계획을 급거 변경하여 먼저 법흥사로 향하였다.
자동차 도로에서 법흥사로 가는 산길 도로로 들어가면 곧 커다란 일주문이 나온다. 법흥사는 그다지 크지 않은 절인데, 건물들이 모두 웅장한 느낌이 든다. 일주문을 지나 절 바로 앞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 뒤로는 넓은 솔밭이 있어 이곳에는 키가 20미터도 넘어 보이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주차장이 넓어 웅장한 느낌이 들고, 절로 들어가는 금강문도 그다지 크지는 않으면서도 웅장한 느낌이 든다. 법흥사의 전각은 그다지 많다고는 할 수 없는데, 이상하게 각각의 전각이 크지는 않은데 웅장한 느낌이다.
지난번 이곳 법흥사를 찾았을 때는 늦은 가을 단풍이 끝물일 무렵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만물이 생동하는 신록의 계절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번에 왔을 땐 뭔가 좀 서글픈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다. 금강문을 통해 절 마당으로 들어갔다. 절 주위에는 온통 라일락 나무이다. 라일락 꽃이 활짝 피어 은은한 향기가 퍼진다. 꽃 가까이에 코를 대어 라일락 꽃향기를 마음껏 즐겨본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전각을 적멸보궁(寂滅寶宮)이라 하며, 우리나라에는 5개의 적멸보공이 있는데, 법흥사도 그 중 한 곳이다. 신라 때 자장율사(慈藏律師)가 당나라에서 문수보살(文殊菩薩)을 친견하고 석가모니불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받아 귀국하여 오대산 상원사, 태백산 정암사, 영축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등에 사리를 봉안하고 마지막에 이 절을 창건하여 진신사리를 봉안하였다고 한다.
법흥사는 산 아래 넓은 터에 자리를 잡고 있다. 전각들을 양쪽에 두고 중간에 있는 넓은 산길을 올라가면 가파른 언덕 위에 산신각이 나오고, 그곳을 지나면 적멸보궁이 나온다. 적멸보궁 가는 길은 넓은 언덕길인데, 양쪽 언덕에는 큰 소나무들이 서있어 길에 시원한 그늘을 준다. 절 앞 주차장 너머 있는 솔밭의 소나무도 크지만 이 길 양옆의 소나무들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여기 소나무는 키가 30미터도 넘어보인다. 법흥사는 가히 소나무의 사찰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집사람은 다리가 아프다면서도 먼저 적멸보궁으로 올라갔다. 나는 주위의 야생화들을 구경하며 사진도 찍으며 천천히 올라갔다. 절 모퉁이에 있는 작은 잔디밭에 짙은 분홍색의 꽃이 빽빽하게 피어있다. 평소에도 자주 보던 꽃인데 무슨 꽃인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꽃잔디라 한다. 아마 이 꽃이 무슨 꽃인지 모르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멸보궁 가는 길 양쪽에 푸른 색의 작은 꽃이 소복히 피어있다. 이건 안다. 지난번에 광양 매화마을에 가서 보았던 ‘개불알꽃’이다. 그런데 개불알꽃은 아주 작았는데, 이건 그보다는 조금 더 커보이고, 키도 조금더 큰 것 같다. 확인을 위해 찾아보니 ‘꽃마리’라고 한다.
