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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Feb 25. 2021

영화7: 난징! 난징!(南京! 南京!)

대학살의 기록

영화 <난징! 난징!)은 난징 대학살을 소재로 한 중국 영화로서, 루추안 감독이 2009년 제작하였다. 난징 대학살을 일본군 병사인 카도카와의 시선에서 감정의 이입 없이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흑백영화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당시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진 대학살의 분위기를 더욱 처참하게 만들고 있다.


루추안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난징에 진입한 수많은 일본군들의 당시 일기를 찾아 참고하였고, 수백 명의 당시 난징 시민, 중국군, 일본군들의 증언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 일본의 사료는 물론, 이 사건과 관계가 있는 국제기구의 자료도 참고하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 감독은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드라마라고 한다. 내용이 사실과 달라서가 아니라 야만적 살육의 광란에서 각자의 입장에서 생존을 찾아가는 인간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이유에서다.


난징은 당시 중국 국민당 정부의 수도로서, 1937년 상해를 점령한 일본군은  여세를 몰아 수도인 난징을 포위 공격한다. 3일간에 전투 끝에 중국군은 패퇴하고 일본군은 난징성으로 입성한다. 당시 난징은 인구 120만 명 정도의 대도시로서, 중국 방위군은 물론 시민들도 거의 탈출을 못한 채 난징은 일본군의 수중에 떨어진다.


영화는 난징성에 입성한 일본군을 향한 패잔병들의 최후의 저항부터 시작된다. 저항은 간단히 제압되고, 이때부터 일본군의 살육이 시작된다. 중국군 포로와 민간인 수천 명을 광장에 모아놓고 뒤로 돌아서게 한 후 기관총 사격이 시작된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마치 파도타기 응원처럼 쓰러져간다. 양자강 변에 수천 명의 사람들을 세워놓고 일제사격을 가해 시체들을 강물로 흘려보낸다. 총알을 아낀다고 산사람을 생매장하고, 총검으로 찔러 죽이고. 상상할 수도 없는 온갖 방법으로 학살을 자행한다.

병원에 진입한 일본군들은 침상에 있는 중국군 병사들을 차례차례 사살한다. 총검술 훈련을 한다고 살아있는 사람들을 총검으로 찔러 죽인다. 아기가 운다고 높은 건물 창밖으로 던져버린다. 휴식시간이 되면 일본군 병사들은 평범한 젊은이들이 그러하듯이 떠들고 장난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선 명령이 떨어지면 다시 학살에 가담한다.


난징에 안전지대가 설치되었다. 서양인들이 일본군의 무차별 살육을 막기 위해 중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지역이다. 일본군도 안전지대 안으로는 진입을 자제하고 있다.  안전지대 책임자인 독일인 리베에게 나치 정부는 안전지대 업무는  동맹국인 일본과의 우호를 해친다고 귀국 명령을 내린다. 리베가 철수하자 안전지대는 더 이상 중국인을 보호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다. 안전지대에 진입한 일본군은 남자들은 학살하고, 여자들에게는 조직적인 무차별 강간이 시작된다. 탈진하여 죽은 여자들의 시체는 마치 죽은 생선들처럼 첩첩이 쌓여 리어카에 실려 버려진다.


학살의 와중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소년병과 그 아저씨. 일본군 장교는 주인공 카도가와에게 이들을 끌고 가 죽일 것을 명령한다. 카도가와가 이들을 풀어주고 자신은 자살하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난징 학살사건을 돌아보자. 

상해 전투에서 고전 끝에 승리한 일본군은 중국의 수도 난징을 포위 공격한다. 장개석은 난징을 포기하고 충칭(重京)을 수도로 한다고 선언한다. 이에 대해 중국군 총사령관 탕셩즈(唐生智)는 난징을 포기할 수 없으며 결사 항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난징에 방어선을 친다. 그런데 일본군의 공격이 시작되자 탕셩즈는 제일 먼저 양자강을 건너 도망쳐 버린다. 남겨진 중국군 병사들과 시민들은 학살의 대상이 된다. 이 대목에서 6.25때 제일 먼저 도망을 치고, 시민들에게는 남아서 서울을 사수하라고 방송을 했던 우리나라의 그 누구를 생각나게 한다.


난징에 진입한 일본군의 살육으로 불과 6주 만에 20-30만 명의 중국인들이 학살되었다. 앞의 영화에서 나온 학살극은 대부분 사실이며, 심지어는 장교 두 놈은 누가 더 많이 산 사람의 목을 베는지 목 베기 시합을 벌였다. 둘이서 살아있는 사람의 목 베기 내기를 해 거의 150명의 사람을 죽였다고 한다. 


난징 대학살을 일본에서는 '난징사건'이라는 모호한 말로 표현한다. 사망자 수도 만 명 이하라 주장한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 경우만 카운트한 거다.


이 영화를 반드시 봐야 할 사람은 일본인들이라 생각한다. 그들이 과거에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일본에서 상영되지 못했다. 영화에 나오는 음악에 저작권 문제가 있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에서다. 괜한 트집이라 생각된다.

전범재판에 넘겨진 일본군 간부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과거에 그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잘 모른다. 물론 전쟁을 일으켜 패전한 것 정도는 다 알지만, 그들이 전쟁 중에 실제로 어떤 만행을  자행했는지는 잘 모른다. 조선에서 만주에서 자행한 야만적 행위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침략은 그 지역의 해방으로 호도되고, 진입한 일본군들은 어린이들을 안아주고, 민간인들에게 식량을 나눠주고, 함께 어울려 지내는 따뜻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옛날 베트남에 파병된 우리 군의 소식이 국내에서 어떻게 알려졌는지 생각하면 이해가 갈 것이다.


그럼 난징 대학살의 책임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나? 중국이 주도한 난징 전범재판에서는 진입 군 사단장 1명과 목 베기 시합을 해 150명 이상을 죽인 장교 둘 해서 3명이 처형되었다. 미국이 주도하여 동경에서 열린 극동 전범재판에서는 난징 진입 군 최고책임자와 외무부 장관이 사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그 외 학살을 실질적으로 명령하고 이를 집행한 수많은 학살자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직접 학살을 명령한 자도 실행한 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죄 없는 몇십만의 사람들이 학살되었는데, 학살을 명령한 자도 학살을 자행한 자도 없다. 국가범죄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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