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고(Cargo)
좀비가 되어가면서도 어린 딸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사랑
좀비의 가장 큰 특징이 무엇일까? 좀비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두뇌는 최소한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정도로 퇴화되어 버린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시체이다. 좀비에게 물린 사람은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좀비가 된다. 옛날 유행하였던 흡혈귀 영화에서 흡혈귀에게 물리면 흡혈귀로 변하는 것과 좀 비슷한 느낌이 있다.
그런데 좀비와 흡혈귀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좀비는 그 무시무시한 떼거리이다. 어떤 좀비 영화를 보더라도 좀비들은 끝도 모를 머리 숫자로 사람들의 어떤 무기도 무력화시켜 버린다. 사람들은 신무기로 저항해보지만 끝도 없이 달려드는 좀비에게는 당할 재주가 없다.
그런데 이것은 인구 밀도가 높은 나라의 일이다. 만약 인구밀도가 아주 낮은 나라, 예를 들면 몽골이나 사우디 아라비아, 호주 같은 나라에서는 넓은 국토에 비해 인구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좀비들도 그 숫자가 많아질 수가 없다. 그러면 이들 나라의 좀비들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영화 <카고>(Cargo)는 호주에서 만든 좀비 영화로 2017년에 제작되었다. 인구밀도가 아주 낮은 호주의 좀비 이야기인 만큼 다른 나라의 좀비 이야기와는 많이 다르다.
호주도 이제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였고, 이를 피한 소수의 사람들은 좀비들을 피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 앤디와 케이는 젊은 부부로서 젖먹이 딸과 함께 좀비를 피해 낡은 배를 타고 강을 따라 내려오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가져온 식량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남편 앤디는 조금만 더 참고 안전한 곳에서 식량을 찾아보자고 하지만, 아내인 케이는 다른 건 몰라도 아기에게 줄 음식이 떨어져 가고 있어 당장 식량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이때 강 한가운데 난파당한 작은 배 한 척이 보인다. 앤디가 혼자서 그 배에 접근하여 배 안을 살피니 배에는 꽤 많은 식량이 있다. 그런데 한 선실 안에서 약간의 인기척이 들린다. 앤디는 급히 손에 잡히는 대로 식량을 가지고 배로 돌아온다. 그날 저녁 케이는 남편 몰래 난파선을 찾아간다. 거기서 그녀는 선실 안에 있던 좀비에게 팔을 물리고 만다.
아내가 좀비에게 물린 사실을 안 케이는 육지에 내려 함께 치료약을 찾아보자고 한다. 좀비에게 물린 사람은 48시간 내에 좀비로 변한다. 케이는 자신을 버리고 가라고 앤디에게 애원하지만, 앤디는 케이를 부축하며 치료약을 찾아다닌다. 그러나 좀비 바이러스는 불치명으로, 결국 케이는 스스로 죽음을 택해 버린다.
강보에 싸인 딸을 업고 다시 안전한 마을을 찾는 앤디는 극악한 약탈자를 만난다. 앤디는 그에게 잡혀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겨우 그로부터 탈출한다. 그리고 약탈자에게 잡혀 있던 원주민 소녀도 함께 탈출한다. 좀비는 도처에 방황하고 있다. 그러나 떼로 몰려다니는 좀비는 아니다. 이들은 드문드문 다니며 사람들을 습격한다. 앤디도 좀비에게 물려 버린다. 이제 앤디가 좀비로 변하면 젖먹이 딸을 보호해줄 사람은 없다. 앤디는 원주민 소녀에게 딸을 부탁한다. 그리고 서서히 좀비로 변해가는 스스로의 신체 변화를 느끼면서 그는 원주민 소녀를 그녀의 고향으로 무사히 보내준다.
원주민들이 사는 마을에 도착한 앤디와 소녀는 원주민들의 환영을 받는다. 그리고 앤디는 그들에게 자신의 딸을 부탁하고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다.
이 영화는 좀비 영화이지만, 그 주제는 가족의 사랑과 젖먹이 딸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마음이다. 앤디는 좀비에게 물린 아내 케이가 결코 치료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버리지 못하고, 실낱같은 희망을 찾아 나선다.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는 케이는 남편과 딸의 안전을 위해 자신을 버리고 가라는 애원을 남편이 받아들이지 않자 스스로 사라지는 길을 택한다. 그리고 앤디는 좀비로 변해가는 자신을 자각하면서도 딸을 살리기 위해 그야말로 죽음의 행군을 한다.
그리고 앤디와 케이의 딸은 이 영화에서 새로운 희망을 상징한다. 젖먹이 딸은 이제 원주민들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앤디가 도달한 희망의 땅이 원주민 마을이라는 것도 호주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