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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24. 2022

영화: 암살(暗殺)

일본 메이지 유신을 앞둔 시대, 새로운 막부 설립을 꿈꾼 사나이

구미 제국의 동양 진출이 늘어나던 19세기 중엽, 일본을 통치하고 있던 도쿠가와(德川) 막부는 외세의 진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신뢰를 잃었다. 이에 따라 도쿠가와 막부로는 이 위기의 시대를 헤쳐갈 수 없으며, 새로운 국가체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그러나 현체제의 한계는 절감하면서도 그러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쿠가와 막부를 폐지하고, 천황이 친정을 해야 하며, 서양의 진출을 막아야 한다는 소위 “존왕양이”(尊王攘夷) 사상이 힘을 얻었다. 이들은 막부를 타도하고,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신정부를 세워야 한다고 하였다. 결국 이러한 움직임은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으로 이어졌다.


이 시기에 막부의 타도에는 찬성하지만, 새로운 정치권력의 틀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을 가진 한 인물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키요가와 하치로(清河八郎)라는 자였다. 그는 쇼나이 번(庄内藩) 출신으로서 존왕양이를 부르짖는 인사들을 교토에 불러 모으는 한편, 도라오 회(虎尾の会)라는 낭인 조직을 만들어 막부파의 무력조직인 신센구미에 대항하기도 하였다. 그는 도쿠가와 막부를 쓰러트린 후 자신이 중심이 된 키요가와 막부를 구상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그는 메이지 유신의 주체 세력과는 다소 결이 다르지만, 여하튼 막부를 타도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는 점에서 메이지 유신의 공신으로 인정받고 있다.

영화 <암살>(暗殺)은 키요가와 하치로의 활약을 다룬 영화로서 1964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일본의 역사평론가이자 역사소설가인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郎)가 쓴 <기묘한 하치로>(奇妙なり八郎)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키요가와 하치로는 막부 말기의 혼란스러운 시대를 무대로 치열한 정치 항쟁 속에 뛰어들어 아무런 지원 세력도 없이 “막부 타도”를 위해 진력하고 있다. 그는 뛰어난 검술 실력과 유창한 언변,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위한 집념으로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그의 주위에는 그의 뜻에 동조하는 젊은 무사들이 구름같이 모이고, 그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배경으로 이들을 이끌고 있다. 그는 “타도 막부” 후에 일본은 어떤 통치체제로 가야 하는가에 대해 자신이 쇼군으로 되는 “키요가와 막부”(清河 幕府)가 못될 것도 없다고 호언하기도 한다.


막부에서는 그를 아주 위험인물로 간주한다. 그리고 존왕양이 파에서도 그의 과격한 정치이념으로 인해 그를 경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그는 여러 번 암살이 위험에 직면하는데, 그는 그때마다 뛰어난 검술 실력으로 오히려 자객들을 해치운다. 그렇지만 많은 정적들을 가진 그는 결국은 암살당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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