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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21. 2022

임진왜란(7): 일본의 활

왜 수군의 전투 방식과 활(弓矢)

임진왜란 때 왜 수군의 원거리 무기는 조총과 활이었다. 일본의 원거리 무기는 점차 활에서 조총으로 바뀌고 있었지만, 임진왜란 당시에도 여전히 해전에서 활을 많이 사용하였다고 한다. 특히 원거리 해상전에서는 화공이 큰 효력을 발휘하기도 하는데, 이 때는 역시 불화살을 쏠 수 있는 활이 조총보다 훨씬 유리하다. 


우리 민족은 활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인들도 이에 못지않게 자신들의 활에 대해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 역사에서도 명궁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전해 내려온다. 활이란 것이 옛날에는 공통적인 원거리 무기였으므로 명궁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나라에서나 발견된다고 할 것이다. 서양에서 로빈 훗이나 윌리엄 텔의 이야기가 인기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일본인들은 자신의 활을 화궁(和弓)이라 부르는데, 일본의 활은 조선의 활과 큰 차이가 있다. 먼저 가장 눈에 뜨이는 차이는 활의 크기이다. 조선시대 활의 길이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으나, 발견할 수가 없었다. 다만 우리 활의 크기를 눈대중으로 보면 길이가 대략 70-80센티 정도 되어 보인다. 이에 비해 일본 활은 장궁으로서 길이가 220센티 정도가 표준적이라고 한다. 엄청 길다. 옛날에는 지금보다 사람들의 키가 훨씬 작았을 텐데 이런 큰 활을 어떻게 쏘았을까?


임진왜란 당시 일본 성인 남자의 키가 어느 정도 되었을까? 몇십 년 전에 임진왜란 시대의 인물인 다테 마사무네(伊達政宗)란 영주의 무덤이 발굴된 바 있는데, 그는 독안룡(獨眼龍)이란 별명을 가졌던 시대의 효웅이었다. 그의 용모에 대해서는 기골이 장대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발굴된 그의 유골과 갑옷으로부터 그의 키를 추정한 결과 158센티 정도라고 밝혀졌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체격이 아주 왜소해, 키가 140센티 정도였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그 시대 일본 성인 남자의 평균 키는 150센티 정도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일본의 활

키가 150센티 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자기 키의 1.5배나 되는 장궁을 쏠 수 있었나? 지상에서 활을 20센티 정도 들고서 활을 쏜다면 활의 가운데 부분의 높이는 130센티 정도가 된다. 키가 150센티인 사람이라면 거의 목부분에 해당한다. 이래서야 활시위를 제대로 당길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활은 화살을 활의 중앙에 놓고 쏘는 것이 아니라 중앙보다 조금 아래쪽에 놓고 쏘게 된다. 


그럼 일본 활의 위력은 어느 정도였을까? 일본 활은 세계적으로 볼 때도 매우 큰 활이다. 활이 큰 만큼 무개도 20킬로 이상이 된다. 활이 크면 그에 비례하여 화살도 길고 무겁게 된다. 길고 무거운 활은 사정거리는 짧아지지만 대신 단거리에서 위력은 크다. 세계적으로 사이즈가 큰 활로는 중세 시대 영국의 롱 보우가 꼽히는데, 롱 보우는 강한 위력을 가진 활로 잘 알려져 있다. <내셔널 지오그라피> 방송에서 일본 활과 영국의 롱 보우를 비교하는 실험을 하였다 한다. 두 활 모두 무개가 23킬로그램이었는데, 활의 속도는 둘 모두 시속 122킬로미터로 나왔으나 위력은 일본 활이 조금 나았다고 한다. 


그러면 조선 활과 일본 활을 비교하면 그 위력이 어떠하였을까? 활의 성능을 비교하는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표가 최대 사거리이다. 그런데 이게 어떤 표준적인 조건 하에서 측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료마다 들쭉날쭉하다. 조선 활의 경우는 어떤 자료를 보면 400미터까지 날아간다고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데는 200미터라 하기도 하고 제각각이다. 유성룡의 징비록에는 120보로 나와있다고 한다. 이렇게 들쭉날쭉하기는 일본 활도 마찬가지이다. 4-500미터라는 주장도 있는 반면 130-150미터 정도라는 자료도 있다. 


