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맹주를 향한 욕망과 배신
중국 무협영화 가운데 스토리가 정말 말도 안 되는 것도 많다. 그렇지만 무협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는 대개 스토리가 탄탄하다. 독자들로부터 이미 스토리가 충분히 인정받을 수준이기 때문이다. 영화 <원월만도>(圓月灣刀)는 고룡이 쓴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로서, 1979년 홍콩에서 제작되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긴 무협소설이 이야기 전체를 짧은 영화에 모두 넣었기 때문인지 이야기 전개에 무리가 많고 또 억지스러운 면도 적지 않다. 이 원월만도는 1990년대 말 수십 편짜리 드라마로서 다시 방영되었다고 한다.
정붕은 천외유성이란 별호로 무림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청년 고수이다. 그는 항상 정의의 편에 서서 활약하는 정도 무림의 새 별이다. 정붕은 무당의 장문인인 유약송과 대결을 벌이게 된다. 유약송은 겉으로는 정의로운 인물 행세를 하나, 뒤로는 음흉한 일을 저지르는 악당이다. 유약송은 정파 무림의 최고수로 인정받고 있어, 그를 이긴다면 무림맹주가 될 수 있다.
유약송은 정붕의 무공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아내를 이용하여 미인계를 펼친다. 여기에 넘어간 정붕은 유약송과 대결을 하면서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다. 즉 강호의 고수들이 보는 앞에서 유약송과 정붕이 대결을 벌이면서, 정붕은 유약송의 무술을 훔쳤다는 누명을 쓴다. 정붕에게 미인계를 쓴 유약송의 아내가 정봉의 무술을 미리 유약송에게 빼돌렸기 때문이다. 이 대결에서 패한 정붕은 사기꾼이라는 비난을 들으며 무림에서 추방된다.
절망한 정붕은 죽기 위해 절벽에서 뛰어내린다. 그런데 우연히 정붕은 동굴 속으로 떨어진다. (중국 무협소설이나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절벽에서 떨어지기만 하면 무조건 기연을 만나 초고수로 다시 환생하게 된다). 이곳은 여우의 무리들이 사는 곳이었다. 여우들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살아가는 이곳에는 수백 년을 넘게 산 여우 인간들이 살고 있다. 이들이 정말 여우가 둔갑한 사람들인지, 아니면 중원에서 격리된 사람들이 스스로 그렇게 부르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여하튼 이곳에서 정붕은 원월만도란 보검과 함께 초절정 무공을 배우게 되며, 또 이곳 우두머리의 딸 청청을 만나 결혼을 약속한다.
천하의 무공을 얻게 된 정붕은 다시 강호로 출도 하여 유약송에게 복수를 하고 무림맹주가 될 야망을 품게 된다. 그래서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정붕은 약혼자 청청과 함께 무림에 다시 출두한다. 그는 유약송과 다시 대결을 벌이게 되며, 유약송을 간단히 제압하고 만다. 유약송은 정붕에게 제자로 삼아달라고 간청하며 목숨을 구걸한다. 정붕은 유약송을 살려주고 제자로 거둔다. 유약송에게 승리한 정붕은 마침내 무림맹주가 된다.
무림맹주가 된 정붕은 사람이 자꾸 교만해진다. 한편 정붕의 제자이자 부하가 된 유약송은 절치부심 정붕에게 복수할 기회만을 노린다. 유약송은 정붕의 교만을 더욱 부추기고, 정붕은 자신의 욕망을 저지하려는 약혼자 청청을 버리기까지 한다. 유약송은 정붕의 보검인 원월만도를 숨겨두고 무리를 모아 정붕을 공격한다. 원월만도를 잃은 정붕은 이제 더 이상 초절정 고수가 아니다. 싸움에 패할 위기의 순간 청청과 함께 여우 인간들이 나타나 정붕을 위기로부터 구한다. 유약송과의 싸움에서 겨우 이긴 정붕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 청청과 새 출발을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