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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김약국의 딸들

시대의 격변에서 기울어져 가는 전통적 가족 이야기

by 이재형

작가 박경리는 대하소설 <토지>로 유명하지만, 그 이전 그녀의 대표 소설은 <김약국의 딸들>이었다. 이 소설은 1962년에 발표되었는데,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에 걸쳐 통영지방에서 유복한 재산가이자 유지였던 김성수 집안의 몰락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 <김약국의 딸들>은 소설이 출간된 지 이듬해인 1963년에 제작되었다. 원작 소설은 장편소설이므로, 1시간 30분 정도의 영화에서 그 내용을 모두 다루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김약국의 가장인 김성수(강동원 분)가 김약국의 주인으로 등장하는 과정의 긴 내용들을 5분 정도의 내용으로 압축하고, 강동원의 네 딸들의 굴곡진 인생에 비중을 두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그 이야기를 영화에서 모두 소화할 수는 없으므로, 이야기를 건성건성 건너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통영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성수(김동원 분)는 지방의 유지로서 적지 않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김성수의 성장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가 어머니의 혼전 연인을 질투한 나머지 그를 죽이고 도망갔고, 그로 인해 김성수는 백모의 손에 구박을 받으며 자랐다. 그리고 백부가 운영하던 약국을 물려받았던 것이다.


김성수가 운영하던 약국도 이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일제 강점기에 서양식 약이 보급됨에 따라 한약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그가 함께 운영하던 어장(漁場)도 좋은 곳은 모두 일본인에게 빼앗겨 가세는 점점 기울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의 딸들도 파란만장한 생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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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딸 용란(최지희)은 육욕에 빠진 여자로 하인인 한돌(황해 분)과 정을 통하다 발각된다. 그녀는 아편 중독자인 연학(허장강 분)에게 시집가지만, 남편의 폭력에 친정으로 도망쳐오기 일수다.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 큰딸 용숙(이민자 분)은 아들을 돌보던 의사와 정을 통하다 아기를 낳게 된다. 그녀는 낳은 아기를 살해하여 집안으로부터 거의 버림받은 뒤 악착같이 돈만 모으며 살아간다. 김성수는 어장을 관리하는 기두(박노식 분)와 넷째 딸 용옥(강미애)을 맺어주지만, 어장은 계속 어렵고 기두는 술에 절어 산다. 거기에 시아버지는 용옥을 겁탈하기 위해 호시탐탐 노린다. 둘째 딸 용빈(엄앵란 분)은 고등교육을 받아 매우 똑똑한 여성이지만 애인 홍섭의 배신으로 상처를 받고 교원 생활을 한다.


이렇게 김약국의 딸들이 굴곡진 삶을 살아가고 있을 때 김약국의 가세는 급격히 기울어간다. 셋째 딸 용란은 그녀를 사모하였던 머슴이 나타나 용란에게 함께 도망가자고 하나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에게 머슴과 그녀의 어머니가 살해당한다. 그 충격으로 용란은 정신이상자가 된다. 넷째 딸 용옥은 애정 없는 남편과 별거하다 시아버지를 피해 남편을 찾아가던 중 뱃길에서 죽고 만다.


이렇게 시대의 격변 속에서 통영지방에서 탄탄한 유지로서 대를 이어왔던 김약국은 가세가 기울고 가족은 급격히 해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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