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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28. 2022

영화: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범죄 자금을 가진 도망자와 그를 쫓는 살인마의 추격전

영화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는 그 제목으로 인하여 특히 노인문제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에서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나도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노인문제를 다룬 영화로 짐작했으나, 막상 감상하니 그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범죄영화이다. 이 영화는 2008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스토리 자체는 단순하며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매우 난해하다. 먼저 영화 제목인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나도 이 영화를 이해하기 어려워 인터넷에서 영화 평론을 많이 찾아보았으나, 사람마다 영화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 이 영화는 범죄영화 혹은 서스펜스 영화로는 대단히 긴박감 있고 몰입감이 높다. 작품상, 감독상 등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수상하였으며, 이 외에도 새턴 어워즈, 영국 아카데미상, 미국 작가 조합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이 영화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를 무대로 마약거래에 사용된 큰돈을 둘러싸고 벌어진 처참한 살육극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1980년 미국 텍사스주 서부 흉악화한 범죄를 걱정하는 모안관 에드의 말을 배경으로, 청부살인범 안톤 시거가 보안관의 제압을 뿌리치고 살인과 절도를 행하는 장면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슴 사냥꾼인 베트남전 참전 병사 르웰린은 우연히 거친 황야에서 살인 현장을 발견하게 된다. 상황으로 보아 마약거래가 이루어지던 시점, 무엇인가 트러블이 생겨 총격전이 발생하여 서로 죽고 죽이는 사태로 발전한 것이다. 그는 한 자동차 안에서 현금이 가득 담긴 가방을 찾는다. 그리고 그 가방을 가져오려는데, 죽지 않은 한 사나이가 그에게 물을 달라고 부탁한다. 물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르웰린은 그를 남겨준 채 돈만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날 밤 르웰린은 물을 달라는 죽어가는 사람을 두고 온 일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다시 물을 가지고 살인 현장을 찾아간다. 현장에 도착한 르웰린은 물을 달라던 사내는 이미 죽은 것을 발견하는데, 그때 저 멀리 언덕 위에서 누군가가 이쪽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다. 르웰린은 급히 그 자리를 빠져나오려고 하지만, 그들은 르웰린에게 총격을 가한다. 총격을 피해 겨우 집으로 돌아온 르웰린은 자신이 두고 온 자동차로 인해 자신을 노리는 자들이 곧 자신을 집을 찾을 것으로 짐작한다. 


르웰린은 그날 밤 영문을 몰라하는 아내를 처가로 보내고 자신도 도망할 준비를 한다. 이제 돈을 가지고 도망을 치는 자와 이를 쫓은 자들 간의 추격전이 벌어진 것이다. 잃어버린 돈을 되찾으려는 범죄조직은 살인마 시거를 고용한다. 이제 시거의 집요한 추격전이 시작된다. 르웰린이 돈을 가지고 도망을 치지만, 시거는 어김없이 그를 쫓아온다. 돈다발 속에 숨겨진 위치 발신기 때문이다. 르웰린과 시거의 싸움은 관객들에게 긴장의 끝을 경험하게 한다. 시거가 르웰린을 죽이려 하면 르웰린도 반격을 한다. 시거는 이 과정에서 살인마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그가 사용하는 살인 도구는 단순한 총이 아니라 압축가스를 이용한 탄환 발사기이다. 

르웰린은 멕시코로 도주를 하고, 시거는 그를 따라 멕시코로 한다. 시거의 살인마로서의 본능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사람은 물론, 심지어는 자신에게 살인을 청부한 범죄조직의 두목이나 그가 고용한 살인청부업자 조차도 자신의 기분을 거슬렸다는 이유로 거침없이 죽인다. 이쯤 되면 시거가 르웰린을 쫓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시거는 돈 때문에 르웰린을 쫓는 것이 아니다. 그의 살인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를 쫓는 것이다. 


멕시코의 한 호텔에서 르웰린은 마침내 시거에게 살해된다. 그러나 이 장면은 너무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생략된다. 지금까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어왔던 르웰린과 시거의 추격전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그 장면조차도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르웰린이 호텔이 묵었고, 그 사실을 시거가 알게 되었으며, 그리고 그다음 날 호텔 풀장에 르웰린의 시체가 떠 있는 것으로 르웰린이 시거에게 죽었다는 사실을 짐작할 뿐이다. 

친정어머니와 도피를 하고 있던 르웰린의 아내 카라는 어머니를 잃는다. 장례식에서 돌아온 카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시거이다. 시거는 그녀를 죽인다. 시거에게 살인은 하나의 놀이일 뿐이다. 카라를 죽인 시거는 차를 몰고 그 자리를 피하는데, 시거가 운전하는 차는 네거리에서 들여오는 트럭에 옆을 받힌다. 그리고 시거는 중상을 입는다. 시거는 피를 흘리고 도주하는데, 그 후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이 영화에서 늙은 보안관 벨은 살인마 시거를 추격하는데, 아무리 봐도 그가 범인을 잡기 위해 추격하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냥 시거의 범인 현장에 와 범행을 확인하는 정도이다. 그가 시거를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이 영화에서 단지 내레이터에 지나지 않는다. 


늙어 은퇴한 보안관 벨이 자신의 아저씨와 하는 대화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흉폭화 되어가는  범죄는 한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아직도 궁금하다. 이 영화의 제목이 왜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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