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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an 08. 2021

강원도 여행: 평창과 동해안 E2

(2018.02.17) 알펜시아 주문진항

17일 토요일. 늦은 아침을 먹고 평창 알펜시아 구경을 갔다. 올림픽 경기장과 선수촌으로 사용되는데, 좋은 동계 리조트다. 6-7년 전에 알펜시아를 둘러싼 여러 가지 비리 의혹으로 사회가 떠들썩했던 것 같은데,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지나치게 호화롭게 지어 높은 분양가로 인해 분양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강원도가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되었다는 것, MB의 측근이 프로젝트 책임자가 되어 전횡을 일삼았던 것, 대형 교회를 짓는다고 하여 물의를 일으켰던 것 등등 단편적으로는 기억이 떠오르긴 하는데 전체 내용과 전말은 잘 모르겠다. 이래서 비리에 대한 사회적 심판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사람들이 쉽게 잊어버리니까.

알펜시아

알펜시아는 스키장과 콘도가 함께 있는 대형 동계 리조트이다. 현재까지는 분양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동계올림픽 이후는 이 시설이 어떻게 될지 예측이 어렵다고 한다. 분양이 순조롭게 된다면 용평스키장과 같이 훌륭한 동계스포츠의 명소로 태어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자칫 폐허가 되어 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 많은 문제가 지적되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관리, 운영해 나갈지가 중요할 것 같다. 
 
 대관령을 넘는다. 일순 풍광이 바뀐다. 지금까진 스키장을 제외하곤 눈을 보기 어려웠는데, 대관령을 지나니까 바로 온 천지가 눈이다. “터널을 빠져나오니 거기는 설국이었다”. 노벨상을 수상한 카와바타 야스나리의 유명한 소설, 설국(雪國)의 첫 문장이 그야말로 딱 어울린다. 설국은 일본의 에치고(越後) 지방, 그러니까 니이가타(新潟) 현으로서, 동경에서 북쪽으로 바로 올라가 우리 동해와 접면 하는 지역이다. 
 
 낙산사로 갔다. 토요일인 데다 날씨도 따뜻해져 관광객이 많다. 대웅전 앞 매화나무는 벌써 꽃을 틔웠다. 의상대도 보고, 홍련암도 보고. 그러고 보니 동해안은 근 15년 만에 온 것 같다. 푸른 동해바다 정취를 가슴 가득 느끼고. 


 또 배고프고 술 고프니 먹으러 가야지.
 
 주문진항으로 갔다. 깜짝 놀랐다. 엄청 커졌다. 15년 전에 왔었는데, 그때에 비해 시장이 몇 배나 커진 것 같다. 사람들도 엄청 많다. 관광버스만 해도 수 십 대가 넘을 것 같다. 시장이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식당에 갔다. 비싸다. 값싼 곰치국에다 소주로 대충 점심을 때우고 나왔다. 그 흔하던 오징어 회는 찾기가 어렵다. 수루 메 2축 샀다. 요즘, 자기 전에 수루메 반 마리에 캔 맥주 한 캔 마시는 것이 소소한 낙이다.

주문진항

요즘 젊은이들은 “수루메”가 무엇인지 잘 모를 것이다. 말린 오징어를 일본말로 수루메라 하는데 필자가 어릴 때, 특히 경상도 지방에서는 대다수의 사람이 오징어란 말 대신에 “수루메”로 불렀다. 마른오징어란 말 대신에 수루메라 하면 어릴 때의 아련한 정취가 떠올라 여기서도 수루메로 표현하였다. 요즘 수루메를 먹는다니까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한다. 이빨 튼튼하다고.


수루메란 말이 나오니까 또 생각나는 말이 있다. 내가 어릴 때 생선 꽁치를 경상도 사람들은 “삼마”라 불렀다. “삼마”(秋刀魚)는 꽁치를 뜻하는 일본말이다. 그런데 그때도 경상도에서는 꽁치라는 말이 있었다. 바로 양미리를 꽁치라 불렀다. 몇 년 전 가까운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 녀석은 나이 60이 다 된 그때까지도 꽁치를 삼마로 알고, 양미리를 보고는 꽁치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녀석이 서울대 사대를 졸업했단다. 대단하다.     
 
 소주 반 병에 잠이 쏟아진다. 집까지 280킬로, 만만찮은 거리다. 집사람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비몽사몽 헤매다 보니 벌써 세종시 집 앞이다. 저녁시간이 지났으니 먹고 들어가야지. 집에 있는 아들 녀석 불러내어 다운타운으로 갔다. 동해안에서 맘 놓고 먹지 못했던 해물탕집으로 갔다. 값이 엄청 싸다. 푸짐하다. 그리고 맛도 있다.
 

2018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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