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교를 죽인 소년 살인범, 그는 과연 다중인격자인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검찰 측 증인>을 읽으면 주인공인 변호사는 살인범으로 지목된 남자가 무죄이며, 그의 부인이 살인범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살인 용의자인 피고를 무죄로 이끌어낸다. 그러나 이는 남편의 살인죄를 피하기 위한 부인의 계략이라는 것으로 소설은 끝나게 된다. 즉 범인의 아내가 명탐정을 이용하여 남편의 범죄를 은폐하는 수법이다. 영화 <프라이멀 피어>(Primal Fear)도 살인범이 명변호사를 이용하여 자신의 범죄 혐의를 벗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영화로서 1996년에 제작되었다.
시카고에서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가톨릭 대주교 러쉬맨이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된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도망치다 체포된 소년 애런 스탬플러(Aaron Stampler)이다. 객관적 사실로 볼 때 이 사건의 범인은 틀림없이 애런이다. 그런데 이 장면을 TV로 본 유명한 변호사 마틴 베일((Martin Vail, 리처드 기어 분)은 뭔가 미심쩍은 느낌을 갖게 된다. 마틴은 교도소로 애런을 찾아가 무보수로 변호를 맡기로 한다.
애런을 기소한 검사는 이전에 마틴이 검사 시절 후배였던 여검사 베너블이다. 베너블은 애런이 입었던 피살자의 피가 묻은 옷과 운동화를 증거로 피고의 유죄를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 애런은 살인 현장에는 제삼자가 있었으며, 자신은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한다. 마틴은 애런의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그의 정신감정을 의뢰한다. 그리고 피살된 러쉬맨 대주교는 변태성욕자로서 애런과 그의 친구들에게 성행위를 시키고 그 장면을 촬영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검사는 앨런이 이러한 대주교의 변태 행위에 시달리다가 살인을 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마틴은 앨런이 장기간에 걸친 성적 착취 행위의 피해자로서 이중인격을 가지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앨런 속에 있는 또 다른 인격인 로이가 대주교를 죽였다고 주장한다. 이제 사건의 진상은 명백해졌다. 앨런이 대주교를 죽인 건 틀림없으나 그 살인이 앨런의 자의에 의한 것이었는가, 아니면 앨런의 다른 인격체인 로이에 의해서인가 이다. 만약 앨런이 이중인격자로 판명되면, 그 살인행위는 정신이상자에 의한 범죄로 인정되어 앨런은 무죄 선고를 받는다.
검사 베너블과 함께 앨런을 찾아간 변호사 마틴은 앨런에게 압박 취조를 한다. 그러자 앨런은 분노가 끓어 오르면서 로이라는 이중인격이 그의 몸을 지배하여 베너블에게 달려든다. 그리고 발작은 계속되어 마틴에게도 공격을 가해온다. 이 일로 마틴은 앨런이 이중인격자란 확신을 가지며, 결국 법정에서 정신이상자란 이유로 앨런의 무죄를 이끌어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앨런의 치밀한 계획이었다. 앨런은 살인을 저지르고 스스로 이중인격자인 것처럼 행세를 하여 검사 출신의 명변호사 마틴을 속여 자신의 무죄를 이끌어 낸 것이다. 명변호사 마틴은 스스로 범죄자의 계략에 말려들어 살인범을 무죄 판결로 풀려나게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