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시티 로마 거리를 배경으로 한 두 여인의 삶
나는 이 영화 제목을 보고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거나, 아니면 이태리 로마를 배경으로 한 현대물이거니 생각했더니 뜻밖에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 시티를 배경으로 신분이 다른 두 여인의 삶을 그린 영화였다. 이 영화의 감독인 알폰소 쿠아론은 멕시코 출신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으로서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그래비티> 등 뛰어난 작품을 연출하였다고 한다. 이 영화는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서, 2018년 멕시코에서 제작되었는데, 아카데미상의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 영화상의 3개 상을 수상한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때는 1970년대 멕시코가 정치적 격랑에 휘말려 있을 시기이다. 멕시코 시티의 로마 거리에 어느 부유한 교수 가족이 사는 저택에 원주민 출신의 젊은 가정부 클레오가 일을 하고 있다. 교수 부인인 소피아도 상당한 인텔리이며 품위가 있는 여성으로서, 집안에서 일을 하는 가정부들을 배려하여 함께 잘 지내고 있다. 단란하던 교수 가족들은 교수의 불륜으로 인해 금이 가기 시작한다. 결국 교수 부부는 이혼을 하고, 교수는 집을 나간다. 당장 경제적인 문제를 겪게 되는 가족은 지금까지 살던 저택을 처분하고 아파트로 이사해서 살게 된다.
클레오는 어느 날 자신이 임신을 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떻게 알게 된 젊은 남자와 관계에서 임신을 하게 된 것인데, 거의 양아치인 아기 아빠는 임신을 한 클레오를 외면한다. 소피아는 임신을 한 클레오를 정성껏 보살핀다. 이즈음 멕시코는 정치적 격변으로 시내에서는 연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아기의 출산날이 가까워지자 아기의 침대를 사러 간 클레오에게 갑자기 진통이 찾아온다. 소피아는 황급히 클레오를 병원으로 데려가려 하지만 시가지에서 벌어지는 시위로 인하여 시간은 지체된다. 결국 병원에 늦게 도착한 클레오는 아기를 사산하게 된다.
얼마 후 소피아의 가족들과 클레오는 어느 한적한 해변에 해수욕을 간다. 이때 소피아가 잠시 아이들을 클레오에게 맡겨 놓은 사이에 큰 아이가 해변에서 멀리 걸어 들어간다. 뒤따라간 동생들이 큰 아이를 부르지만 이미 큰 아이는 파도에 휩쓸린다. 이때 클레오가 바다에 뛰어들어 아이를 쫓아가 필사적으로 아이를 구한다. 돌아와 이 사실을 알게 된 소피아는 클레오에게 거듭 감사하며, 다시 소피아와 클레오는 화목한 가정에서 서로 위로해가며 새로운 삶을 살아나간다.
이상에서 이 영화의 이야기는 지극히 평온하며, 어느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극적인 긴장감 같은 것은 찾을 수가 없다. 그 대신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여러 장면들이 많은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 상징성으로 인해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극찬하였으며, 그 결과로 아카데미상 3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나로서는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그 “상징성” 혹은 특별한 행동이 갖는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영화 평을 보고 난 뒤에 “그 장면이 그런 뜻이었구나”하고 이해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감동을 받는 것도 없었다.
이 영화의 상영시간은 2시간이 넘어 상당히 긴 영화이다. 그런 긴 영화가 내내 담담한 분위기 속에서 흘러가니 나로서는 사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따분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다지 재미있다고도 생각되지 않았다. 역시 좋은 영화는 안목이 높은 사람이 봐야 하는 모양이다. 이런 점에서는 나는 영화 팬으로서는 실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