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Oct 15. 2022

영화: 금지된 장난(Forbidden Games)

전쟁고아 여자 아이와 시골 소년의 가슴 아픈 놀이

프랑스 영화 <금지된 장난>(Jeux interdits, Forbidden Games)이라면 영화를 감상하였든 아니었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영화의 주제곡 음악인 <로망스>를 떠올릴 것이다. 원래 스페인 민요였던 <로망스>는 이 영화의 주제곡이 되면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그 아름다운 선율을 사랑하고 있다. 영화도 고전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주제곡은 영화 이상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있다. 영화 <금지된 장난>은 1952년 프랑스에서 제작되었다. 


세계 제2차 대전이 발발하고 얼마 지난 초여름 어느 날 프랑스의 농촌 마을에 긴 피난민의 행렬이 줄을 잇는다. 이 피난민 사이에는 자동차로 피난길에 오른 젊은 부부와 그들의 딸 폴레트가 섞여 있었다. 폴레트의 나이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보기에는 대략 만 4-5세 정도, 지금이라면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의 나이 정도로 보인다. 이 피난민의 행렬을 독일군 비행기가 습격한다. 


독일군 비행기에 의한 폭격과 기관총 사격으로 피난민 행렬은 수라장이 된다. 젊은 부부가 자동차에서 내려 폴레트를 데리고 제방 언덕에 숨는 순간 폴레트가 안고 있던 강아지가 도망을 친다. 폴레트는 강아지를 잡으로 강아지 뒤를 쫓아가며, 놀란 부부는 폴레트를 쫓아간다. 이때 부부는 독일군 비행기에서 쏜 기관총을 맞고 죽는다. 폴레트가 쫓던 강아지도 총에 맞아 죽고, 아직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폴레트는 죽은 강아지를 안고 엄마 아빠 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미 죽은 엄마, 아빠는 아무 말도 없다. 죽음을 이해 못 하는 아이는 한동안 죽은 엄마와 아빠 곁에 있지만, 아무리 부르고 흔들어도 반응이 없자 그 자리를 떠나 피난민 무리를 따른다. 

폴레트가 피난민들의 무리에서 떨어져 숲을 헤매고 있을 때 시골 소년 미셀을 만난다. 폴레트는 엄마 아빠를 잃어버렸지만, 죽음이 무엇인지, 이별이 무엇인지 모르는 폴레트는 미셀은 초등학교 3-4학년 정도의 나이로 보인다. 미셀은 폴레트에게 강아지가 죽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죽은 것은 다시 살아오지 못하므로 땅에 묻어주어야 한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둘은 강아지를 묻어주고, 십자가를 꽂아둔다. 폴레트는 이제 죽은 것은 모두 땅에 묻고 십자가를 꽂아주여야 한다고 믿는다. 


미셀은 폴레트를 집으로 데려간다. 가난한 농부인 미셀의 아버지는 폴레트를 받을 수 없다고 하지만, 고아가 되어 갈 곳이 없는 어린 폴레트를 내 보낼 수는 없다. 폴레트는 미셀의 가족의 따뜻한 보호로 함께 살게 된다. 폴레트는 이제 모든 죽은 것은 땅에 묻어주고 십자가를 세워주어야 한다고 믿게 되어, 새나 벌레, 그 밖에 죽은 동물들을 보면 미셀과 함께 땅에 묻어준다. 그리고 동네 여기저기서 십자가를 가져다가 동물들의 무덤에 꽂아준다. 미셀과 폴레트가 만든 무덤은 점점 늘어나고, 십자가를 더 이상 구할 수 없게 되자 미셀은 교회에서 몰래 십자가를 가져온다.  

동네 이곳저곳에서 십자가가 없어지고 끝내는 교회 십자가까지 없어지자 동네는 시끄러워진다. 이때 전쟁고아를 고아원에 넘기기 위해 적십자의 조사반들이 미셀의 동네에 조사를 나온다. 미셀의 아버지는 미셀이 십자가가 있는 곳을 알려주면 폴레트를 조사반에 넘기지 않는다고 약속을 한다. 그래서 미셀은 폴레트와 함께 만들었던 묘지를 알려주지만, 미셀의 아버지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폴레트를 조사반에 넘긴다. 미셀은 화가 나 그동안 폴레트와 함께 만들고 가꾸었던 묘지를 모두 망가트린다. 그리고 폴레트를 찾아 나선다. 조사반이 폴레트를 데리고 가지만, 폴레트는 혼잡한 정류정에서 조사반의 손을 빠져나온다. 그리고 군중들에 휩쓸려 어디론가 밀려간다. 


뒤를 쫓아온 미셀은 폴레트를 부르며 혼잡한 군중들 사이에서 폴레트를 찾아다닌다. 폴레트의 귀에는 아득히 미셀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미셀은 엄마와 폴레트를 부르지만, 군중들에 밀려 사라진다. 


영화를 감상하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네댓 살 정도의 어린 여자 아이가 엄마, 아빠가 죽었다는 것도,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죽은 부모의 곁을 떠나고, 그리고 천진난만한 얼굴로 죽은 동물들을 묻어주는 모습을 보고 가슴을 아파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엄마, 아빠가 죽은 슬픔조차도 모르고, 그리고 마지막에 적십자 조사반에 의해 자신을 돌보아주던 미셀의 가족과 떨어져 군중들 속으로 밀려 사라지면서도 엄마와 미셀을 부르는 폴레트. 


이렇게 가슴이 아플 줄 알았으면 영화를 감상하지 않을 걸 그랬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14인의 여걸(十四女英豪)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