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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 진도여행 D2

(2016.07.10) 담양 죽녹원과 내장산 백양사

by 이재형

아침에 일어나 목포 연안여객터미널로 갔다. 어디 섬 구경할 곳이 을까하고. 그러나 배는 대부분 아침 일찍 출항한다. 새벽부터 서두르지 않는 한 당일치기 섬 여행은 불가능할 것 같다. 터미널에 오전 9시 이전에는 도착해야 당일치기 섬 여행이 가능할 것 같다. 다음엔 단단히 계획을 세우고 와서 섬 여행을 해야겠다.


이곳 여객 터미널에서 새삼 스러이 알게 된 것. 신안군에는 정말 섬이 많다. 이 많은 섬에 가는 배가 대부분 목포에서 출발하다 보니 목포 터미널이 상당히 넓다. 신안 하니 떠오르는 것이 얼마 전 여교사 성폭행 사건. 그때 몇몇 주민들이 피해자를 옹호하는 듯 한 인터뷰를 하자, 여론에서 난리가 났다. 그래서 군수 이하 신안군 주민들과 사회단체가 사과 성명을 내는 등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난 그걸 보고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가해자나 그를 두둔한 사람들이 사과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 일하고 아무런 관련 없는 사람들이 왜 사과를 하나? 또 사람들은 왜 그 사과를 당연시하나? 몇 년 전 한국계 미국인이 미국에서 무차별 총격사건을 일으켰을 때, 나라 전체가 미국에 사과한다고 떠들썩했던 코미디가 생각난다.


각설하고, 목포를 떠나 광주 무등산으로 갔다. 가보지 않은 사람은 조그만 뒷동산쯤으로 생각하는데, 상당히 크고 높은 산이다. 광주 시민들이 자랑할 만한 산이다. 푹푹 찌는 오늘 날씨에도 올라가면 서늘하다. 차를 타고 일주했다. 대구 팔공산이 높고 험한 산이라면 무등산은 크고 밋밋한 산이다. 그만큼 푸근한 산이다.


광주를 출발하여 담양 죽녹원(竹綠園)으로 갔다. 죽녹원은 담양군이 만든 대나무 테마공원이다. 군청이 만든 테마공원? 봐야 뻔하기 때문에 기대도 않고 갔다. 그런데 왠 일? 상당히 좋은 테마공원이다. 지자체에서, 그것도 군 수준에서 이 정도 테마공원을 만들어 운영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꼭 추천할만한 곳이다. 전주 한옥마을 이후 두 번째 감동이다. 죽녹원 이곳저곳을 돌아보는데, 더위 때문에 지친다.

내장산 백양사

죽녹원을 출발하여 내장산 백양사로 갔다. 전라도의 절들은 다른 지방의 절과는 좀 다르다. 대개가 매우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송광사, 선운사, 금산사 다 그렇다. 절터가 넓을 뿐만 아니라 축구장만 한 마당을 갖고 있다. 그리고 절 옆을 흐르는 계곡도 다른 곳의 절에 비하면 강처럼 넓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감흥이 있다. 집사람이 불공을 드리는 동안 나는 핸드폰을 꺼내 부지런히 이 글을 쓴다.


벌써 오후 5시가 되었다. 이제 집으로 가야 한다. 어제부터 바닷가를 돌아다니며 회 한 점을 못 먹었다. 유성에 있는 대전 농수산물 도매시장으로 갔다. 감자 한 상자에 방울토마토 한 상자. 그리고 3킬로짜리 대짜 광어회 뜨고, 멍게 몇 마리.


세종시 집으로 돌아오니 서른 살 먹은 아들 녀석은 집을 난장판으로 어질러놓았다. 이 녀석도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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