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왕의 기행과 권력욕
11세기부터 영국 왕조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재위 기간이 가장 오래된 왕은 누구일까? 현재의 영국 왕인 엘리자베스 2세로서, 그녀는 1952년 왕위에 올랐으니 재위 기간은 이제 70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렇게 혼자서 왕을 오래 하다 보니, 그의 맏아들인 찰스 황태자는 나이 70이 넘은 노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왕자의 신분에 머물고 있다. 그럼 엘리자베스 2세를 제외한 선대 영국 왕 가운데 가장 오래 재위한 사람이 누구일까?
바로 18세기 영국 왕이었던 조지 3세였다. 그는 무려 60년을 재위하였다. 그는 재위 기간 중 왕권을 강화하는 등 업적도 있었지만, 정신질환과 불행한 가족사, 그리고 아들과의 불화로 많은 고초를 겪기도 하였다. 영화 <조지 왕의 광기>(The Madness Of King George)는 조지 3세를 모델로 한 코미디 영화로서, 1994년 영국에서 제작되었다.
조지 3세는 왕위에 오른 지 30년이 다 되어 가는데 도무지 은퇴할 기미가 없다. 그는 15명이나 되는 자식을 두었는데 모두 왕비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이들이다. 그는 후궁을 두지도 않았다. 왕이 되고 싶어 안달하는 아들들을 제쳐두고 그는 여전히 강력한 권력을 즐기고 있다. 신하와 그 부인들을 몇 시간씩 세워둔 채 자신과 왕비는 편한 자리에 앉아 궁중 음악회를 갖기도 한다.
황태자인 웨일스 왕자는 맨날 구박을 일삼는다. 황태자는 왕위에 오를 날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지만 조지 왕은 전혀 그럴 마음이 없다. 그러던 중 왕은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새벽에 일어나 잠옷 바람으로 궁전 정원을 날뛰며 돌아다니고, 정원 구석에서 야외 배변까지도 한다. 궁녀를 쓰러트리기도 하고, 궁정 악단을 지휘한다고 하여 음악회를 망쳐놓기도 한다. 신하들은 왕이 미쳤다고 수군대기 시작한다.
황태자는 왕의 광기를 반긴다. 드디어 자신이 왕위에 오를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는 먼저 왕이 정신이 이상해졌다고 하며 왕비로부터 떼어놓고 유폐시킨다. 그리고 자칭 정신과 의사에게 왕을 빈틈없이 감시하도록 한다. 정신과 의사는 왕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왕을 학대하기까지 한다. 황태자는 이렇게 왕을 유폐시킨 후 의회를 통해 왕을 폐위시키려 한다. 의회는 처음에는 왕의 폐위를 거부하지만 의회 의원들에게 조지 왕이 미쳤다는 의사의 증언과 또 그의 광태를 이야기함으로써 의회도 어쩔 수 없이 왕의 폐위를 결정하려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왕비는 몰래 조지 왕을 찾아가 모든 사실을 알린다. 조지 왕과 왕비는 기지를 발휘하여 정신과 의사의 감시를 피해 탈출하여 의회로 달려온다. 그리고 의회 의원들에게 자신의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권력의지를 과시함으로써 황태자의 권력 찬탈 모의를 저지한다. 이렇게 왕권을 되찾은 조지 3세는 이후 30년간을 재위하면서 영국을 다스렸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그의 왕권 회복이 그 개인으로서는 과연 행복한 일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는 이후 30년을 더 집권하면서 정신적인 문제로 많은 사건을 일으켰고, 자식들과의 관계도 매우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결국은 정신병으로 불행하게 세상을 떠났다. 왕권 회복이 그로서는 행복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모두에게는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알 수 없다. 여하튼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그의 권력욕 하나만은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