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2. 07) 부모의 원수를 갚는 여자의 처절한 복수극
일본 영화 <슈라 유키히메>(修羅雪姫)를 감상했다. 억울하게 살해당한 부모의 복수를 하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인데, 폭력성의 강도가 꽤 높은 편이다. 2 연작 영화로 1편은 1973년, 2편은 1974년에 개봉되었다 한다. 20세기 초를 시대 배경으로 하는 영화인데, 영화 내내 피비린내 나는 칼싸움으로 점철된 장면이 계속된다.
처음 감상하는 영화이고, 주인공 역의 여배우도 처음 보는 배우인데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주인공의 캐릭터가 낯설지 않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흘러나오는 주제가도 어디선가 많이 들은 적이 있는 익숙한 노래이다. 가사도 많이 귀에 익다.
익숙하긴 한데 생각은 나지 않고... 답답하다. 주제가 가사를 실마리로 인터넷 검색을 해본다. 의외로 쉽게 찾았다. 바로 복수를 주제로 한 잔인하고 무자비한 헐리웃 폭력영화로서 TV 영화채널에서 1년에도 몇십 번씩 보여주는 영화 <킬빌>(Kill Bill)에 나오는 음악이다.
킬빌의 클라이맥스 장면, 눈 쌓인 일본식 정원에서 노란색 트레이닝 복을 입은 주인공 <더 브라이드>(우마 서먼 분)와 눈처럼 하얀 기모노를 입은 야쿠자 여두목 <오렌 이시이>(루시 리우 분)가 일본도를 들고 격투하는 신. 이때 흐르는 배경 음악이 바로 <슈라 유키히메>의 주제가 "슈라노 하나"(修羅の花, 수라의 꽃)이다. 하얀 눈 위에 방울방울 떨어지는 붉은 피, 그리고 처절감을 느끼게 하는 음악. 영화 <킬빌>은 <슈라 유키히메>를 모티브로 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슈라 유키히메의 주인공 유키(雪)와 킬빌의 오렌 이시이의 분위기도 어딘가 닮은 것 같다. 물론 유키는 선한 편이고, 오렌은 극악의 악당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오렌은 많이 미국화된 유키란 생각이 든다.
영화 <슈라 유키히메>의 주인공 여배우 카지 메이코(梶芽衣子). 배우 겸 가수로서 영화 주제가도 직접 불렀다. 그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는 대부분 복수극이며, 노래 또한 모두 어둡고 한이 서려있다. 그녀의 대표작으로는 <슈라 유키히메> 외에 <여죄수 사소리> 시리즈가 있다. 그 주제가 <원한의 노래>(怨み節) 또한 직접 불렀다.
폭력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번 볼만한 영화
<슈라노 하나>(修羅の花) <수라의 꽃>)
死んでいた朝に 弔いの雪か降る 죽어가는 아침에 장송의 흰 눈이 내린다
はぐれ犬の遠吠え 下駄の音軋む 길 잃은 들개의 먼 짖음 나막신 소리가 삐걱 인다
いんがなおもさ 見詰めて歩く 인과의 무거움을 응시하며 걸어가는
闇を抱きしめる 蛇の目傘ひとつ 어둠을 끌어안은 뱀 눈알 무늬 우산
命の道を行く女 涙はとうに捨てました 목숨의 먼 길을 가는 여자 눈물은 벌써 버려버렸소
ふりむいた川に 遠ざかる旅の灯が 돌아본 강에는 아득한 여정의 등이
凍てた鶴は動かず 哭いた雨と風 얼어붙은 학은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의 울음소리
冷えた水面に ほつれ髪映し 차가운 수면에 흩어진 머리카락 비치며
涙さえ見せない 蛇の目の傘一つ 눈물조차 보이지 않는 뱀 눈알 우산 하나
怨みの道を行く女 心はとうに捨てました。 원한의 먼길을 가는 여자 마음은 이미 버려버렸소
<영화 킬빌의 결투 신과 배경음악 슈라노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