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두타산 자연휴양림 여행(2)

(2022-05-02 월요일) 대관령 양때 목장과 오대산 선재길

by 이재형

자연휴양림에서 맞는 아침은 언제나 상쾌하다. 뜨끈뜨끈한 온돌 방에서 땀을 흠뻑 흘리고 잔 후, 깨어나 창문으로 들어오는 찬 공기를 마시며 계곡물 소리를 듣는 것은 큰 행복 중에 하나라 할 것이다. 여기다 새소리까지 함께 들리면 더 좋겠지만, 여긴 새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강원도 설악산 및 오대산 일대는 작년에 대여섯번 정도 여행을 하였으므로, 오늘은 큰 욕심을 내지 않고 주위 2곳 정도만 둘러보기로 하였다. 먼저 대관령 양때 목장을 갔다가 오대산 선재길을 걸을 예정이다.


2. 대관령 양때 목장


대관령에는 초지가 조성된 곳이 많아 목장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이 가운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보여주는’ 목장으로 운영되는 곳으로 대관령 삼양목장과 대관령 양때 목장이 있는데, 대관령 양때 목장으로 가기로 하였다. 삼양목장이 아니고 양때 목장을 찾은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내비 맵에서 양때 목장이 먼저 검색되길래 그렇게 정한 것 뿐이다.


대관령에서 옆길로 빠져나와 한참 달리니 휴게소가 나온다. 휴게소에는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유료 휴게소인 것 같다.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휴게소 뒤로 들어가니 곧바로 양때 목장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저 멀리 몇 개의 풍력발전탑이 보인다. 그곳에 아마 대관령 삼양목장이 있는 것 같다. 양때 목장은 완만한 산허리에 조성되어 있다. 입장료가 7,000원인데, 나는 경로우대 적용을 받아 4,000원이다. 매표소를 지나자 저 위쪽으로 왼쪽에는 축사와 관리동 등 건물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초지에 양들이 방목되어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규모가 크지는 않는 것 같다.


먼저 축사쪽으로 갔다. 그곳에는 양들이 갇혀 있는 축사가 있고, 양들에게 건초를 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입장권을 보여주면 작은 바구니에 담긴 건초를 주는데, 이것을 양에게 먹이는 것이다. 그렇게 순하게만 보이던 양들이 가까이서 보니 힘이 여간 세어보이는 것이 아니다. 등쪽을 한번 만져보니 강한 힘과 탄력 그리고 생명력이 느껴진다. 건초를 손바닥에 엊어 내밀면 양들이 다가와 이걸 먹는데, 이미 양들이 여기에 익숙해져서 축사 울타리 가까이 가면 벌써 서로 목을 빼들고 건초를 달라고 아우성이다. 양에게 건초를 주면서 손을 물리지나 않을까 약간 겁도 났지만, 만약 그런 일이 있으면 이곳에서 이런 이벤트를 벌일 리가 없을 것이므로 안심하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양들이 서로 목을 빼 게눈 감추듯 건초를 물어간다. 따뜻하고 뭉클한 양의 혓바닥 감촉이 손바닥에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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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를 나오면 바로 옆에 경사진 초지에 양들이 방목되어 있다. 이마 양들이 이 초지에서 방목되어 먹는 풀은 전체 사료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주식은 건초이고 방목되어 초지에서 먹는 풀은 아마 특별식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많은 양들을 생풀을 먹여 키운다면 아마 수십만평의 초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이건 나의 쓸 데 없는 생각이고, 양들은 유유자적하게 풀을 뜯고 있다. 아주 평화스런 모습을 양때와 같다고 표현하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평화스런 얼굴로 느릿느릿하게 풀을 뜯어 먹으며 초지를 거닐고 있는 양때를 보느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렇게 평화스럽고 온순해 보이는 양들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속설도 있다. 양들은 마음이 아주 못되어 서로가 상대방이 잘되는 꼴을 못봐 여름에는 꼭 붙어지내고 겨울에는 떨어져 지낸다는 것이다. 즉 여름에 떨어져 지내면 상대방이 시원한게 꼴보기 싫어 비록 자기도 덥지만은 상대방도 덥게 하기 위해 꼭 붙어지내고, 겨울에는 그 반대로 떨어져 지낸다는 것이다. 이런 속설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여하튼 양들이 여름에는 모여있고, 겨울에는 떨어져 있는 것이 생태이긴 한 모양이다.


3. 오대산 선재길


오대산에는 두 개의 유명한 천년고찰이 있다. 하나는 오대산 초입에 있는 월정사이며 다른 하나는 월정사에서 산 길로 한참을 올라가 있는 상원사이다. 상원사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지금은 자동차 길이 나 있으나, 이 길이 만들어지기 전 옛날에는 계곡 옆으로 나있는 산길이 있었다. 이 길을 산책로로 단장한 것이 바로 유명한 ‘선재길’로서, 전체 길이는 꼭 9킬로미터이다. 나는 작년에도 두 번 월정사와 상원사를 찾은 적이 있었으나, 그 때는 선재길이 폐쇄되어 걷지를 못하였다.


