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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23. 2022

미천골 자연휴양림 여행(2)

(2022-05-18 수요일)  낙산사와 휴휴암을 거쳐 미천골 자연휴양림

심한 바람 소리에 잠을 일찍 깼다. 숙소 바깥에 세찬 바람이 불고 있다. 거의 태풍에 가까운 센 바람이다. 이렇게 바람이 불어서야 다닐 수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행히 아침을 먹고 나니 바람이 조금 잦아든다. 


오늘 첫 행선지는 낙산사이다. 숙소인 리조트에서 10킬로 정도 떨어진 가까운 거리이다. 가다 보니 ‘청간정’이라는 도로안내판이 보여 가보기로 했다. 동해 바닷가에 있는 정자인 것 같다. 도착하니 유감스럽게도 지금 보수공사 중이라 개방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져 역사가 꽤 오랜 정자라 한다. 


5. 낙산사(洛山寺)


낙산사는 동해안에 창건된 사찰로서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절은 동해안 경치가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많은 사람이 찾고 있어, 아마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안 가본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생각될 만큼 유명한 사찰이다. 2005년 산불로 모두 불타버려 다시 지어졌다. 화재 이후 이번이 아마 세 번째로 가는 것 같다. 


낙산사에 대한 인상은 다 좋은데 한 가지 주차장에서 절까지 이르는 시멘트로 포장된 넓은 언덕길을 걷는 것이 고역이었다. 특히 더운 날씨에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은 정말 걷기 싫은 길이다. 그런데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주차장 옆에 작은 산길이 있다. 이전에도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 이 길로 가기로 하였다. 숲 속으로 난 작은 길은 걷기에 아주 기분 좋다. 숲길을 들어서면 바로 <관음성지 낙산사>라는 현판이 걸린 일주문이 나타난다. 숲길을 걸어 올라 절에 가까워질수록 밑둥치가 검게 그을린 소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지난날 화재 때의 상흔이라 생각되는데, 그래도 무성하게 자라 시원한 그늘을 주는 것을 보면 끈질긴 생명력을 느낀다. 

낙산사는 절 전체가 조경이 잘 되어있다. 절 전체가 정원 같으며 곳곳에 배치된 나무들이 보기 좋기는 하지만 너무 인공적인 느낌이 드는 것도 숨길 수 없다. 절의 주건물인 원통보전(圓通寶殿)도 화재로 소실되어 새로 지은 건물이다. 새로 지은 지 15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느새 고풍스러운 느낌이 든다. 원통보전 앞에는 7층 석탑이 서있다. 내가 층수를 헤아려보니 9층인데, 어떻게 세어서 7층인지 잘 모르겠다. 


낙산사 절 안에 나있는 길에는 길 양옆으로 소원을 비는 리본이 빽빽하게 꽂혀있다. 수만 개, 아니 수십만 개는 될 것 같다. 무슨 소원을 이렇게 많이 빌었나 하며 유심히 보니 ‘로또 1등 당첨시켜 달라’는 소원이 많고 그밖에 돈벼락 맞도록 해달라느니, 사업 잘되게 해 달라느니 하는 소원이 많았다. 무소유를 가르친 부처님이 이런 소원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겠다.  


절의 가장 높은 곳에 이르면 해수관음상(海水觀音像)이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서있다. 화강암으로 만든 큰 관음상이다. 몇 년 전 베트남 다낭에 갔을 때 본 대리석으로 만든 석불이 생각난다. 흰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처음에는 시멘트로 만든 것으로 알았으나, 가까이 가서야 대리석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튼 해수관음상은 이제 낙산사를 대표하는 명물이 된 것 같다. 관음상 주위에는 쉴 수 있도록 나무 벤치가 놓여 있는데, 이곳에서는 동해바다의 절경이 내려다 보인다. 

보타전을 잠시 둘러보았다. 보타전 주위에는 눈부시도록 하얀 불두화가 활짝 피어있었다. 보타전 앞에 서있는 석탑은 최근에 만든 것 같다. 보타전에서 조금 아래쪽으로 걸어가면 의상대(義湘臺)가 나온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낙산사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의상대라 할 정도로 낙산사를 상징하는 문화재였으나, 지금은 여러 건조물이 들어서서 그 명성이 좀 쇠퇴한 듯한 느낌이 있다. 의상대는 바닷가 경치 좋은 곳에 서있다. 의상대를 지나서 바닷가 절벽길을 조금 걸어 올라가면 홍련암(紅蓮庵)이 나온다. 바닷가 절벽 아래 자리 잡은 암자인데, 홍련암은 직접 가서 보는 것보다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이 더 아름답다. 


