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두타산 자연휴양림 여행(1)

(2022-05-01 일요일) 두타산 자연휴양림으로

by 이재형

은퇴한 이후 겨울과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한 달에 두세 번, 많을 때는 네 번 정도 여행을 가는데, 지난 4월은 아들의 유학 출국 문제로 집안이 좀 어수선하여 여행을 하지 못하였다. 며칠 전 아들은 출국하였고, 이제 집에는 나와 집사람밖에 없기 때문에 좀 더 홀가분하게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한 달만의 여행이다. 아들은 외국에 나가서도 아침저녁으로 페이스톡으로 집사람과 수다를 떠니 집에 있는 것과 별 차이도 없는 것 같다. 예전에 비해 통신비는 참 싸졌다. 옛날 전화만 있던 시절 만약 이랬다간 한 달에 전화비가 몇백만 원씩 나오는 것이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이번 여행은 강원도의 두타산 자연휴양림이다. 예약할 때는 나는 두타산이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두타산으로 알았다. 이번 여행에 무릉계곡을 비롯한 많은 좋은 경치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동해시에 있는 두타산이 아니라 평창에 있는 두타산이다. 그러고 보니 작년 가을에 평창에 있는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에 갔다 왔으니 최근 들어 두 번째 평창 여행을 하는 셈이다.


세종시의 집에서 출발하여 제천과 충주, 태백을 거치는 느긋한 길을 선택하여 두타산 자연휴양림까지 가기로 하였는데, 며칠 전 수원에 사는 딸아이가 갑자기 부탁을 하는 것이 있어 그걸 전해주러 수원을 거쳐 가기로 하였다. 그러면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여 휴양림까지 가게 되는데, 시간상으로는 이 길이 빠르다. 그렇지만 중간에 구경을 할 곳이 없어 바로 휴양림에 가게 되어 좀 무미건조한 느낌이 있다. 휴양림 여행을 할 때 항상 중간에 이곳저곳을 들리는 바람에 어두워져서야 도착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정작 휴양림은 제도로 즐기지 못하고, 숙박용으로만 이용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휴양림에 일찍 도착하여 느긋하게 숲을 즐기기로 하였다.

두타산 자연휴양림은 평창군에 소재하는데, 진부에서 10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 최근 몇 년간 진부에 자주 들렀는데, 이전에 비해서 마을 전체가 많이 현대화된 느낌이다. 저녁거리를 사러 진부에 있는 하나로 마트에 들렀으나, 영업을 하지 않는다. 알고 보니 오늘이 노동절이라 웬만한 가게는 휴무라고 한다. 마침 근처에 제법 큰 정육점이 있어서 삼겹살을 1킬로그램 샀다. 이 정도면 2박 3일간 충분할 것 같다.


1. 두타산 자연휴양림


진부에서 정선 방향으로 조금 달리다 보면 왼쪽으로 두타산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산길이 나온다. 마주오는 차가 있으면 비키기가 어려울 정도로 좁은 산길을 2킬로 정도 올라가니 휴양림 입구가 나온다. 보통 자연휴양림은 도로에서 5킬로, 좀 긴 곳은 10킬로 정도 산길로 들어가는 곳이 많으나, 이곳은 산길이 좁긴 하지만 짧아서 쉽게 갈 수 있다. 휴양림 입구에서 간단한 숙박 절차를 마치고 휴양림 내 산길을 1킬로 남짓 올라가니 예약을 한 휴양관이 나온다. 이곳에는 숲속의 집은 1호, 연립동은 2호밖에 없기 때문에 숲속의 집이나 연립동은 예약이 거의 불가능하다 할 정도로 어렵다.


