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형식으로 전개되는 오이디푸스 왕의 비극적 하루
자신의 친아버지를 죽이고 친어머니와 결혼을 하는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 이야기는 비극의 소재로서, 많은 작가들이 이를 모티브로 희곡을 썼다. 영화 <오이디푸스 왕>(Oedipus The King)은 고대 그리스의 비극 시인인 소포클레스가 쓴 희곡을 바탕으로 1967년 영국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영화라기보다는 연극에 가까워 영화 전체의 이야기가 한 무대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마치 연극을 감상하는 느낌이 든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은 탈을 쓰고 나온다. 그래서 등장인물의 실제 얼굴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대화 형식도 연극적이다.
그리스의 도시국가 테베에 전염병이 창궐한다. 신하들은 오이디푸스 왕에게 어려움을 해결해달라고 간청을 하며, 왕은 신에게 도움을 요청한 결과 신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자를 찾으면 이 역병이 사라질 것이라는 대답을 내어놓는다. 오이디푸스 왕은 예언자를 불러 선왕을 죽인 자가 누구인가를 묻는다. 그러나 예언자는 그 물음에 대답할 수 없다고 한사코 거부한다. 그러자 오이디푸스 왕은 예언자를 한편으로는 위협하면서 바로 한편으로는 달래면서 대답을 얻는다. 바로 자신이 선왕을 죽였다는 것이다.
그러자 신하들은 그럴 리가 없다고 완강히 부정한다. 오이디푸스 자신도 그런 신하들의 말을 믿지만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그래서 그는 그 정확한 진상을 캐려 한다. 그러나 주위에서는 진상을 알 필요가 없다고 말리지만, 오이디푸스는 고집을 꺾지 않고 진상을 알기 위해 관계자들을 하나하나 불러 취조를 한다.
선왕 라이오스는 신으로부터 자신의 아들이 자기를 죽일 것이라는 계시를 받는다. 그래서 그는 어느 신하에게 갓 태어난 그의 아들을 산으로 가져가 죽여버리라고 명령을 한다. 오이디푸스는 아이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신하를 부른다. 그리고 그는 그 신하로부터 아이를 차마 죽이지 못하고 버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자신을 키워준 양부, 오이디푸스가 이 나라 코베로 오면서 시비가 붙어 죽였던 노인의 동행자 등을 차례로 불러 점점 자신이 라이오스 왕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에 확신을 갖게 된다.
일의 전말을 알게 된 왕비, 즉, 오이디푸스 왕의 생모는 자신의 아들이 자신의 남편을 죽였고, 그리고 자신과 결혼을 하였다는 엄청난 사실을 알고 그 충격으로 자살해버린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친아버지와 자신의 친어머니, 그리고 사건의 진상을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의 눈을 원망하며, 스스로의 눈을 뽑아버리고 방황의 길로 나선다.
오이디푸스의 비극은 신탁으로부터 시작된다. 만약 라이오스 왕이 아들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신탁을 받지 않았다면 자식을 버릴 이유도 없었을 것이고, 또 아들이 자신을 몰라보고 자신을 죽일 리도 없었을 것이다. 괜히 몰라도 될 것을 알아버린데 따른 비극일까? 만약 아들을 버리지 않았더라도 또 다르게 일이 전개되어 자신이 아들 손에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이번과 같은 비극이 생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