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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Feb 13. 2021

드라마: <돈의 전쟁>과 <은과 금>

돈을 두고 속고 속이는 싸움  

최근  <돈의 전쟁>(銭の戦争)과 <은과 금>(銀と金)이라는 유사한 장르의 일본 드라마 두 편을 감상했다. 둘 다 돈을 두고 속고 속이는 내용의 드라마이다. 차이점이라면 <돈의 전쟁>은 사채업자와 기업이 얽혀 기업 탈취와 사채를 둘러싼 복잡한 싸움을 그린 내용이라면, <은과 금>은 도박을 주제로 돈을 둘러싼 싸움을 그린 내용이다. 둘 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여 제작한 드라마이다.


<돈의 전쟁>(銭の戦争, 제니노 센소)은 후지 TV에서 2015년 제작한 11회짜리 드라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배우인 <쿠사나기 쯔요시>(草彅剛)와 <오시마 유코>(大島優子)가 주연을 맡았다. 쿠사나기 쯔요시는 과거 일본 최고의 남성 아이돌 그룹이라는 SMAP의 멤버로서 활약했으며, 많은 예능, 드라마, 영화에도 출연한 만능 탤런트이다. 그가 출연한 영화 <일본 침몰> 등 몇몇 편은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된 바 있다. 


잠깐 옆길로 빠지지만 <쿠사나기 쯔요시>는 우리나라에서 ‘초난강’으로 불리고 있는데, 왜 그럴까? 쿠사나기 쯔요시는 성가운데 “나기”는 한자로 彅자로 표기한다. 그런데 이 글자는 일본에서 만든 한자로, 우리나라에는 없는 한자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발음으로는 읽을 수가 없다. 바둑기사 이세돌(李世乭)의 돌(乭) 자가 우리나라에서 만든 글자로,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를 읽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된다. 일본에는 쿠사나기란 성을 가진 사람이 제법 많은데, 이들은 보통 한자로 草薙로 쓰며, 아주 희귀하지만 草彅로 쓰는 성을 가진 사람도 있다. 


쿠사나기 쯔요시는 성(姓)인 쿠사나기를 한자로 草彅로 쓰지만, 보통 쿠사나기 성을 가진 사람은 草薙로 쓰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쿠사나기 쯔요시를 그냥 편한 대로 "草薙剛"으로 썼다. 그래서 이를 한자음 그대로 “초난강”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런데 薙자를 “난”으로 발음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다. 틀렸다. 薙자가 어려울 “難”와 비슷하여 사람들이 “난”으로 발음하는데, 실은 薙자는 "목련"이라는 뜻과 "깎는다"라는  두 가지 뜻을 갖고 있다. 목련이라는 뜻으로 사용할 때는 “치”, 깎는다는 뜻으로 사용할 때는 “체”로 발음하여야 한다. 草薙는 풀을 깎는다는 뜻이므로, 굳이 쿠사나기 쯔요시를 한자음으로 발음한다면 “초난강”이 아니라 “초체강”이라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면 쿠사나기(草薙)란 무엇일까? 일본 건국신화에서 천조대신(天照大神, 아마테라스노오오카미)이 천손(天孫)으로부터 거울, 검, 옥의 3가지 보물을 하사 받았는데, 이를 “3종의 신기(神器)”라 한다. 이 3개의 보물 가운데 검(劍)의 이름이 “쿠사나기의 검”(草薙劍, 쿠사나기노 쯔루기)이다. 쿠사나기란 성씨는 여기서부터 유래된 것이다. <쿠사나기의 검>은 겜뻬이 전쟁 때 간몬해협(関門海峡) 바닷속으로 유실되었다.

배우 쿠사나기 쯔요시, 일본 건국신화의 천조대신과 쿠사나기의 검 , 그리고 삼종의 신기

이야기가 너무 옆길로 샌 것 같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자. 


드라마 <돈의 전쟁>의 첫 편을 시청하기 시작했을 때 드라마 전개가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드라마 전개가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흔히 발견되는 막장식이다.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주인공의 캐릭터가 수시로 바뀌는 등 어거지가 심하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우리나라 SBS에서 방영한 <쩐의 전쟁>이라는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드라마라 한다.  <쩐의 전쟁>은 박인권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였다고 한다. 우리 드라마에서 박신양이 맡았던 역할을 쿠사나기 쯔요시가 맡았다.  


