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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07. 2022

영화: 내 주먹을 사라

세계 챔피언 김기수가 출연한 복싱 영화

지금이야 BTS가 세계 음악계를 석권하고, 영화 <기생충>이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또 박찬호나 류현진처럼 미국 메이저 야구에서 활약하는 선수도 있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오는 선수들도 많다. 우리나라가 발전함에 따라 이렇게 문화나 예술, 스포츠 분야에서도 세계에서 선두를 달리는 사람이 이곳저곳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1960년대는 달랐다.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 그룹에 속해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어느 분야건 세계 1위에 오른다는 것은 그야말로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시대였다. 


이 시대에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권투 선수 김기수(金基洙)였다. 그는 우리나라 권투선수로서는 처음으로 세계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그는 아마 전적 통산 88전 87승 1패인데 그 유일한 1패는 바로 1960년 로마 올림픽 결승전에서 이태리의 니노 벤베누티에게 진 것이었다. 그는 프로에 데뷔한 이후 승승장구하다가 1966년 드디어 아마추어 시절 자신에게 유일한 1패를 안겼던 주니어 미들급 챔피언 니노 벤베누티와 세계 타이틀전을 갖게 되었다. 김기수는 이 시합에서 승리하여 우리나라 처음으로 복싱 세계챔피언이 된 것이었다. 


이 당시에는 TV가 있는 집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라디오 중계를 통해 들었는데, 시합이 있던 시간 온 나라가 조용했던 일이 지금도 기억난다. 나는 이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인데, 저녁에 물건을 살 일이 있어 밖에 나왔더니 평소라면 붐빌 골목에 누구 한 사람도 없이 조용했고, 집집마다 라디오 중계방송만 흘러나오는 소리가 들렸던 기억이 난다. 세계챔피언이 된 김기수는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영화 <내 주먹을 사라>는 김기수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제작한 복싱 영화로서, 김기수가 주인공으로 출연하였다. 


미들급 챔피언인 그(김기수 역)는 타이틀 매치를 가졌는데 그 시합에서 상대방이 사망하였다. 상대 선수가 죽은 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그는 괴로워하였다. 그는 죽은 상대 선수의 가족을 찾아간다. 죽은 상대 선수는 두 동생을 두고 있다. 두 동생은 가장이었던 오빠, 형이 죽어 당장 살길이 막막해졌다. 이것을 알게 된 그는 두 동생을 음으로 양으로 도운다. 


그는 상대 선수가 죽은 충격으로 더 이상 권투선수로서의 길을 포기하였다. 그리고 철공소에 다니며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남매를 도운다. 그렇지만 남매 가운데 누나(김지미)는 이런 그의 도움을 거절한다. 그녀는 먹고살기 위해, 그리고 동생을 보살피기 위해 술집에 나가 돈을 벌려고 한다. 동생은 그의 진심을 알고 그를 이해하고 따르지만, 누나는 여전히 냉담하다. 


그의 스승인 권투 도장 관장(박노식 분)은 그가 권투를 포기하자 절망에 빠졌다. 그에게 다시 권투를 하라고 설득하지만 그는 결단코 응하지 않는다. 그래서 관장은 실의에 빠진 채 술로 시간을 보내다가 사고로 죽고 만다.  

그가 없어진 권투계에서 악덕 프로모터는 새로운 선수를 키우고 있었다. 그 프로모터는 실력이 아니라 계략으로 이 선수를 키운다. 그런데 권투 팬들은 그를 진정한 챔피언으로 인정할 뿐 새로운 선수를 챔피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침내 그 프로모터는 이 선수와 그의 시합을 만들려 한다. 프로모터는 그가 마작 자신의 선수와 싸워 져 주면 막대한 금액의 돈을 주겠다고 유인하지만, 그는 이것을 거절한다. 


이때 그가 돌봐주던 남매의 동생이 사고로 큰 부상을 당한다. 수술을 하여야 생명을 건질 수 있는데 수술비가 없다. 그는 수술비 마련을 위해 악덕 프로모터의 제안을 수락한다. 그리고 시합날 그는 상대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몰린다. 그의 비장의 무기인 레프트 스트레이트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남매의 누나와 관장의 딸은 그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응원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비장의 무기인 레프트 스트레이트가 작열하고, 이 시합에서 그는 KO로 승리한다. 그리고 동생의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나 목숨을 건진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한 김기수는 연기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런데 현역 세계챔피언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권투시합 신은 기대에 못 미쳤다. 영화 <록키>의 경우 선수가 아닌 배우가 벌이는 시합임에도 불구하고 시합 장면이 박진감 있게 표현되고 있다. 실제 복싱의 실력은 김기수 쪽이 훨씬 뛰어나지만, 영화기술의 현격한 차이로 그런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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