예약한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고 정리를 하니 오후 4시가 조금 넘었다. 이렇게 일찍 휴양림에 도착하기는 처음이다. 방 안에서 잠시 한숨을 돌린 후 숲 구경과 산책을 위해 숙소 밖으로 나왔다. 많은 휴양림이 계곡을 따라 조성되어 있는데, 이곳 역시 계곡을 따라 휴양림이 만들어져 있다. 휴양관 바로 옆은 계곡이고, 그 계곡 옆을 따라 자동차 길과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국립 휴양림은 보통 계획 조림된 산에 만들어져 있는 곳이 많으나, 이곳은 계획 조림 지역은 아닌 것 같다. 휴양림의 숲은 대부분 잡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요즘 날이 상당히 가물었는데, 계곡에는 제법 많은 물이 흐르고 있다. 계곡을 따라 산책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숲을 즐겨 찾았지만 나는 나무나 꽃 등 식물 이름을 거의 모른다. 소나무나 전나무, 아카시아나 진달래, 철쭉, 개나리, 민들레 등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식물들의 이름만을 아는 정도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부터는 여행을 하면서 나무나 꽃 이름을 하나씩 알아가기로 결심하였다. 이번에는 먼저 야생화나 꽃나무 등을 보는 대로 하나씩 알아보려고 한다. 그러면 여행이 한층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산책로는 계곡 옆으로 나있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걷는 기분은 아주 상쾌하다. 오늘은 날씨가 조금 더운 편이었는데, 이곳은 지대가 높아 공기가 제법 차다. 두타산은 높이가 1300미터가 넘는 상당히 높은 산인데, 휴양림은 그 중턱에 있으므로 이곳 역시 높이가 상당한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계곡물은 투명할 정도로 맑다. 발이라도 한번 담가보고 싶지만 날씨가 차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오늘부터 꽃 이름을 알아보려 했는데, 어딜 가도 지천으로 보이던 야생화가 이곳에는 보이지 않는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란 말이 맞는 것 같다. 길 옆에 시들어 색이 바랜 듯한 작은 꽃이 보인다. 하도 볼품이 없어 그냥 지나치려다가 결심을 하고 제일 처음 보는 꽃인데 한번 살펴보기로 했다. 안경을 꺼내 쓰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의외로 예쁘다. 네이버로 얼른 꽃 이름을 찾아보니 ‘산괴불주머니’라고 한다. 조금 걸어 올라가다가 보니 길 가운데와 양쪽에 진한 노란색 꽃이 땅에 달라붙은 듯 피어있다. 민들레와 비슷하게 생긴 꽃이지만, 민들에는 아닌 것 같다. 또 찾아보니 ‘서양민들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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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산책길 중앙과 길 가장자리에는 서양민들레가 계속 피어있다. 그리고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산괴불주머니 역시 듬성듬성 무리를 지어 피어있다. 꽃을 많이 보지 못해 아쉽지만, 둘밖에 없기 땜에 이름을 쉽게 외울 수 있어 좋다. 조금 올라가다 보니까 계곡 바로 옆에 하얀 꽃을 피운 내 키보다 조금 큰 나무가 보인다. 아주 하얗고 예쁜 꽃이다. 또 찾아보니 ‘물푸레나무’이다. 글을 읽다 보면 어디서나 자주 나오는 물푸레 나무란 이름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물푸레 나무라는 것을 알고 물푸레나무를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이렇게 꽃과 나무 이름을 확인해가면서 산책하는 것이 의외로 재미있다. 나무나 풀, 그리고 꽃 이름을 잘 아는 친구들을 보면 항상 부러웠는데,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내가 이제 ‘식물 도사’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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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괴불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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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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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나무

한 시간 정도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오니 기분이 아주 상쾌하다. 배도 고파와 먼저 맥주를 한 캔 들이켰다. 시원하다. 요즘 나는 맥주를 살 때 우리나라 중소기업에서 만든 맥주를 많이 산다. 다양한 브랜드의 맥주가 있는데, 내 입에는 하이트나 카스 등 기존의 대기업 제품보다 이것들이 훨씬 더 맛있다. 지난 설에 중소 맥주 업체에 다니고 있는 조카가 자기 회사에서 만든 캔맥주를 한 박스 보내와 마셨는데, 아주 좋았다. 오늘 마신 맥주도 중소기업 제품인데,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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