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섬여행: 진도 여행 D1

(2016.07.09) 진도대교와 팽목항, 그리고 세방낙조

by 이재형

세종시에 살면 좋은 점 하나. 우리나라 중앙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든 여행을 하기 좋다. 일산에서 살 때는 휴일 근교로 나가려면, 수도권 빠져나가는데 2시간 이상 걸린다. 여기서 그 시간이면 남해 바닷가까지 갈 수 있다.


어제 집사람과 세종시 집을 출발해 진도로 갔다. 집에서 10시쯤 출발해서 중간에 점심을 먹고 갔는데도 오후 1시가 좀 넘어서 진도대교에 도착했다. 푸른 바다 위에 걸려있는 진도대교를 건너니 바로 산 위 휴게소가 나온다. 휴게소에 올라가니 진도대교의 전경이 펼쳐진다. 푸른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 사이로, 육지와 진도를 연결하는 진도대교의 모습이 장관이다.


진도대교에는 아무도 모르는 내 나름대로의 숨겨진 일화가 있다. 진도대교 건설 시 예비타당성 조사의 연구책임을 친한 친구가 담당하였다. 직장에서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면서 친구와 이 사업을 통과시켜 주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내가 만약 친구에게 반대의견을 강력히 주장했으면, 이 다리가 건설되지 못하였을지도 모른다.


진도에 가면 온 천지에 진돗개가 돌아다닐 줄 알았다. 그건 아니다. 오히려 진돗개를 보기가 쉽지 않다. 진도대교를 거쳐 진도 타워 전망대, 수품 개매기 체험마을, 금갑해변 등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소위 “진도 명소”를 둘러봤지만 실망이다. 이벤트나 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모두 볼품없다. 요즘은 지역명소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지역민들의 소득향상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여러 종류의 축제 등 이벤트나 체험시설, 관광시설 등을 이곳저곳에 건설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대부분 실패다.


국민들의 눈은 높아졌다. 해외의 좋은 곳이라는 명소 이곳저곳 모두 가보고, 직접 가보지 못하면 TV를 통해 간접 체험이라도 한다. 그런 높아진 눈에 어설픈 시설이나 이벤트 몇 개 만든다고 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는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관광시설이나 이벤트 같은 것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것을 잘 관리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이벤트 사업이나 관광 사업 분야의 사업적 역량을 가져야 한다. 그냥 농사나 어업을 해왔던 분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런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무시하고 시설과 같은 하드웨어만 덜렁 만드니, 그게 잘 될 리가 없다.


바닷길이 열린다는 "신비의 바닷길". 모세의 기적이 열리는 그 바닷가에 왔다. 그러나 때가 아니라 파도만 출렁인다. 이런 망망대해에 정말 바닷길이 열리는지, 믿기지 않는다. 모세가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간 모양이다. 진도 바닷길은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일본에서 더 인기가 있다. 일본 여가수, 텐도 요시미(天童よしみ)가 부른 <진도 이야기>(珍島物語)가 떠오른다. 1990년대 중반 한 때 일본 가라오케 인기 1위를 차지했던 노래다. 우리나라 노래로는 <진도아리랑>이 있지만, 아무래도 옛날 민요라 그다지 대중적이진 못한 것 같다.


https://youtu.be/DBhB56RLq6c


珍島物語 진도이야기


1. 1.

海が割れるのよ 道ができるのよ 바다가 갈라지네요 길이 생겨나네요

島と島とが つながるの 섬과 섬이 연결되네요

こちら珍島から あちら芽島里まで 이 쪽 진도에서 저 쪽 모도리까지

海の神様 カムサハムニダ 바다의 신령님 감사합니다

霊登(ヨンドン)サリの 願いはひとつ 영등 사릿날 소원은 단 하나

散り散りになった 家族の出会い 산산히 흩어진 가족의 만남을

ねえ わたしここで祈っているの 그죠? 저는 여기서 기도하고 있어요

あなたとの 愛よふたたびと 당신과의 사랑을 다시 한번이라고


2. 2.

遠くはなれても こころあたたかく 저 멀리 헤어져 있어도 마음은 따뜻하게

あなた信じて 暮らします 당신을 믿으며 살아가고 있어요

そうよいつの日か きっと会えますね 그렇지요 언젠가는 반드시 만날 거예요

海の神様 カムサハムニダ 바다의 신령님 감사합니다.

ふたつの島をつないだ道よ 두 개의 섬을 연결하는 길이여

はるかに遠い 北へとつづけ 아득하게 멀리 북쪽으로 계속되어요

ねえ とても好きよ 死ぬほど好きよ 그죠? 너무 좋아해요 죽을 만큼 좋아해요

あなたとの 愛よとこしえに 당신과의 사랑이 다시 이루어지길

霊登(ヨンドン)サリの 願いはひとつ 영등 사릿날 소원은 단 하나

散り散りになった 家族の出会い 산산이 흩어진 가족의 만남을

ねえ わたしここで祈っているの 그죠? 저는 여기서 기도하고 있어요

あなたとの 愛よふたたびと 당신과의 사랑을 다시 한번이라고


https://youtu.be/LnM8vWLcffA

팽목항으로 갔다. 진도대교가 진도의 초입이라면 팽목항은 진도의 끝자락에 위치해있다. 팽목항은 진도의 중심 항구이다. 배나 시설은 변변치 않지만, 그래도 진도에서는 의욕적으로 발전시키려는 항구다. 애초에 팽목항에 들이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 가지 않으려 했다. 그렇지만 그냥 지나치기도 안타깝고 해서 들렸다. 300여 피지 못한 꽃망울들이 스러져간 자리다. 친구들이 보낸 수많은 애타는 사연들이 타일에 새겨져 선착장 한편으로 길게 붙여져 있다. 마음이 아프다. 자꾸 눈물이 난다. 나이가 들어서겠지?


세방낙조. 해지는 풍경이 일품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일몰은 처음이다. 이제 비로소 진도의 아름다움을 찾았다. 세방낙조 석양을 보는 것만으로 진도 여행 본전은 뽑는다. 진도를 떠날려니 진도의 아름다움이 보인다.


늦은 밤 목포로 왔다. 너무 늦어서 그런지 문을 연 식당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홍어집이 보인다. 나는 삭힌 홍어찜이나 홍어회를 먹고 싶었지만 집사람이 싫다고 한다. 싼 매운탕 하나와 공깃밥으로 대충 저녁을 때우고, 숙소를 찾았다.

팽목항
세방낙조


keyword
이전 17화자동차로 떠나는 서해섬여행E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