조금 더 가니 마른 풀잎 사이로 표족표족한 푸른 꽃잎을 가진 작은 꽃이 보인다. 무리를 짓지 않고 한 송이씩 뛰엄뛰엄 피어 있는데, ‘구슬봉이’라는 꽃으로, 다른 말로는 인엽용담((鱗葉龍膽)이라고도 한단다. 인엽용담, 즉 ‘비늘같은 잎에 용의 쓸개’라는 뜻인데, 이 작고 가냘픈 야생화에 어떻게 그런 무시무시한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조금더 가니 미모사처럼 생긴 풀이 보인다. 요즘은 어느 산에 가더라도 쉽게 볼 수 있는 풀인데, 다시 확인을 해보았다. 미모사처럼 생긴 것이 아니라 바로 미모사이다. 미모사는 남미에서 자라는 풀로 알았는데, 어느새 우리나라로 들어와 토종화된 것 같다. 미모사는 사람이 만지면 반응을 보이는 식물이라 읽은 바 있다. 그래서 정말 반응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몇 번 건드려 보았으나 반응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산신각이 있는 넓은 터를 지나면 적멸보궁으로 가는 가파른 좁은 산길이 나온다. 이곳을 100미터 정도 올라가면 좁은 터에 세워진 작은 적멸보궁이 나온다. 이곳에 서면 산 아래 경치가 발아래 펼쳐진다. 집사람은 불당 안에 있는 것 같다. 나는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구경을 한다. 적멸보궁 뒤로 가면 자장율사가 수행을 하였다는 토굴이 나온다. 아주 낮은 무덤처럼 생긴 토굴이다. 발부터 들어가더라도 과연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작은 토굴이다. 토굴 안은 어느 정도 넓은지 알 수 없지만 입구는 높이가 30센티, 폭은 기껏해야 1미터도 되어 보이지 않는 작은 굴이다. 수행을 하는 사람들은 왜 불편한 곳에서 수행을 할까? 내 생각으로는 편한 곳에서 수행을 하면 훨씬 더 잘 될 것 같은데...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영월에 가볼 만한 곳을 찾다가 ‘젊은달 와이파크’란 곳을 찾았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라 하던데, 소개글과 사진에 마음이 끌려 이곳을 택하였다. 여행을 하면서 주로 자연 경관과 역사유적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좀 색다른 문화체험도 해보자는 생각에서 이곳을 택한 것이다.
젊은달 와이파크는 미술 가운데 그림이 아니라 설치미술 또는 조형미술을 전문으로 하는 미술관이다. 미술관 이름을 ‘젊은달’로 한 것은 아마 영월(寧越)을 ‘young 月’로 하여 작명한 것 같다. 이곳은 영월군 주천면(酒泉面)인데, 주천면은 말 그대로 ‘술 샘’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곳에 술 박물관으로서 술샘 막물관을 건립하였는데,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였던 것을 공간 디자이너들과 미술가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힘을 합해 야외 설치미술관인 젊은달 와이파크로 만든 것이라 한다. 이곳에 전시된 미술품들의 주제는 몇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심 주제는 ‘우주’라고 생각된다. 젊은달 와이파크로 전환된 뒤 이곳은 일거에 전국적인 명소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
젊은달 와이파크의 정문은 붉은 대나무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수많은 강철 파이프로 만든 붉은 색의 대나무들은 마치 대나무 숲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곳의 입장료는 일반 15,000원으로서 결코 싸지 않다. 나는 경로우대를 적용받아 13,000원이므로, 집사람과 합해 입장료 28,000원을 지불하였다.
매표소인 카페를 지나면 젊은달 미술관 1관에서 5관까지, 그리고 붉은 파빌리온 1, 2관과 두 건물을 잇는 바람의 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임당이 걷던 길을 테마로 한 작품, 우주 정원, 폐차 이용 설치미술, 우주전, 용 등 다양한 설치미술들이 전시되어 있다. 나는 지금까지 설치미술을 제대로 감상한 적이 없다. 그리고 미술품을 제대로 감상할 안목도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곳의 전시물들은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28,000원의 입장료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올 때는 들어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관 중에 마리오네트 전시관이 있었다. 입구에는 작품 앞에 서면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마리오네트가 있었으며, 안 쪽에는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는 해골, 늑대인간, 드라큐라로 구성된 3인조 마리오네트 악단의 공연이 있다. 작품 중에는 ‘우주정원’이란 것이 있는데, 작가는 이것으로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행성 크기만한 거대한 우주생물의 뱃속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젊은달 와이파크를 보고 설치미술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설치미술전이 있으면 종종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