6. 양양 휴휴암(休休庵)


다음 행선지는 양양에 있는 휴휴암이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절인데, 집사람 말로는 불교 신도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암자라 한다. 휴휴암은 속초에서 갈 때 양양을 지나 거의 주문진에 조금 못 미친 바닷가 절벽에 위치한 절이다. 가면서 집사람에게 잠시 휴휴암의 내력에 대해 잠시 들었다. 이 절을 창건한 스님이 지성으로 기도를 드렸더니 절 앞으로 물고기 때가 몰려들었다고 한다. 이 신통력이 소문나 신도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으며, 여기서 기도하면 ‘기도빨’이 잘 받는다고 하여 항상 수많은 신도들이 기도를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휴휴암은 동해안 바닷가 절벽 아래에 세워져 있다. 차에서 내려 절 안으로 들어가니 몇 개의 전각들이 보인다. 전각을 지나 바닷가 쪽으로 가니 화강암으로 만든 큰 불상이 서있다. 불상 주위에는 불상을 지키는 사람 모습인 듯한 등신상이 도열해있다. 석상들의 얼굴을 보니 물고기를 형상화한 사람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불상은 전체적으로 용궁(龍宮)의 느낌을 들게 한다. 

불상을 지나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면 바다 안쪽으로 아주 넓은 평평한 바위가 놓여있고 그 위에서 사람들이 바다를 구경하고 있다. 나도 그쪽으로 내려가는데, 작은 천막집을 지나도록 되어 있다. 천막집에는 바닷가 활어회 판매장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수족관이 있고, 그 안에는 작은 도다리인지 가자미인지 모를 활어가 잔뜩 들어있다(도다리도 가자미의 일종이긴 하지만...). 아니 왜 하필 절에서 회를 팔까 하고 집사람에게 물으니, 이것은 횟감이 아니라 방생하는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고기라 한다. 


바다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평평한 바위는 매우 넓다. 아마 수백 평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바위 가장자리로 가니 물고기들이 새까맣게 몰려있다. 사람들 발자국 소리만 나면 먹이를 주지 않을까 몰려든다. 물고기 떼가 하도 많아 바닥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고기의 크기는 대략 20-30센티 정도 되어 보이는데 송어와 많이 닮았다. 그러나 송어라 하기에는 너무 작은데, 알고 보니 황어라는 고기라 한다. 이 황어 떼가 이 휴휴암이라는 절을 그렇게 유명하게 만든 셈이다. 여하튼 기도 소리를 듣고 모여든 고기라 하니 물고기 가운데서도 좀 깨어있는 물고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위 위에는 지름이 50-70센티, 깊이는 5-10센티쯤 되어 보이는 넓은 홈이 여러 개 파여 있다. 인공적으로 만든 것인지 아니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겠다. 자연 현상에 의해 이런 흔적이 생기기는 어려울 것 같고 혹시 공룡 발자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그렇다고 하기에는 홈의 배열이 불규칙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7. 미천골 자연휴양림 


오늘 관광은 이만하고 이제 숙소인 미천골 자연휴양림으로 가기로 했다. 오늘 저녁거리를 사러 주문진 수산시장 안에 있는 어민 시장으로 갔다. 3만 원에 적당한 크기의 가자미 4마리와 멍게를 사서 포장을 하였다. 강원도 동해안에 있는 수산시장에 가면 활어 판매소에서는 고기를 판매만 하고 회를 치는 것은 옆에 있는 활복소에 맡겨야 하는 곳이 많다. 활복료는 보통 고깃값의 10%이며 최하 5천 원을 받는다. 회 값이 그만큼 비싸진 셈이다. 그런데 이 활복소에서는 워낙 바쁘게 회를 치므로 생선 껍질을 벗기는 것부터 기계를 사용한다. 그리고 마치 빨래를 하듯이 물로 횟감을 씻고 물기를 짜내니 회의 참맛을 잃어버리는 기분이다. 


미천골 자연휴양림에 도착하였다. 이번에도 숲 속의 집은 예약 못하고 휴양관을 예약하였다. 보통 휴양관은 휴양림 매표소를 지나 1킬로 이상 산길로 올라간 곳에 위치하는데, 이곳은 매표소를 지나 바로 휴양관이 나온다. 휴양관 앞마당 건너에는 쓰레기 장이 있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방에 들어가 창문을 여니 먼저 쓰레기를 잔뜩 싫은 청소 트레일러가 눈에 들어온다. 

저녁을 먹고 한숨을 돌리니 날이 어두워진다. 휴양림이 얼마나 계속되는지 몰라 차를 타고 올라가 보기로 했다. 계곡이 아주 깊고 크다. 휴양림 안에 이만큼 큰 계곡이 있는 것을 거의 보지 못하였다. 숲 속의 집과 야영장 가는 길은 한없이 올라가는 느낌이다. 거의 5킬로는 올라갔을까, 야영장과 숲 속의 집들이 나온다. 이곳은 휴양관은 영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야영장과 숲 속의 집은 참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벌써 깜깜한 밤이다. 숲 속에 난 도로라 주위에 불빛은 전혀 없다. 차 밖으로 나와 하늘을 쳐다본다. 하늘에 많은 별이 보인다. 쏟아질 듯한 많은 별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근 몇십 년간 우리나라에서 이만큼 많은 별을 보기는 처음이다. 휴양관 숙소에 대한 불만을 별들이 보상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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