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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Nov 29. 2022

영화: 스탈린그라드 최후의 전투(Stalingrad)

사상 최악의 전투 스탈린그라드 공방전을 그린 반전 영화

전쟁 치고 참혹하지 않는 전쟁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중에서도 가장 참혹한 전쟁을 꼽으라면 아마 스탈린그라드 전투라 할 것이다. 이 전투는 2차 대전중 독일의 소련 침공에서 발생한 전투이다. 먼저 이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배경을 알아보자.


2차 대전 직전까지 소련과 동맹을 맺고 있던 독일은 이를 파기하고 1942년 대대적으로 소련을 침공하였다. 독일군을 중심으로 독일 지배하에 있던 동맹군을 포함하여 300여 만 명의 병력에 2,700여 대의 비행기, 3,400여 대의 전차가 투입되었다. 아마 단일 전쟁에서 이렇게 많은 병력과 자원이 투입된 사례는 역사상 없었을 것이다. 독일군의 소련 침공은 3개의 방향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대규모 공격에 소련군은 추풍낙엽같이 붕괴되었다. 소련군은 패주를 거듭하였으며, 독일군은 승리를 이어갔다. 


독일군의 3개 공격 부대는 레닌그라드, 모스크바 그리고 키예프 세 방향에서 밀고 들어갔는데,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바로 키예프 방면 공격 부대의 전진 도상에 있었다. 세 방향 전투에서 모두 급속히 무너지고 있던 소련군은 키예프 방면 전투의 경우 스탈린그라드에서 볼가강을 배후로 배수진을 치고 저항하였다. 이때까지 승승장구하던 독일군은 소련군의 강력한 저항과 혹독한 소련의 겨울이라는 이중의 적에 의해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독일군에게 더욱 나쁜 상황은 소련군에 의해 퇴로가 끊겨 꼼짝없이 포위망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추위와 굶주림, 그리고 소련군의 반격에 고전하던 독일군은 마침내 전선을 죽음으로 사수하라는 히틀러의 명령을 무시하고 소련군에 항복하였다. 

이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독일군은 22만 명이 전사하고, 9만 명이 넘는 병사가 포로로 되었다. 이외에 이태리, 루마니아, 헝가리 군들로 구성된 독일의 동맹군들도 30만 명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포로로 잡힌 독일군 9만여 명중 나중에 겨우 6천 명 정도가 살아서 독일로 돌아갔다. 소련군은 약 50만 명이 전사하는 등 총 11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이 전투에서는 병사들의 피해뿐만 아니라 민간인 학살, 포로 학살 등 갖는 전쟁범죄가 발생하였다. 


영화 <스탈린그라드 최후의 전투>(Stalingrad)는 1993년 독일에서 제작되었다. 2차 대전을 소재로 하는 영화의 경우 독일은 아주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다. 미국이나 영국 영화에서는 자신들은 승전국이며, 자신들은 정의를 위해 싸웠으므로 독일군들을 거침없이 사살하는 영웅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패전국이자 악의 주축국인 독일로서는 자기 나라 군대의 영웅적 이야기를 그릴 수 없다. 독일군의 승리를 그린 영화를 만든다면, 그것은 악을 찬양하는 영화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들의 정서를 생각할 때 영국이나 미국 영화같이 독일군의 잔인성을 묘사한다거나 전투에서 일방적으로 깨어지는 영화를 만들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는 2차 대전을 소재로 한 많은 영화가 제작되었다. 그러면 그 영화들은 주로 어떤 영화일까? 전쟁 영웅담보다는 전쟁을 소재로 한 휴머니즘 영화,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는 반전(反戰) 영화들이다. 영화 <스탈린그라드 최후의 전투>(Stalingrad)도 스탈린그라드의 참혹한 전쟁과 인간성의 말살을 고발하는 반전 영화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1942년 여름 히틀러의 명령에 의해 독일의 소련 침공이 시작된다. 카스피해 일대와 이집트 등에서 큰 전공을 올린 제6군은 히틀러의 명령에 따라 스탈린그라드로 진격한다. 이 부대에 소속된 한스 중위와 그의 부하들은 기차를 타고 가벼운 마음으로 스탈린그라드로 이동한다. 그러나 그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몇 배나 참혹하였다. 수많은 병사들이 죽어나가고 독일군들은 러시아 포로들에 대해 인간이하의 학대를 가하기도 한다. 그리고 민간인을 닥치는 대로 학살하기도 한다. 한스 중위는 전쟁의 양상이 이상하다고 느끼지만 어쩔 수 없이 명령에 따라 전투에 임한다. 


그러나 한스 중위는 병사들의 만행을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해 눈감고 오히려 부추기기까지 하는 친위대 및 군 상관들에게 반항의 태도를 보인다. 그러자 그의 군 상관은 아주 위험은 지뢰 제거 임무로 그들을 배치한다. 그러나 위험 속에서도 한스와 그 부하들은 살아남고 전공을 세우지만, 이들에 대한 상관들의 압박은 점점 더 심해진다. 그들은 부하들에게 조국을 위해 죽으라고 강요한다. 그리고 무모한 자신들이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 애국이라 강변한다. 

소련의 겨울이 왔다. 이제 독일군에게는 악몽 같은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히틀러는 최후의 일인까지 싸우라고 명령하지만 이제 전황은 독일의 패배가 명확해졌다. 후퇴 계획이 세워지고 장교부터 먼저 항공기로 후퇴를 시킨다. 그러나 퇴로를 소련군이 차단하자 이것도 불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스 중위 일행을 괴롭히는 상관의 태도는 변함없다. 마침내 한스 중위는 그를 따르는 부하 몇 명과 탈영을 한다. 


눈 덮인 소련의 겨울 벌판을 그들은 악전고투 끝에 빠져나간다. 그들은 도주를 하면서 자신들에게 희생과 조국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던 상관들이 자신들은 물자를 빼돌려 호화롭게 살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한스는 외딴집에 격리되어 있던 소련군 여군의 도움을 받아 전장을 탈출하려 한다. 그러나 눈 덮인 벌판에서 소련군 여군을 비롯하여 한스 중위 일행은 모두 소련군에 의해 사살된다. 소련군들이 항복을 하려는 그들에게 오인 사격을 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떠는 독일군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항상 애국과 국가에 대한 충성을 외치는 독일 친위대와 군 간부들이 얼마나 위선적인 인간들인가를 실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전쟁영화로서 괜찮은 영화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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