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Nov 04. 2022

영화: 내일 또 내일

친구 사이에는 보통 서로가 주고받는 것이 보통이지만 어떤 친구 간에는 한 사람은 주기만 하고 또 한 사람은 모든 것을 차지하기만 하는 그런 경우도 가끔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독차지한 친구가 자신에게 모든 것을 주는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끼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그저 상대방은 생각지도 않고 자신의 욕심을 채울 뿐이며, 그렇게 모든 것을 주는 친구에게는 일견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까지도 한다. 


영화 <내일 또 내일>은 이러한 두 친구의 이야기로서 1979년에 제작되었다. 규화(이덕화 분)와 진우(박은수), 그리고 미연이는 어릴 때부터 소꿉친구이다. 규화는 진우가 가진 것이라면 무엇이든 당연하다는 듯이 자기가 빼앗아 버린다.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더라도 항상 돈을 내는 것은 진우이다. 자기가 술 한잔하자고 진우에게 권유하여 술집에 가더라도 진우의 주머니 사정은 생각지도 않고 계산하라며 자신은 훌쩍 술집을 나와버린다. 진우는 그런 규화와 도저히 더 이상은 함께 할 수 없다고 결심하면서도 막상 규화를 만나면 또 어쩔 수 없이 늘 하던 대로 돌아가 버린다. 

진우는 어릴 때부터 미연이와 단짝이었다. 둘은 서로 사랑하며 앞으로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 규화가 끼어들어 미연에게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여 미연을 빼앗아버린다. 규화에게 미연을 뺏긴 진우는 가희라는 새로운 여자를 사귀게 된다. 그런데 가희가 부잣집 딸이란 걸 안 규화는 또 둘 사이에 끼어들어 가희와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규화는 가희의 아버지가 경영하는 회사의 고위직에 앉게 된다. 


규화는 회사일을 적극적으로 해나간다. 그러나 그의 사업방식은 너무나 저돌적이어서 회사 자금 운용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규화의 위태로운 사업방식에 대해 그의 장인은 크게 노하여 규화에게 당장 급한 자금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돈 많은 연상의 과부에게 접근하여 그녀를 유혹하고 사업을 성사시킨다. 규화에게 버림을 받은 미연은 몰래 규화의 자식을 낳고 홀로 아기를 키우면서 살아간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규화는 미연을 찾아가 그녀에게 행패를 부린다. 규화의 장인은 규화의 막무가내적 사업방식을 더 이상 믿지 않고 회사 일에서 손을 떼도록 하면서 규화의 파멸은 시작된다. 그의 아내 가희도 더 이상 규화의 행동에 참지 못하고 자살하고 만다.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된 규화는 진우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미연이를 찾아간다. 그러나 진우는 규화 같은 인간에게 도저히 미연이를 넘길 수 없다고 하며 규화를 돌려보낸다. 규화는 진우와 미연을 뒤로하고 스스로 새 출발을 다짐한다. 


과연 규화는 새 사람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을까? 영화이긴 하지만 나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류의 인간들은 나락에 떨어지면 지난날을 후회하지만, 다시 기회가 오면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이 영화는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하였지만, 가수 김수철이 부른 주제가가 대히트를 쳤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컴 앤 씨(Come and Se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