선재길을 왕복하려면 18킬로를 걸어야 한다. 이것은 좀 부담스러워 걸어 올라가서 내려올 때는 버스를 타기로 하였다. 그런데 집사람이 무릎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걷기가 부담스럽다고 한다. 그래서 집사람이 상원사까지 운전해서 가고 나는 걸어 올라가 그곳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배낭에 큰 빵 하나와 생수 두 병을 넣고 월정사를 출발하였다. 처음에는 돌다리 등 월정사의 시설물들이 보였으나, 곧 산 길로 접어든다. 주차장과 월정사 절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지만 선재길에 접어드니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호젓한 계곡길을 나혼자 걷는다.

길은 거의 계곡을 따라 나있다. 구간에 따라 계곡에서 벗어나기도 하지만, 곧 바로 다시 계곡 옆으로 되돌아온다. 계곡물은 무척 풍부하다. 맑고 투명한 물들이 쉴새없이 콸콸 흘러내린다. 때로는 급하게 때로는 완만하게 물은 쉬엄없이 흘러간다. 중간중간에 넓은 소와 작은 폭포도 보이는데, 어느 곳도 맑지 않은 곳이 없다. 계곡에서 조금 떨어진 길로 들어가면 가끔씩 야생화가 보인다. ‘피나물 꽃’, ‘벼룩나물 꽃’, ‘귀롱나무 꽃’, ‘양지꽃’, ‘말발도리’ 이렇게 꽃 이름 하나하나를 알아보는 일이 더없이 즐겁다. 이렇게 즐거운 일을 왜 진작 하지 않았던가. 계곡 옆으로는 진달래같기도 하고 철쭉같기도 한 꽃들이 드문드문 군락을 이루고 있다. 찾아보니 산철쭉이다. 계곡 옆으로는 온통 산철쭉이 만개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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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주위의 꽃구경을 하면서 사진도 찍고 이름까지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걸으니 그야말로 “세월아, 네월아”이다. 한 시간을 걸었지만 2킬로도 채 못걸은 것 같다. 길은 아주 평탄하다. 중간에 좀 험한 곳은 나무 데크 길을 깔았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다. 그렇지만 중간중간에 조금 험한 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길어야 5미터 이내지만 그런 곳이 나오면 아주 조심조심 걸었다. 그러다가 아주 잔 자갈과 굵은 모래가 섞인 내리막 길에서 미끄러졌다. 다행히 양손에 스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주 가볍게 엉덩방아를 찧는 것으로 끝났다. 스틱이 아니었으면 또 몇 달간 고생을 했을지도 모른다.


선재길은 환상의 길이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계곡과 주위의 나무와 꽃을 즐기면서 걸으니 정말 시간가는 줄을 모르겠다. 길은 계곡 한쪽만으로 나 있는 것이 아니라 계곡 양쪽으로 왔다갔다하면서 올라가도록 되어있다. 그럴 때 마다 제각기 특색있는 예쁜 다리를 건너게 된다. 다리와 함께 징검다리도 마련되어 있으나, 나는 안전한 다릿길을 택했다. 선재길에는 아주 짧은 간격으로 이정표가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금방 얼마나 걸어왔는지 또 얼마나 남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사람은 한 시간에 서너명 정도 만날 정도로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아름답고 호젓한 길을 걷는 사치를 마음껏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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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물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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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나물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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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롱나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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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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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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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발도리

출발할 때부터 가끔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졌다.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의 작은 빗방울이 떨어지다 말다 하였는데, 선재길 중간쯤 오니 이 비가 점점 더 심해진다. 그러다가 아예 주룩주룩 내린다. 우장도 전혀 준비해오지 않아 이 상태로는 더 이상 걷기가 힘들 것 같다. 이미 산 높이가 상당한데다 비까지 내리니 기온은 급히 내려간다. 몸에 스며드는 빗물로 한기를 느낄 정도이다. 할 수 없이 중간에서 그만두기로 하였다. 상원사에 있는 집사람에게 전화를 해 차를 타고 내려오라고 하고 나는 계곡길에서 찻길로 빠져나왔다. 비를 피할 곳도 없는 길을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다 보니 우리 차가 내려오고 있다. 7킬로를 걸었으니, 2킬로를 남겨 놓고 포기한 셈이다. 다음에 다시 와야겠다.


차를 타고 5분쯤 되어 월정사 주차장 근처로 왔다. 이 무슨 장난인가? 하늘은 어느새 개어 햇빛이 내려 쬔다. 아! 10분만 더 비를 참았을 것을.... 할 수 없다.


휴양림으로 돌아오니 오후 5시 정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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