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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로 떠나는 서해섬여행E7

(2020-06-05) 목포를 둘러본 후 집으로

by 이재형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3박 4일의 빡빡한 일정으로 피곤하기도 하고 해서 목포 시내 관광만 몇 곳 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목포 주요 관광지를 찾아보니 <유달산>, <목포해상 케이블카>, <갓바위>, <삼학도> 등이 있다.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 <갓바위>이다. 갓바위는 대구 팔공산에 있는 것이 유명한데, 목포에도 갓바위가 있는 줄은 몰랐다. 팔공산에 있는 갓바위는 특히 학교 입시시험에 용하다고 해서 입시철이 되면 전국에 있는 수험생들의 부모들이 자식의 합격을 빌러 온다. 목포의 갓바위는 어떤 영험이 있는지 모르겠다.


내비게이션이 지시하는 대로 따라서 갓바위로 갔다. 갑자기 넓은 차도에서 아주 좁은 골목 같은 길로 꺾어진다. 그 길을 얼마쯤 가다 보니 바닷가가 나오고, 주위에 겨우 몇 대의 주차공간이 보인다. 차에서 내려서 보니 옆에 있는 얕은 산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보인다. 산으로 조금 올라가 보니 목포 바닷가가 그림같이 펼쳐진다. 산을 내려와 바닷가에 만들어진 해상도보산책로로 갔다. 이번 여행에서만 해상도보산책로가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이것도 유행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유행이든 어떻든 바다 위로 만들어진 해상산책로는 관광객들이나 주민들에게 좋은 편의시설이다. 앞으로 다른 곳에도 확대되었으면 좋겠다.


대구 갓바위가 갓을 쓴 석불(石佛)인데 비하여, 목포의 갓바위는 바닷가에 있는 자연적인 바위로 마치 갓을 쓴 부처와 같이 보여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목포 앞바다와 해상산책로와 어울려 갓바위는 목포의 좋은 랜드마크의 하나로 된 것 같다.

목포 갓바위

다음은 <목포해상 케이블카>이다. 목포해상케이블카는 박지원 전의원이 유튜브 등에 출연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입이 닳도록 자랑하는 목포 명물이다. 집사람이 꼭 가보자고 하여 들렀다. 케이블카 탑승 건물은 유달산 중턱에 있는 것 같다. 탑승료는 1인 22,000원. 케이블카 승강장은 <북항 승강장>, <유달산 승강장>, <고하도 승강장>의 3곳이다. 내가 탄 곳은 <북항 승강장>이다.


케이블카를 타니 목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구 시가지의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눈 아래 보이고, 저 멀리 목포 앞바다와 항구, 그리고 바다에 떠있는 여러 종류의 배들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그렇지만 케이블카는 구도심지 위를 지나고 있다. 바다가 멀리 보이기는 하지만, 바다 위는 아니다. “해상 케이블카라더니 이건 육지 육상 케이블카가 아닌가, 속았다.”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케이블카가 앞에 있는 산 봉우리를 넘으면서 풍경은 일변했다. 산과 시가지 위를 지나는 것은 틀림없지만 저 멀리 아득한 곳에 섬이 보이고, 그 섬까지 푸른 바다 위로 케이블이 연결되어 케이블카가 줄을 지어 바다를 건너고 있었다.


푸른 바다, 목포와 섬을 연결하는 몇 개의 연육교, 해안에 정박해 있거나 바다에 떠있는 크고 작은 다양한 종류의 배들, 그리고 가는 실같이 보이는 케이블에 매달려 바다를 건너가는 케이블카, 이 모든 것이 서로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이 되고 있다. 케이블카는 바다 위를 천천히 지나간다. 중간에 <유달산 승강장>에 내릴 수도 있었지만 그냥 지나쳤다. 바다를 지나면 <고하도 승강장>이다. <고하도 승강장>에 일단 내렸다. 승강장 근처 바다에 연한 숲에는 여러 코스의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지만 아직 아침을 먹지 않아 배가 고파 걸을 힘이 없었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북항 승강장>으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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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해상케이블카와 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

아침을 먹을 곳을 찾아야 한다. 이곳은 구 도심이라 운전을 하다 보니 끌리는 식당이 많이 보인다. 그렇지만 길이 좁고, 빈 공간이 없어 차를 주차할 수가 없다. 목포 토박이라면 어떻게 주차할 곳을 찾기라도 하련만, 목포 길에 익숙지 않은 나로서는 주차할 곳을 찾는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였다. 일단 시외 쪽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어딘지 모르게 길 따라가다 보니까 <목포 동항 시장>이라는 전통시장이 보인다. 바닷가에서 큰길 하나를 건넌 위치에 있는 시장이다. 오래된 시장으로 보이고 시장이 꽤 커 보였다. 겨우 바닷가에 주차를 하고 시장을 찾았다.


횡단보도를 건너니 먼저 수산시장이 눈에 뜨인다. 시장 구경을 하니 과연 목포 답게 대부분이 홍어를 파는 가게이다. 가게마다 홍어를 손질하여 포장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서울이나 대전 등에 있는 수산시장에 가면 마치 도시락 상자 같은 것에 포장된 홍어를 판매하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상자가 크다. 그리고 가게마다 직접 홍어를 손질하여 상자에 담는 모양이다.


국내산 홍어가 점점 귀해지다 보니 해외에서 홍어를 많이 수입한다. 처음에는 칠레로부터 홍어를 많이 수입했으나, 그다음에는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등으로 홍어 수입국이 확대되었다. 수입 홍어 중에서는 칠레산을 제일로 치고 그다음에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순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알래스카산 홍어가 많이 눈에 뜨인다. 판매점에서 어디 것이 좋으냐고 물으니, 칠레산이 최고이고, 그다음은 비슷하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칠레산 홍어가 거의 없다고 한다. 세계의 홍어를 우리나라가 싹쓸이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일단 아침, 아니 벌써 시간상으로는 점심이라 해야겠지만, 밥부터 먹고 구경하기로 했다. 시장 안에 있는 오래된 조그만 식당으로 가서 백반을 시켰다. 과연 목포 답게 상 위에 반찬들이 주르륵 깔린다. 그리고 메인 요리로 아귀탕이 나온다. 반찬들이 아주 맛있다. 젓갈, 홍어무침, 버섯 등 한상 수북이 놓인 반찬이 모두 먹을 만하다. 그리고 아귀탕도 따로 전문식당에서 파는 것만큼 맛있고, 또 양도 많다. 오랜만에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 값은 1인분에 8천 원. 이번 여행에서 제일 값싸면서, 제일 맛있는 식사였다.

목포 전통시장의 홍어 가게들

식당 주인아주머니에게 홍어에 대해 물으니, 옆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마친 아주머니가 자기가 홍어를 판다고 하며, 자기 가게로 오라고 한다. 다른 곳에서는 작은 상자에 3만 원을 받던데, 이 아주머니는 5만 원을 달란다. 다른 집보다 비싸다고 했더니, 다른 집은 홍어회를 넓이로 깔아놓은데 비하여 자기는 세워서 깔았기 때문에 양이 많다고 한다. 적당히 삭힌 홍어 작은 상자 한 개를 샀다. 다음은 집사람이 말린 서대와 말린 민어를 또 몇만 원어치 샀다.


장을 보고 집으로 향해 출발. 집에 도착하니 5시가 조금 덜 되었다. 홍어 포장을 풀어보니 아주머니 말대로 홍어회가 세로로 세워져 있어 양이 아주 많았다. 목포에서 사 온 홍어회에다 서대 구이, 그리고 막걸리로 저녁을 먹었다. 힘들었지만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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