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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08. 2022

영화: 노는 계집 창(娼)

사창가의 풍경을 리얼하게 그린 사회성 높은 영화

영화 <노는 계집 창>은 윤락가를 배경으로 윤락으로 살아가는 여성의 삶을 그린 영화로서 임권택 감독이 제작하였다. 이 영화에는 두 가지 평가가 존재한다. 하나는 그 시대 사회의 그늘진 부분을 고발하는 사회성 깊은 영화라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당시 톱 여배우인 신은경의 벗은 모습을 보여주려는 에로 영화에 불과하다는 평가이다. 어느 쪽인지는 관객이 평가할 일이다. 이 영화는 1997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수원역 부근의 사창가를 비롯한 여러 곳의 사창가에서 촬영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내게는 그 풍경이 무척 익숙하다. 내가 성매매를 위해 사창가를 많이 다닌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근무한 직장이 서울 홍능에 있었는데, 거기서는 청량리 역이 아주 가깝다. 청량리 역 바로 옆에는 사창가로서 전국에서 유명한 그 <청량리 588>이 있었는데, 그 입구에 롯데 쇼핑을 비롯한 꽤 알려진 음식점이 몇 개 있었다. 그중에서도 청량리역 바로 옆에 이름은 잊었지만 유명한 설렁탕집이 있었는데, 자동차 길 동선상 식사를 한 후 돌아올 때는 그 사창가를 관통하여야만 했기 때문에 그곳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1970년대의 어느 사창가에 17살의 영은(신은경 분)은 이곳으로 들어온다. 술시중을 드는 일인 줄 알았더니 윤락을 하는 업소이다. 처음에는 거부하였지만 영은은 점점 더 이 생활에 익숙해지게 된다. 어느 날 손님으로 온 길룡이란 청년에게 은영은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길룡도 은영을 좋아하게 된다. 은영은 사정에 따라 이곳저곳으로 팔려 다니고 길룡은 그럴 때마다 용케 은영이 있는 곳을 알아내어 그녀를 찾아온다. 길룡은 돈을 모아 은영을 윤락 세계에서 빼내 오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은영은 모든 돈과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탄광촌으로 가서 술집을 차린다. 술을 팔고 매춘도 하는 가게이다. 그렇지만 곧 사기도박에 돈을 잃고 또 술집도 단속을 당하여 모처럼 자신의 손으로 차린 가게도 망해버리고 만다. 다시 갈 길을 잃은 은영은 사창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한편 길룡은 집에서 주선한 여자와 결혼을 하였으나, 얼마 후 이혼을 하였다. 그리고 어느 날 길룡은 수소문 끝에 찾아낸 은영을 찾아온다. 나이보다 많이 늙어 보이는 은영, 두 사람은 거기서 서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이 영화는 사창가의 실태를 상당히 사실감 있게 그린 것 같다. 보통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포주나 여자들에 얹혀사는 남자들은 지독한 악당, 여자들은 이들에게 착취당하는 희생자로 설정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다. 사창가에서 살아가는 온갖 군상의 사람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포주는 포주대로, 또 여자들을 조달하고 관리하는 사내들은 또 그들대로, 그곳에서 조그만 슈퍼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가게 주인들은 그들대로 살아가는 방식과 생각이 있다. 

슈퍼를 운영하는 늙은 부부의 대화이다. 손님은 대부분 이곳에 사는 윤락녀와 이들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다. 남편이 아내에게 이들 윤락녀들을 한심한 여자들이라고 욕을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아내는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그녀들 덕분에 우리 애들 대학 보내고 집 사주고 하지 않았느냐고 타박한다.  


어느 윤락을 하는 가게에 갑자기 몇 명의 남녀가 나타나 딸을 찾아왔다고 하며 그 집에 있는 젊은 윤락녀를 막무가내로 끌고 나간다. 이 윤락가에서는 가끔 보이는 일이다. 이 광경을 본 본 포주들이나 여자들을 조달하는 남자들이 말한다. 저건 빚을 갚지 않고 여자들을 빼가려고 일부러 연극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만 못하게 말렸다간 만에 하나 정말이라면 큰 일 나므로 거짓말이란 것을 알면서도 두고 볼 수밖에 없다고 투덜거린다. 


1990년대부터 대대적으로 시작된 매춘업 정비라는 당시의 사회상을 고려할 때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이와 같이 이 영화는 특별한 과장 없이 윤락가의 모습을 사실과 가깝게 담담히 그려나간 그런 영화이다. 그러면서도 몇 가지 사회에 보내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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