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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11. 2022

영화: 오오쿠 십팔경(大奥十八景, 오오쿠 쥬핫케이)

쇼군의 내전(內殿)을 배경으로 한 여인들의 질투와 싸움, 그리고 권력투쟁

조선시대 왕비가 거처하던 곳을 내전(內殿)이라 한다. 이곳에는 남자의 기능을 가진 사람은 왕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여성들이거나 아니면 남성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내관들 뿐이다. 이곳에서 왕은 유일한 남자로서 왕비를 비롯하여 후궁, 상궁 등 수많은 여자들을 거느린다. 우리나라의 궁궐에서 내전에 해당하는 곳을 에도시대(江戸時代) 일본에서는 오오쿠(大奥)라고 불렀다. 이곳에는 최고 권력자인 쇼군(將軍)의 처첩들이 거처하는 곳으로서 쇼군을 제외한 남자들은 출입이 일체 금지되는 금남의 지역이다. 옛날 일본의 쇼군들도 동양의 왕들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처첩을 거느리고 있었다. 


영화 <오오쿠 십팔경>(大奥十八景)은 오오쿠 내에서 벌어지는 많은 여자들의 질투와 투기, 싸움, 그리고 새로운 쇼군의 등장으로 인한 오오쿠 세력판도의 변화 등을 그린 영화로서 1986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쇼군의 하렘 인형>(Dolls Of The Shogun's Harem)이란 제목으로 서양에서도 꽤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동양의 하렘 이야기를 다루었으니 서양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을 만하다. 


이 영화는 에도 막부의 4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쯔나(徳川家綱)의 세습을 둘러싸고 오오쿠의 여인들이 벌리는 인간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에로스 스펙터클 대작”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주연급 여우들의 벗은 모습과 정사 장면이 수시로 등장하여 남성 팬들로부터 꽤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권력과 욕망, 질투와 배신이 소용돌이치는 오오쿠를 무대로 치열한 애증이 반복되는 호락 시대극 대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4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쯔나(徳川家綱)는 매사냥을 한창 즐기는 중 폭포에서 목욕을 하는 농민의 딸 오나쯔를 본다. 그녀가 마음에 들은 이에쯔나는 그녀를 바로 오오쿠에 데려와 후궁으로서 교육을 시킨다. 그러던 중 다른 후궁이 아이를 가져 그때까지 아이가 없던 이에쯔나에게 드디어 후사가 생기는가 하고 온 오오쿠가 떠들썩해졌는데, 알고 보니 다른 쇼군이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였다. 이 일로 그 후궁은 엄한 벌을 받는다. 


이렇게 누가 후사를 낳느냐고 문제를 둘러싸고 오오쿠 내의 여자들끼리 심각한 다툼이 반복되는데, 이런 와중에서 이에쯔나는 후사 없이 죽게 된다. 뒤를 이은 사람이 5대 쇼군인 도쿠가와 쯔나요시(德川綱吉)이다. 쯔나요시가 새로운 쇼군으로 등장하자 지금까지 오오쿠에서 4대 쇼군을 모셨던 여자들은 모두 오오쿠 밖으로 나가 살게 된다. 쯔나요시는 새로운 쇼군이 되었지만, 혹시 선대 이에쯔나의 숨겨진 아이가 없을까 불안해한다. 그래서 심복을 시켜 과거 이에쯔나의 후궁들을 찾아 아이를 가졌는지 조사하고, 만약 아이가 있다면 모두 없애라고 지시한다. 


이 명령을 받은 겐지로(源四郎)는 과거 요시쯔나를 모셨던 여자를 차례차례 찾아내어 그들의 가족과 아이들을 모두 살해한다. 마지막으로 겐지로는 요시노란 여자를 찾아가는데, 그녀는 정말 이에쯔나를 꼭 닮은 아들을 두고 있었다. 요시노는 겐지로에게 아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요시노는 차마 아기를 베지 못하고 등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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