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내려온 세 친구의 기구한 운명과 우정
이 영화의 제목인 무적자는 “無籍者”, 즉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인지, “無敵者”, 즉 “상대할 적이 없을 만큼 천하무적인 사람”이라는 뜻인지 둘 가운데 어느 쪽인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 두 개 모두의 뜻을 가진 것 같은데, 내게 구태여 대답하라면 전자, 즉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뜻인 것 같다. 이 영화는 홍콩 누아르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는 <영웅본색>을 리메이킹 한 작품이라 하는데, 2010년 제작되었다.
북한에서 부모를 여의고 어릴 때 헤어진 형제 혁(주진모 분)과 철(김강우 분)은 남쪽으로 넘어와 각각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형인 혁은 무기밀매조직의 보스이며, 동생 철은 형사이다. 한편 북한에서 이들 형제와 절친한 친구였던 영춘(송승헌 분)도 역시 남한으로 내려와 혁이 보스로 있는 무기밀매 조직의 간부를 하고 있다. 혁과 영춘은 동남아에서 무기 밀매를 하며, 자신들을 배신한 동남아 밀매조직에게 시원한 복수를 한다. 이들은 경찰에 체포되어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된다.
동생 철은 이러한 범죄조직을 이끌고 있는 형을 벌레 보듯 싫어한다. 그래서 아예 형제의 연을 끊으려 한다. 한 때 혁의 조직원으로서 혁의 부하였던 태민은 새로운 범죄조직을 만들었다. 태민의 계략으로 영춘은 치열한 싸움 끝에 다리에 장애를 안게 되며 혁은 함정에 빠져 목숨이 위태롭다. 철은 강력한 범죄조직의 두목인 태민을 쫓고 있다.
태민을 쫓던 철은 도리어 태민의 계략에 빠져 위기에 처한다. 이때 형 혁과 영춘이 나타나 일대 치열한 결투 끝에 태민을 처단한다. 그러나 이 싸움에서 혁과 영춘은 철을 살리려다 죽고 만다.
그동안 우리나라 폭력영화를 상당히 보았는데, 이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영화를 꽤 잘 만드는 것 같다. 중국이나 일본 영화보다는 훨씬 낫다. 그런데 우리나라 폭력영화에서는 총기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물론 폭력영화이다 보니 총기가 등장하지 않을 수 없으나, 그저 권총으로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한두 방을 쏘는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총기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니까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홍콩의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므로, 총격신이 볼만하다. 권총 정도가 아니라 기관총을 가진 폭력단들이 치열한 총격전을 벌인다. 폭력영화로서 시원한 느낌도 든다. 이 전투신은 원작인 영웅본색보다 훨씬 낫다. 일본 야쿠자 영화들도 이 정도의 액션신을 보여주는 것은 드물다 할 것이다.
그런데 민완 형사로서 활약을 하며, 범죄자를 쫓는데 용감한 동생 철이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 겁에 질려 형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했기 때문에 원작이 그래서 할 수 없이 그렇게 묘사한지는 모르겠으나, 앞에서 쿨하면서 겁 없이 용감하던 철이 갑자기 겁쟁이로 캐릭터가 변하는 것이 어색하다. 아마 동생을 살리려는 형의 의지를 표현하려고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