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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Nov 10. 2022

영화: 싸리골의 신화

가공의 산골마을 싸리골을 배경으로 한 국군 낙오병과 북한 인민군의 싸움

영화 <싸리골의 신화>는 작가 선우휘가 쓴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선우휘의 대표작은 <불꽃>이라 할 수 있는데, 대학시절 이 소설을 읽을 때만 하더라도 나는 그에 대한 평가가 좋았다. 그러나 그는 나중에 조선일보의 주필로서, 그리고 대표 논설위원으로서 극우적인 글로서 필명을 날렸고, 이후 나는 그의 작품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소설 <불꽃>을 쓸 때의 선우휘와 조선일보 주필을 할 때의 선우휘 둘 중 어느 쪽이 선우휘의 진짜 모습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둘 모두가 같은 모습인데, 내가 그의 글들을 달리 평가했는지 모르겠다.


영화 <싸리골의 신화>는 1967년에 제작되었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 우리나라 어딘 가에 있는 가공의 산골 마을 싸리골, 이곳은 하도 외딴 지역이라 주민들은 전쟁이 일어난지도 모르고 있었다. 국군의 김 소위는 부하 8명을 이끌고 작전을 수행하던 중 퇴로가 막혀 고립되고 만다. 이들은 퇴로를 찾던 중 싸리골이라는 산골 마을에 도달하여 마을로 들어간다.


싸리골에는 마을의 정신적 지주인 강 선생이 있어, 마을 사람들은 학식과 덕망을 갖춘 강 선생의 말을 따르고 있다. 강 선생은 김 소위의 부탁을 듣고 이들 낙오병들을 마을에 숨겨주기로 한다. 이들은 머슴으로, 그리고 승려로 등 다양한 신분으로 각 집에 분산되어 숨게 된다.


어느 날 지난날 이 마을에서 머슴살이를 했던 표문원(박노식 분)이 인민군 군관이 되어 나타난다. 표문원은 부하들을 끌고 들어와 옛날 머슴살이의 한을 풀 듯이 마을 사람들을 괴롭힌다. 마을 처녀와 부인들을 술자리에 끌고 나와 술을 따르게 하는 등 횡포가 극에 이른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목숨이 아까워 이들에게 반항조차 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들은 이들 인민군의 앞잡이가 되기도 하고, 마을의 일을 밀고하기도 한다.

표문원은 마을 사람들에게 인민군에 입대할 사람을 선발해 내놓으라고 한다. 김 소위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자신과 부하들이 인민군에 지원한 후 나중에 인민군과 싸우려고 하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인민군 지원자를 선발하는 당일, 표문원은 김 소위 일행의 지원을 거부하고, 다른 청년을 지명한다. 지명당한 마을 청년은 국군 낙오병들이 마을에 숨어있다는 것을 밀고하며, 인민군들은 낙오병 가운데 한 명인 윤 중사와 그를 숨겨준 순희(윤정희) 일가를 총살하려 한다. 이때 김 소위를 비롯한 다른 국군 낙오병들이 인민군이 총을 탈취하여 인민군에게 대반격을 한다. 이들은 마을을 공격하는 인민군들을 모두 사살하고, 마지막에는 악당인 표문원 군관까지도 사살한다.


이로서 싸리골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이 영화에 대해 영화 평론가들은 “싸리골이라는 사회의 축소판을 통해 전통적인 질서와 새로운 질서 사이의 충돌을 그리고 있으며, 상투적인 반공영화의 틀을 벗어나 전쟁과 이념의 대립이 빚어낸 인간의 갈등을 파헤휴먼 드라마”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전혀 다르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반공영화로서 <국군=선, 인민군=악>이라는 선명한 이분법적 대립구도 위에 만들어진 상투적인 반공영화이다. 여기서 평론가들의 말하는 휴먼 드라마라든가 전통적 질서와 새로운 질서 사이의 충돌이나 이념 대립에서 오는 갈등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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