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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19. 2022

영화: 고요 키바(御用牙, 수사관 키바)

일본 에도시대 명수사관 스토리

일본 에도시대(江戸時代)에서는 치안을 담당하는 관리를 고요(御用)라고 하였다. 이들은 고요(御用)라는 제등을 들고 다니며, 범죄자를 체포하였다. 원래 “고요”란 말은 중앙정부에 해당하는 막부에서 사용하는 물자를 의미하는 말이었는데, 치안을 담당하는 관리들도 막부에 소속되었다 해서 고요라 표현한 것 같다. 


영화 <고요 키바>(御用牙, 수사관 키바)는 만화를 원작으로 하여 제작된 이색 시대극 영화이다. “키바”(牙)란 어금니를 말한다. 그러니까 “고요 키바”란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집요한 수사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타미 한조(板見半蔵)는 중대 범죄를 수사하는 수사관이다. 그는 그가 수사하는 범죄자를 한번 물면 절대 놓치지 않고 끝까지 찾아 범죄자를 체포한다. 그가 상대로 하는 범죄자들은 대개 권력과 연결되어 있어, 그의 상관들 조차도 그의 수사를 방해한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상관들이나 권력자들의 방해를 물리치고 범죄자를 체포한다. 


이타미 한조(板見半蔵)는 정의로운 수사관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그는 어떤 권력자들의 비호가 있는 범죄자라 할지라도 끝까지 체포한다. 그런 면에서는 정의로운 수사관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는 범죄자를 잡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관련자들의 약점을 찾아 협박하거나, 별건 수사 위협을 하거나, 거침없이 폭력을 휘두르거나, 상대가 여자인 경우에는 성고문도 서슴지 않는다. 오로지 범죄자만을 쫓는 이타미 한조는 상관들로서도 눈의 가시이다. 

그는 일반적인 치안담당 관청의 활동과는 떨어져 한 마리 외로운 늑대로서 사건을 추격한다. 그는 강력한 육체적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검술 등 무술의 달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의 집은 각종 기관이 설치되어 있어 적으로부터 방어를 하며, 또 그는 각종 신무기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영화 <고요 키바>는 3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편에 해당하는 <고요 키바>(御用牙)는 1972년, 제2편인 <고요 키바, 면도날 한조의 지옥 고문>(御用牙 かみそり半蔵地獄責め)은 1973년, 제3편인 <고요 키바, 악마 같은 한조 비단 살결 동전>(御用牙 鬼の半蔵やわ肌小判)은 1974년에 제작되었다. 


제1편인 <고요 키바>(御用牙)에서는 수사관 키바의 등장과 함께 범죄와 연계된 오오쿠(大奥), 즉 쇼군(將軍)의 내전에도 키바가 수사의 손을 뻗친다. 치안을 담당하는 관청에 근무하는 이타미 한조는 뛰어난 두뇌에 예리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은 그를 “면도날 한조”라 부른다. 그는 범죄자 출신의 두 명의 개인 조수를 데리고 범죄자들을 가차 없이 응징한다. 1편에서는 자신의 상관과 오오쿠가 관여된 사건을 좌고우면 없이 해결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필자는 이 영화는 보지 못하였다. 

제2편인 <고요 키바, 면도날 한조의 지옥 고문>(御用牙 かみそり半蔵地獄責め)는 주인공인 이타미 한조가 은광을 둘러싸고 사복을 채우려는 영주의 죄를 밝히는 스토리이다.  한조 이타미는 2인조 도둑을 체포하는데, 그들이 훔친 물건은 물레방앗간에 버려진 여자의 시체로부터 나온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사건을 캐나 가던 한조는 이들이 신사와 사찰에서 조직적인 매춘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진상을 더욱 캐나 가자 거기에는 거대한 이권이 걸려있는 범죄가 있음을 밝혀 낸다. 은광이 위치한 지역의 영주가 막부의 관리를 매수하여 은광에서 채취된 막대한 재물을 횡령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사건의 전모를 막부에 보고하여 관련자를 처벌하게 한다. 


제3편 <고요 키바, 악마 같은 한조 비단 살결 동전>(御用牙 鬼の半蔵やわ肌小判)은 막부의 돈을 무단으로 빼내어 사적으로 유용하는 막부의 관리와 그와 결탁한 고위 승려의 범죄를 밝히는 스토리이다. 에도성 부근에 매일 밤 여자 유령이 출몰한다. 한조가 유령 행세를 한 여자를 체포하고, 주위를 수색하여 대량의 죽창을 발견한다. 죽창에는 동전이 가득 채워져 있다. 어느 날 한조와 친한 가난한 사무라이가 살해된다. 그는 높은 이자로 돈을 빌린 후 이를 갚지 못해 살해된 것이다. 한조가 진상을 캐보니 그의 친구는 집안 대대로 내려온 가보인 창을 가지고 있는데, 이 창을 탐낸 영주가 계략을 써서 고리채로 돈을 빌려주고 이를 빌미로 창을 빼앗으려다가 여의치 않자 그를 죽인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이 사건에 손을 댄 한조는 사찰을 무대로 한 고위 관료 부인들의 난행들, 고위 승려와 연계된 막부의 재정담당 관리, 그리고 친구를 죽인 영주 등이 서로 연계되어 막부의 돈을 빼돌린 것을 알아내고, 그 사실을 막부에 보고하여 그들을 처벌하게 한다. 

영화 <고요 키바> 시리즈는 철저한 오락 위주의 영화이다. 주인공 한조는 악을 끝까지 쫓으면서도 그를 위한 방법으로서 불법적인 방법을 서슴지 않게 사용한다. 거기다가 그는 아주 호색한이며, 강한 성적 능력을 갖고 있다. 요즘 형사를 소재로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보면, 우리나라든 미국이든 어느 나라든 관계없이 주인공인 형사는 매우 폭력적이다. 범인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해서는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캐릭터가 아무 매력적인 것 같다. 고요 키바는 현대의 이런 형사상에다 성적 능력까지 추가로 보유하고 있다. 


영화 앞부분에는 항상 주인공인 고요 키바가 몸을 단련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들은 아주 엽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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