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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07. 2022

영화: 환상의 야마타이국(まぼろしの邪馬台国)

환상의 나라 야마타이국의 유적을 찾아 평생을 헤맨 부부

역사서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일본의 국가 야마타이국(邪馬台国). 서기 3세기경에 일본에 존재하였다고 추정되는 이 나라는 중국의 위지왜인진(魏志倭人傳)에 등장하는 나라로서, 여왕 히미꼬(卑弥呼)가 다스렸다고 한다. 야마타이국에 대해서는 아래의 <히미꼬>(卑弥呼)란 영화에서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jhlee541029/222147124979


야마타이국은 일본 어느 곳에 존재하였는지는 모른다. 지금의 오사카 근처, 즉 키나이(畿内) 지역에 있었다는 설과 규슈에 있었다는 설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 이렇듯 야마타이국은 중국의 역사서에 처음 나타났다고 하나 일본의 역사기록에는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수수께끼의 국가이다. 야마타이국을 다스렸던 여왕 히미꼬는 무녀(巫女)였을 거라는 추정이 일반적이며, 통일된 중앙집권적 국가라기보다는 부족연합의 성격을 가졌다고 추정되고 있다.


야마타이국은 이렇게 역사서 속에 나타난 일본 최초의 국가이면서도 그 실체가 수수께끼에 싸여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다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1965년 아마추어 역사가인 미야자키 코에이(宮崎康平)가 <환상의 야마타이국>(まぼろしの邪馬台国)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일본 국민들 사이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 이전까지 야마타이국에 관한 논쟁은 전문가들인 학자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졌으나,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일반인들에까지 그 논쟁에 불이 붙었다. 야마타이국의 위치에 대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기내(畿内) 설과 규슈(九州) 설이 있었는데, 미야자키 코헤이는 규슈설을 주장하였다.   

<환상의 야마타이국>(まぼろしの邪馬台国)은 이 책을 집필한 미야자키 코헤이(宮崎康平)와 카즈꼬(和子)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서, 2008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미야자키 코헤이의 처인 카즈코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어, 2차 대전 전란기의 만주에서의 귀국, 코헤이와의 만남, 코헤이를 도와 야마타이국을 찾아 나서 코헤이가 역사 문필가로 성공을 하기까지의 반생을 그리고 있다.


카즈꼬(吉永小百合, 요시나가 사유리 분)의 가족은 만주에서 살다가 2차 대전의 패전과 함께 일본으로 돌아온다. 이 과정에서 카즈꼬는 가족을 잃고 혼자 남는다. 그녀는 NHK 후쿠오카(福岡)의 라디오 프로그램 <규슈의 역사>에서 MC를 맡고 있는 프리랜서 라디오 성우 일을 맡고 있다. 그녀는 어느 날 프로그램에서 아마추어 향토역사가인 미야자기 코헤이(宮崎康平, 竹中直人 다케우치 나오토 분)와 인터뷰를 한다. 그녀는 코헤이의 역사에 대한 열정에 감복한다. 미야자기 코헤이는 철도회사를 경영하면서 아마추어 역사가로서 활약하고 있는데, 그는 시력을 잃었다. 코헤이와의 인터뷰가 큰 성공을 거두자 방송국은 그 후속 프로그램을 위해 카즈코를 코헤이가 살고 있는 시마바라(島原)로 출장을 보낸다.

코헤이는 철도회사 사장이지만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회사가 극심한 경영난에 빠져있고, 그의 처는 어린 남매를 두고 가출해버린 상태이다. 앞을 못 보는 코헤이는 안팎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지만 야마타이국에 대한 정열은 여전하다. 코헤이는 카즈코에게 청혼을 하며, 카즈코는 그 청혼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가출한 코헤이의 처와는 아직 이혼을 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녀는 부부로서 입적은 못한 상태로 지내게 된다. 회사에서도 쫓겨난 코헤이는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 가운데 카즈꼬는 전처가 낳은 남매를 돌보며 살림을 지탱해나간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코헤이의 눈이 되어 그의 야마타이국 연구를 헌신적으로 도운다.


야마타이국에 대한 코헤이의 책이 발간되자 이 책은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코헤이를 일약 일류 역사 문필가로 만든다. 이제 코헤이에게는 수많은 자발적 후원자가 줄을 이으며, 또 그는 권위 있는 많은 상을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야마타이국을 찾으려는 코헤이의 정열은 식지 않는다. 코헤이와 카즈코는 함께 규슈 곳곳을 돌아다니며 야마타이국의 흔적을 찾는 여행을 계속한다. 그렇게 야마타이국을 찾으며 코헤이는 여왕 히미꼬의 환상을 보면서 눈을 감는다. 그의 눈에 비친 히미꼬는 카즈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조금 보다 보니 몇 년 전에 이미 감상한 영화였다. 내용을 보니 전에 보았던 영화란 것을 금방 알겠는데, 제목만으로는 처음 보는 영화인 걸로 생각하였다. 이제 이렇게 영화감상문을 쓰게 되면 앞으로 그런 일은 다시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야마타이국을 찾는 미야자키 코헤이의 끝없는 열정에는 정말 감동이 된다. 그런데 코헤이는 실제로 야마타이국을 찾았을까? 그가 책에서 주장한 야마타이국의 존재가 정말 사실과 부합할까?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영화 속에서 코헤이의 장남 마코토(誠)는 집안에 중요한 행사가 있는 날 어디엔가로 가버리고 보이지 않는다. 며칠 뒤에 집에 돌아온 마코토를 보고 대해 코헤이는 크게 화를 내면서 귀싸대기를 갈긴다. 그런데 마코토는 그 사이에 오사카에 갔다. 거기서 술집 일을 하고 있는 가출한 어머니를 찾는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아버지와의 이혼장에 도장을 받아온다. 아버지에게 혼난 마코토는 코헤이와 카즈코 앞에 이혼장을 내놓는다. 이로서 카즈코와 코헤이는 정식 부부가 될 수 있게 되었다. 가슴이 뭉클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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