우리나라 자료로는 일본 활과 조선 활의 성능을 비교하는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아마 우리는 당연히 조선 활이 우수할 것이므로 비교할 가치조차 없을 것이라 여겨서 그런지 모른다. 일본 자료에는 가끔 그 시대 일본 활과 조선 활을 비교하는 자료가 보인다. 대부분이 별로 신용은 가지 않는 자료이지만 일본 활이 우수하다는 주장과 조선 활이 우수하다는 주장이 반반 정도이다. 그런데 조선 활에서는 편전(片箭)을 많이 이용하였다. 대나무 통을 이용하여 짧은 화살을 쏘는 활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일본 자료에서도 일본 활보다 월등한 성능을 가졌다고 그 위력을 인정하고 있다. 편전은 일반 조선 활에 비해 최대 비거리가 2배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활의 성능이라는 것이 단순히 비거리만으로 만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확성, 취급의 편리성, 연사 능력, 관통력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활과 화살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관통력에서는 일본 활이, 정확성이나 취급의 편리성, 그리고 연사 능력 등에서는 조선 활이 우월하지 않았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짐작해본다. 


그런데 활의 성능에 관한 논쟁은 둘째 치고, 실제 전쟁에서는 이 활들이 어느 정도 거리에서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하는가가 중요할 것이다. 어떤 일본 기록을 보니 일본 활이 실제로 사람을 살상하는 효과, 즉 충분한 정확성과 관통력을 보유하는 거리는 30미터 정도라고 하기도 한다. 나는 이 정도가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활을 이용한 일본의 전투

나는 올림픽 양궁 중계방송을 볼 때마다 활의 위력에 대해 의문이 떠오른다. 올림픽에서 벌어지는 양궁 시합은 70미터 거리에서 이루어진다. 요즘의 활은 첨단소재로 만들어져 있어서 그 성능은 옛날의 활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TV 중계를 통해 과녁에 꽂히는 그 화살들을 보면, 그 위력이란 것이 도무지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그 정도의 화살들은 대나무로 만든 보호구만 입어도 충분히 방어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해 현대의 양궁 장비에 대해 스포츠에 특화된 장비라 그 위력이 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있을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다닐 때 국궁장에 여러 번 가 본 적이 있었다. 10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활을 쏘는데, 그 가운데는 나무로 된 과녁에 맞고도 꽂히지 않고 떨어지는 화살도 적지 않았다. 그때도 그걸 보면서 실제 전쟁에서 저런 화살을 맞고 사람이 죽거나 다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면 하늘을 까맣게 덮은 화살이 날아와 사람들을 관통해 버리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그건 영화라서 그런 거고.    


그럼 또 이렇게 반문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옛날 천하무적의 몽고군들이 활을 무기로 세계를 제패하였다는데, 그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이건 순전히 나의 짐작에 불과하지만 몽고의 기마병들은 그들의 뛰어난 기동력을 바탕으로 아마 거의 5미터 이내의 근거리에서 활을 발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유럽의 용기병(dragoon)들도 적의 바로 앞에서 총을 발사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임진왜란 시 특히 해전에서는 활은 거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였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불화살도 마찬가지이다. 장작불을 붙여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불 피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장작 아래 불쏘시개를 넣고 불을 붙여도 좀처럼 장작에 불이 붙지 않는다. 그리고 불이 조금 붙었다가도 이내 꺼지기 십상이다. 그런데 불화살을 맞았다고 해서 쉽게 화재가 발생할까? 또 병사들이 그걸 구경만 하고는 있지 않을 텐데... 그렇기 때문에 결국 고전적 해전은 이승식(移乘式) 전투, 즉 상대방 배에 뛰어들어 백병전을 벌이는 방식으로 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임진왜란 해전에 있어서 순전히 내 짐작 만으로 지난 이야기에서는 조총이, 이번에는 활이 그다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늘어놓았다. 사실 나는 총이나 활과 같은 무기에 대해 잘 모른다. 그저 여러 문헌을 보면서 상식에 기초하여 그렇게 판단하고, 나의 생각과 또 일상생활에서 얻는 경험으로부터 이런 짐작을 하였을 뿐이다. 혹시 여기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 계시면 말씀해 주신다면 대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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