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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14. 2022

영화:더블 스나이퍼

내전(內戰)으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는 친구

1991년 유고슬라비아 내전이 시작되었다. 유고 슬로비아 연방군이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의 독립을 저지하기 위해 처음으로 전쟁이 개시된 이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코소보 등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이 내전 때 소위 “인종청소”가 자행되어 군대뿐만 아니라 시민들 간에서도 비참한 살육전이 전개되었다. 어제까지 서로 이웃으로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서로 적대적으로 변하여 서로를 죽이게 된 것이다. 


내전은 1991년 6월 27일 유고슬라비아 연방군이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의 독립을 막기 위해 슬로베니아를 침공함으로써 시작되어,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 보스니아 → 코소보 등지로 싸움터를 옮겨가면서 벌어졌다. 그 사이 주요 민족의 분포에 따라 6개 공화국, 2개 자치주로 이루어졌던 유고슬라비아 연방국은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신유고 연방·마케도니아로 분리 독립되어, 민족 간 대립이 격화되었다. 


영화 <더블 스나이퍼>(Shot Through The Heart)는 유고슬라비아 내전 가운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내전〉을 무대로 한 영화로서 1998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내전〉은 보스니아 지역은 이슬람계, 세르비아계, 크로아티아계 등 다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 중 이슬람계와 크로아티아계가 독립을 강행하자 세르비아계는 민족별 분리를 주장하여 무장 반란을 일으킨 사건이다. 이 내전은 다른 민족에 대한 '인종청소'의 양상을 띠어 25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친한 친구인 블라도와 슬라브코는 유고슬라비아 사격 대표선수로서 올림픽 출전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보스니아 내전의 발발로 올림픽 출전은 무산된다. 회교도와 세르비아인 간의 서로의 적대적인 행동이 격화되어 시민들끼리도 서로가 죽이는 상황이 되었다. 세르비아인인 슬라브코는 군에 의해 발탁되어 저격병들을 가르치는 교관이 된다. 슬라브코는 절친한 친구인 회교도 블라도에게 위험하다고 보스니아에서 탈출하라고 조언한다. 블라도는 가족들을 데리고 탈출을 시도하지만 이미 시가지는 전쟁터로 변하여 탈출할 방법이 없다. 탈출을 시도하던 블라도와 가족은 도중에 자동차가 습격을 받아 탈출을 포기한다. 


세르비아 군 저격병에 의한 회교도 민간인들의 피해는 막심하다. 저격병들은 시내의 빌딩 곳곳에 숨어들어 시민들이 발견되면 누가인가 묻지 않고 무차별 저격해버린다. 블라도는 탈출하지 못한 회교도 시민들을 규합하여 대항군을 조직한다. 대항군들은 블라도의 도움을 받아 세르비아 저격병들을 저격한다. 이로서 보스니아 군과 회교도 시민군 사이의 치열한 저격전이 벌어진다. 이러한 가운데 군사도 적고 무기와 훈련도 불충분한 시민군들의 사망자는 늘어난다. 

블라도의 가까운 친척의 어린 딸이 멀리서 저격병이 쏜 총에 맞아 숨진다. 슬픔에 잠긴 블라도는 누가 쏘았는지 조사한다. 총알은 아주 멀리서 빌딩을 통과하여 날아온 것이다. 이런 저격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다. 세르비아 군의 저격병 교관이 된 절친 스라브코 뿐이다. 블라도는 스라브코를 저격하려고 한다. 절친한 두 친구가 저격병으로서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것이다. 블라보는 스라브코의 저격에 성공함으로써 시민군들을 위협하는 일급 저격병을 제거한다. 


우리는 전쟁에서는 “군복”이 중요하다고 말을 자주 듣는다. 참전한 사람의 양심이나 인품, 사상에 관계없이 어떤 군복을 입었느냐에 따라 적군의 군복을 입은 사람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제 말기 일본군으로 끌려가 만주 군에 투입되었으나, 탈출하여 독립군으로 들어온 인사들이 적지 않다. 박정희 독재정권에 앞장서서 싸우다 박 정권에 의해 죽음을 당한 장준하 선생이나, 이전에 고려대 총장을 지낸 김준엽 교수 등이 그런 분들이다. 그런 분들도 아마 일본군에 소속되어 있었을 때는 별 수 없이 독립군을 향해 총을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블라도와 스라브코도 둘이 그렇게 절친하며, 가족들도 서로 한 가족같이 지낸 사이이지만 전쟁으로 군복이 달라지면서 서로가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전쟁의 비참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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