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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21. 2022

영화: 내시의 아내

내시와 결혼한 여자의 슬픈 죽음

우리는 남성으로서의 생식기능을 잃은 사람으로서 궁중에서 일하는 사람을 내시(內寺) 또는 환관(宦官)이라 알고 있다. 엄격히 말해서는 내시와 환관은 다르다. 환관이란 생식기능을 잃은 남자로서 관직을 받고 궁안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이에 대해 내시는 내시부(內侍府)에 소속되어 내시부의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니까 내시부에 소속되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환관인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시부에 소속된 사람들은 대개가 환관이었으므로 내시와 환관이란 말을 그렇게까지 구분해서 사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내시들은 결혼을 하였을까? 내시들은 생물학적으로 남성의 기능을 갖지 못하였으므로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은 것 같지만, 그들 가운데도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여자들에게 그 무슨 가혹한 일이냐고 생각도 하겠지만 현대에도 섹스리스 부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나, 결혼이 반드시 생식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란 점을 생각한다면 내시들도 결혼을 못할 것은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서도 내시들이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특히 고위 내시나 권력을 가진 환관 들일수록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영화 <내시의 아내>는 내시 집안에 시집을 간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1975년에 제작되었다. 주인공으로서 당시 인기스타였던 이효춘이 내시의 아내 역을 맡았다. 이효춘(영화에서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은 몰락한 양반집 딸로서 집안을 위해 몸값을 받고 내시 집안으로 시집을 간다. 그 집안은 남편뿐만 아니라 시아버지도 내시이다. 내시가 어떻게 아들이 있냐고? 아마 양아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생식 능력을 잃은 남편은 아내에게 가학적인 행동을 한다. 며느리는 그렇게 힘든 날을 보내고 있는데, 오직 같은 고통을 겪어왔던 시어머니만이 그녀를 동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시어머니가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며느리는 어느 날 솔잎을 따러 산에 갔다가 어떤 남자와 통정을 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며느리는 그 남자와 가까워지게 된다. 시어머니가 이 사실을 눈치채지만 눈을 감아준다. 마침내 며느리는 그 남자와 함께 도망을 치기로 하고, 새벽에 물레방앗간에서 만나기로 한다.  


그렇지만 사내는 노름판에서 다툼 끝에 살인을 저지르고 끌려간다. 한편 물레방앗간에서 사내를 기다리고 있던 며느리는 사내를 기다리다가 행인들의 입을 통해 사내가 잡혀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갈 곳을 잃은 며느리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뭐 그저 그렇고 그런 영화이다. 에로티시즘 사극이라고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별로 그런 느낌도 들지 않는다. 기억 속에 사라졌던 이효춘이라는 여배우를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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