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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18. 2022

영화: 엘 알라메인(El Alamein)

이태리 군 지휘부의 무능 속에 스러져 가는 병사들

엘 알라메인은 이집트 북부에 있는 도시로서 여기서 2차 대전중 롬멜이 이끄는 독일군과 몽고메리가 이끄는 연합군 사이에 2차에 걸쳐 큰 전투가 벌어진다. 1차 전투는 거의 무승부였으나, 2차 전투는 영국국의 대승으로서 독일군은 패퇴한다. 이 전쟁을 계기로 독일군은 아프리카에서 완전히 거점을 상실하고 만다. 이 전투는 “엘 알라메인 전투”라 명명된다. 


엘 알라메인 전투에서 연합군은 영국군이 주축이 되고 그 외 영연방 국가들이 참전하였다. 그리고 주축국 측에서는 독일군이 주력이 되고, 이태리 군이 보조 전력으로서 참전하였다. 독일군의 참패의 가장 큰 요인으로서 보급의 부족이 지적되고 있는데, 롬멜의 기갑부대는 휘발유가 부족하여 제대로 전차를 운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 전투에 적지 않은 이태리 군이 참전하였는데, 이들 이태리 군은 동맹군인 독일군으로부터 심한 차별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지휘부의 무능으로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여 많은 희생자를 내었다. 2차 대전에 참전한 이태리 군은 많은 전쟁 평론가들로부터 오합지졸로 혹평받고 있다. 그래서 이태리 군을 소재로 한 이태리 군을 조롱하는 유머도 적지 않다.  


영화 <엘 알라메인>(El Alamein)은 2차 엘 알라메인 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로서 2002년 이태리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에서는 기존의 이태리 군에 대한 세간의 조롱을 불식시키려는 듯 이 전투의 패배는 병사들 때문이 아니라 무책임하고 부패한 이태리 군 지휘부의 무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병사들은 자신의 임무를 다하려 하였으나 전장에서 떨어져 있는 지휘부는 무모한 작전명령과 명령을 반복함으로써 병사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에 있어서 북아프리카 엘 알라메인 전투에 참전한 세라 이병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북아프리카를 기습 공격한 이태리 군은 영국군을 몰아내고 북아프리카 지역을 장악하나 곧 대대적인 영국군의 반격에 의해 궤멸 위기에 빠진다. 이에 동맹국인 독일이 이탈리아를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파병을 한다. 롬멜이 이끄는 독일군의 참전으로 북아프리카 지역의 주도권은 완전히 독일로 넘어간다. 이에 다시 영국은 몽고메리가 지휘하는 대규모 군대를 파견함으로써 전투는 확대되고, 초기 우위를 잡았던 롬멜의 독일군은 심각한 보급 부족으로 차츰차츰 궤멸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독일-이태리 군이 패전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셀 디바에 있는 이태리 군 기지에 세라 이병이 전입하는데서부터 시작한다. 세라 이병은 이곳에 자원하여 왔지만, 전장의 상황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였다. 보급 물자의 부족으로 병사들은 계속되는 영국군의 폭격에 제대로 반격도 못하고 있으며, 식량난도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마실 물도 변변찮아 잘못하면 이질에 걸려 죽을 형편이다. 세라를 비롯한 병사들은 영국군의 폭격이 시작되면 참호 속으로 숨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도록 빌 수밖에 없다. 


이미 전투능력을 상실한 부대는 지휘부에 후퇴를 요청하지만 현장 사정을 모르는 지휘부는 전선을 사수하라는 무책임한 명령을 하달할 뿐이다. 식량이 부족하여 보급품을 운반하는 말을 잡아먹으려 하지만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말의 눈을 보고는 차마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보급품이라고 마실 물이 왔는데, 기름이 섞인 물이다. 물통이 없어 빈 기름통에 물을 담아 온 것이다. 


세라는 피오레 중위의 명령으로 소식이 끊어진 저격수들의 행방을 알기 위해 정찰을 나간다. 거기서 세라는 이미 전사한 저격수들의 시신을 확인하였다. 세라 일행은 다시 부대로 돌아오지만 그 사이에 부대는 영국군의 대대적인 공격을 받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많은 전우들이 폭격에 목숨을 잃었다. 알 알라메인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이태리 군은 영국군의 대규모 공세에 맞서 싸우지만 이미 기울어진 전황을 뒤돌릴 수는 없다. 

패전의 기색이 짙어진 가운데 독일군이 후퇴하기 시작하고, 세라가 소속된 부대에도 후퇴 명령이 떨어진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타고 갈 차가 없다. 넓고 뜨거운 사막을 걸어서 후퇴할 뿐이다. 가는 도중 트럭을 타고 후퇴하는 독일군들의 행렬을 만난다. 세라를 비롯한 이태리 군은 태워달라고 부탁을 하지만, 독일군들은 이태리 군을 조롱하면서 지나가 버린다. 이 와중에서 이태리 군 지휘부는 그 무능의 극치를 보인다. 패배감으로 자살을 하는 장군이 있는가 하면 부하들과 부상병을 남기고 자신만 차를 타고 도망가는 고급장교도 있다. 


사막을 걸어서 후퇴하면서 파오레 중위는 심각한 부상을 당한다. 일행은 영국군에게 잡히나 파오레 중위와 세라와 라초 하사는 겨우 탈출한다. 파오레 중위의 부상으로 그들의 걸음은 더욱 느려진다. 그러다가 그들은 버려진 트럭과 오토바이를 발견하는데, 차은 움직이지 않지만 오토바이는 겨우 시동이 걸린다. 파오레 중위는 이미 자신은 가망이 없으니 두고 가라고 하고, 라초 하사도 파오레 중위를 돌보기 위해 남겠다도 한다. 결국 세라는 반드시 탈것을 가지고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하고는 혼자서 오토바이로 떠난다. 그러나 전황은 이미 기울어 세라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이 영화는 전쟁영화이긴 하지만 전투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참호 속에 숨었다가 폭격을 맞아 병사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이 가끔 보일 뿐이다. 이 영화는 전쟁의 활극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무능한 지휘부 아래서 속절없이 죽어나가는 병사들의 아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면에서는 이 영화는 전쟁의 아픔을 보여주고 휴머니즘을 추구하는 작품이라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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