일본에서 시청자들로부터 스토리가 말도 안 되고 주인공의 캐릭터가 일관성이 없다는 등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시청률은 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막장 드라마는 어디서나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스토리나 캐릭터 묘사가 엉성함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드라마의 특징인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을 극대화하였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악당을 속여 빼앗은 막대한 돈을 악당에게 도로 돌려준다. 주인공을 범죄자로 만들지 않으려는 작가의 강박관념 때문인 것 같다. 보통의 일본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결말이다. 우리나라 작가들은 픽션 속에서도 법을 어겨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만화 <쩐의 전쟁>과 드라마 <쩐의 전쟁>, 그리고 일본 드라마 <돈의 전쟁>

<은과 금(銀と金)>은  대영 TV에서 제작한 12편짜리 드라마이다. <후쿠모토 노부유키>(福本伸幸)의 동명의 만화를 드라마로 만든 것이다.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만화는 태반이 도박을 주제로 한 것이다. 도박 외의 만화도 그렸지만, 도박만화에 비해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우리나라에도 <도박 묵시록 카이지>, <은과 금> 등 몇 편의 만화가 번역되어 꽤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안다. 그의 만화를 보면 그는 정말 도박 아이디어에서는 가히 천재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그의 손에 들어가면 세상의 거의 모든 일이 도박의 소재가 된다.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만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도박이 <마작>이다. 그 스스로 마작을 좋아하며, 상당한 실력자이다. 그는 일본 마작 만화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데, 그가 그린 마작 만화로는  <아까기, 어둠 속에 강림한 천재>, <천(天), 천하를 활보하는 쾌남아>, <열 받았군 벤짱> 등이 있다. 심리 묘사, 인물 묘사가 탁월하며, 스토리가 아주 탄탄하다. 대부분 스토리를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간다. 나는 그가 그린 마작 만화는 대부분 읽었다.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만화들

만화 <아까기>는 장장 37권으로 이루어진 만화인데, 1988년에 시작되어 2017년에 끝났다. <근대마작>이란 잡지에 연재된 만화이다. 7 권부터인가 목숨을 건 하룻밤의 마작 대결이 펼쳐지는데, 그 하룻밤 이야기가 1997년에 시작되어 20년이 지난 2017년에 끝났다. 정말 길고 긴 하룻밤이라 할 것이다. 나는 28권까지는 소장하고 있는데, 그 뒤편들도 구입해야겠다. <아까기>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은과 금>은 다양한 도박을 소재로 하고 있다. 12편의 드라마 중 처음 3편에는 주식을 둘러싼 쟁탈전, 두 번째 3편에서는 미술 감정(특히 세잔느 그림)을 소재로 한 도박, 세 번째 3편에서는 포커, 네 번째는 그의 전문 영역인  <마작>이다. 그의 만화에 등장하는 도박은 포커나 마작 같은 일반적인 겜블링도 독특한 발상으로 변형을 가해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든다. 다만 그는 포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포커는 베팅이 게임의 정수라 할 수 있는데, 베팅의 묘사가 영 서툴다.   

드라마 <은과 금>

경마에 찌들어있던 주인공 <모리타 테쯔오>는 사채업과 도박을 하는 <히라이 긴지>(平井銀二)에게 거두어들여져 그 밑에서 일하게 된다. 히라이 긴지는 잔혹한 사채업자이기도 하지만, 악당을 등쳐 돈을 버는 더 큰 악당이기도 하다. 긴지 밑에서 승부사로 커가는 테츠오는 4번의 도박을 차례로 이겨나간다.


일본 드라마는 우리나라 드라마보다 스토리 전개가 빨라서 좋다. 미국 드라마는 일본 드라마보다 더 빠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드라마는  스토리 전개가 너무 늦다. 그렇지만 중국 드라마보다는 훨씬 낫다. 중국 드라마를 보면 스토리 전개가 너무 느려  정말 속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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