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Jun 27. 2022

영화: 극도(極道)의 여자들(極道の妻たち)

야쿠자 아내들의 이야기

과거 일본에서는 야쿠자들이 활개를 쳤던 때문인지 야쿠자 영화가 상당히 많이 제작되었다. 야쿠자 영화 가운데서도 인기를 얻은 영화들은 속편이 계속 나와 시리즈가 되기도 하였다. 인기를 얻은 야쿠자 영화 가운데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제법 있다. 젊은 여자 야쿠자 두목의 방랑 이야기를 다른 <비목단 도박사>(緋牡丹博徒) 시리즈는 8편이나 나와 꽤 인기를 끌었다.


야쿠자 세계의 여자를 다룬 영화로서 좀 특별한 영화로 <극도(極道)의 여자들>(極道の妻たち) 시리즈가 있다. 이 영화도 크게 인기를 얻어 첫 편이 나온 이래 후속작이 계속 제작되어 전체 시리즈가 10편에 이르렀다. 이 영화는 야쿠자들의 싸움을 그린 영화가 아니다. 야쿠자 아내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영화이다. 폭력세계에서 살아가는 남편들은 항상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그리고 그녀들의 남편은 보통의 남자들이 아니다. 폭력적이고, 무책임하며, 마약과 도박에 빠져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남편들을 둔 여자들이 사회적 질시의 시선을 받으며 남자들에게 상처받으며 아이들을 키우고 살아가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물론 이들 여자들도 남편이 야쿠자인 만큼 싫건 좋건 야쿠자들의 싸움에 휘말리는 일도 다반사이다.

극도(極道, 고쿠도)란 야쿠자의 세계를 일컫는 말이다. 야쿠자 세계를 왜 극도라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영화 <극도의 여자들>은 1986년 처음으로 제작되었는데, 여기에 소개하는 2편은 1987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통칭 고쿠즈마(極妻)라고 불려지는데, 이는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야쿠자(조폭) 마누라” 정도가 되겠다. 일본 드라마로 큰 인기를 얻었던 <고쿠센>의 경우는 “야쿠자(조폭) 선생님”이라는 뜻이다. 이 영화가 10편까지 시리즈로 제작되었지만, 각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극도의 여자들>의 1편과 2편은 당시 일본의 톱스타였던 이와시타 시마(岩下志麻)가 주인공 역을 맡았다. 야쿠자 시게무네파의 두목 다카아키는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그의 아내인 유키(遊紀, 이와시타 시마 분)가 조직의 일을 많이 챙기고 있다. 다카아키는 가끔 조직의 부하들의 아내와 아이들을 불러 함께 야유회나 해수욕장에 가기도 한다.


어느 날 시게무네파의 구역에 있는 낡은 아파트가 중장비에 의해 부서지는 일이 발생한다. 이는 시게무네파와 적대 관계에 있는 야쿠자들이 간여하고 있는 <신공항 도시개발>이라는 회사가 일부러 일으킨 사건으로서, 유키는 부하들에게 상대의 정체를 알아내라고 지시한다. 이때 유키의 남편 다카아키가 총을 맞는 사건이 일어난다. 유키는 이것이 적대적인 조직의 짓인가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다카아키가 젊은 정부(情婦) 에쯔꼬와 싸우다가 일어난 사고였다.

시게무네파에 적대적인 조직은 신공항 도시개발이라는 회사를 앞세워 시게무네파를 압박하는데, 두목인 다카아키가 입원해 있어 유키가 이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직에 닥친 휘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금도 적지 않게 필요한데, 조직에 남아있는 자금도 거의 없다. 유키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도박을 하게 되나, 가진 돈마저 모두 털릴 위기에 감옥으로부터 갓 출옥한 젊은 야쿠자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다. 조직의 일과 여러 사고의 뒤처리를 감당하느라 유키는 점점 지쳐간다. 이때 자기를 도와준 젊은 야쿠자는 자신과 함께 외국으로 가서 살자고 권유한다. 유키는 그 유혹에 넘어갈 뻔했으나 결국 조직과 남편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고자 한다.


유키는 압박해 들어오는 적대적 조직과 맞서기로 한다. 그런 유키의 어려움을 모르고 남편 다카하키는 마냥 태평스럽다. 유키는 남편을 죽여버릴 것까지도 생각했으나, 결국은 혼신의 힘을 다하여 적대 조직을 물리치고 조직을 안정시킨다.

이 영화에는 여러 야쿠자 아내들의 애환이 나온다. 어떤 여자는 딸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 누드모델을 하며 딸을 좋은 사립학교에 보내려고 한다. 그런데 남편이란 자는 집에 들어와서는 행패만 부리고, 또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이들 모녀에게 적대적인 시선을 보낸다. 또 어떤 여자는 야쿠자인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면서 아이만은 필사적으로 보호한다.


이 영화를 보면 야쿠자란 직업이 남의 돈을 갈취하여 살아가는 자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자는 없다. 전부 생활고에 쪼들리면서 방탕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 대부분 찌그러져 가는 작은 집에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세상은 그런 거다. 남의 돈을 빼앗아 부자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 조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두목을 제외한 대다수의 조직원들이 사회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밑바닥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대탈출(The Great Escap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