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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26. 2022

영화: 안갯속에 가버린 사람

자신을 유린한 남자에 대한 복수

요즘 젊은 사람들은 ‘배호’란 가수를 잘 모를 것이다. 1960년대 중후반 그는 <돌아가는 삼각지>가 대히트를 치면서 최고의 인기가수의 반열에 올랐으며, 이후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누가 울어>등 히트곡을 연달아 내놓았다. 그는 혜성과 같이 나타나 불과 3-4년 간 절정의 인기를 누렸지만, 1971년 서른도 못된 나이에 지병으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가 부른 인기곡 중에는 <안개처럼 가버린 사람>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이 노래 역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영화 <안개처럼 가버린 사람>은 이 노래의 인기를 업고 1969년에 제작되었다. 그러나 노래와 영화의 내용은 별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https://youtu.be/BlkSpQkWlto


큰 회사의 사장인 부현(정민 분)은 상처를 하고 큰 저택에서 나이 든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가며 살아가고 있다. 넓은 집의 집안일을 나이 든 가정부 혼자가 하기 힘들어 그는 젊은 새로운 가정부를 구한다. 어느 날 그의 집에 미모의 젊은 여자가 가정부를 하겠다고 찾아온다. 정민은 즉각 그녀를 가정부로 채용하였다. 


새로운 가정부인 나영(김지미 분)은 실은 십여 년 전 부현(정민)의 집에 가정부로 일하였다. 그런데 그녀는 정민에게 몸을 빼앗기고 도망치다시피 이 집을 떠났다. 그녀는 부현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다시 가정부로 이 집에 온 것이다. 그렇지만 부현은 나영이 과거 자신이 겁탈한 여자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젊고 예쁜 데다가 일까지 잘하는 나영을 보고 부현은 점점 그녀에게 눈을 빼앗긴다. 그리고 그녀와 가까워지려 하고 나영 역시 그러한 부현을 받아들인다. 이즈음 외국에 나가 있던 정민의 아들 강진이 귀국한다. 강진은 큰 회사의 사장의 딸(태현실 분)과 약혼을 하고 있는데, 이제 귀국하여 결혼도 하고 아버지의 사업도 물려받을 예정이다. 

강진이 집으로 들어오자 나영은 그를 유혹한다. 강진도 미모의 나영을 보고 점점 마음을 빼앗긴다. 그런데 강진은 아버지인 부현이 나영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영은 강진에게 자신은 싫은데 부현이 자꾸 자신에게 다가와 어려운 처지라고 호소한다. 나영을 사랑하게 된 강진은 약혼자도 포기하고 나영과 함께 하려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부현은 아들을 크게 야단치고, 이 일로 부현, 강진 부자는 사이가 벌어져 결국 강진이 집을 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의 약혼도 깨어지고 만다. 


강진의 약혼녀는 큰 회사 사장의 딸이다. 그녀의 아버지 회사는 부현이 경영하는 회사와 사업상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강진의 파혼으로 약혼녀의 아버지는 부현과 거래를 끊고, 이에 따라 부현의 회사는 망하고 만다. 이때 비로소 강진은 나영이 과거 자기의 아버지가 유린한 여자이며, 복수를 위해 이 집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으로 인하여 아버지가 모든 것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 자살하고 만다. 사업의 실패와 아들의 자살로 큰 충격을 받은 부현도 목숨을 잃는다. 이 한 편의 복수극이 끝나자 나영은 미련 없이 부현의 집을 떠난다. 


여자의 복수는 무섭다. 그런데 부현은 어떻게 십 년 전 자신이 유린한 여자의 얼굴도 기억 못 하나... 지금에 와서 나영에게 마음을 빼앗겨 파멸의 길로 들어섰는데, 그 당시 좀 잘하지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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