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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Sep 02. 2022

영화: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

베트남 전쟁에서 사교(邪敎)의 신이 되어 버린 엘리트 미군 장교

1974년 베트남 전쟁이 베트남의 승리로 끝난 이후 1970년대 말부터는 미국에서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반전(反戰) 영화가 제작되기 시작하였다. 보통 반전 영화는 베트남 전쟁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 등의 잔학사나 명분 없는 전쟁에 투입된 미군들의 피폐해져 가는 인간성 등을 소재로 하는 것이 많았는데, 영화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은 미군 엘리트 장교가 광기에 빠져 마치 사교 집단과 같은 자신의 왕국을 만든다는 좀 독특한 내용이다. 이 영화는 1979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상당히 높이 평가받아,  미국 아카데미상, 골든 글로브상,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등 많은 영화상을 수상하였다. 


미군 공수부대의 윌러드 대위는 명분 없는 전쟁에 지쳐 거의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상태이다. 그런 그에게 새로운 명령이 떨어지는데, 바로 군에서 이탈하여 베트남의 정글 속에서 자신의 왕국을 건설한 커츠 대령을 암살하라는 것이다. 윌러드 대위는 명령을 받은 즉시 몇 명의 부하를 데리고 커츠 대령을 찾아 나선다. 커츠 대령은 넝 강을 따라 깊숙이 올라간 정글 지대에 숨어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윌러드 대위는 기관총으로 무장한 작은 철선을 타도 넝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넝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윌러드는 커츠 대령의 기록을 살펴본다. 그는 미군에서 보기 드문 엘리트 장교였다. 육군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그가 어느 부대에 배속되건 그는 최고의 군인으로 평가받았다. 군 내외부에서 모두가 그를 장래의 육군 총사령관이 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런 그가 베트남 전에서 사령부의 명령을 어기고 독자 행동을 하였으며, 급기야는 부대를 이탈하여 정글 속에 그만의 집단을 만들어 왕처럼 군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넘 강을 거슬러 올라가던 윌러드 대위 일행은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실감하기도 하고, 또 여러 차례 위기를 맞기도 한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베트남의 농촌 마을을 공습하는 미군을 만난다. 그들은 대단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재미로 베트남 마을을 공습하고, 또 주민에게 총질을 한다. 지휘관이 서핑을 좋아하는데, 마을 앞에 서핑하기 좋은 바닷가가 있다는 이유에서 마을을 공습하여 불 지른다. 


다시 윌러드 일행을 실은 배는 출발한다. 다음에 만난 미군부대에서는 위문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 온 쇼걸이 무대에 오르자 무대에 병사들이 너도나도 뛰어올라 난장판이 되어 버린다. 위문공연단은 허급지급 떠나 버린다. 다음에 만난 부대는 베트콩과 교전 중이다. 치열한 교전을 벌이면서도 병사들은 자신의 부대의 지휘관이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이 전투를 벌이는지도 모른다. 그저 베트콩이 공격해오니 응사할 뿐이다. 

베트콩과의 교전에서 부하 한 명을 잃은 윌러드 대위는 전사한 사병을 묻을 자리를 찾다가 몇 명의 프랑스 인들을 만난다. 그들은 정글 속에 대저택에 살고 있으며, 많은 베트남인들을 고용하여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들은 프랑스가 이곳을 지배할 때부터 이곳에서 농장을 경영했던 사람들로서, 프랑스가 물러난 이후에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무장을 한 채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희생도 적지 않다. 식민지배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람들이다. 


윌러드가 탄 배는 어느덧 넌 강의 상류에 진입하였다. 윌러드 일행은 갑자기 기괴한 모습을 한 사람들로부터 습격을 받는다. 부하들은 대항해 싸우려고 하였지만, 상대의 숫자가 너무 많아 윌러드는 부하들에게 저항을 포기하도록 한다. 윌러드와 그 부하들은 정글 속으로 끌려간다. 그곳은 커츠 대령이 지배하는 왕국이었다. 마을 곳곳에는 죽은 시체가 널려 있고, 사람들은 사교의 광신자들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윌러드의 부하들은 감시를 받으며 마을에서 풀려나 지내지만, 윌러드는 지하 감옥에 갇힌다. 어느 날 그곳에 커츠 대령이 찾아온다. 그는 엘리트 미군 장교로서의 모습은 간 데 없고 사교의 교주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는 마치 신과 같은 권능으로 사람을 다스리고 있다. 그러나 윌러드와 대화를 나누는 커츠로부터는 광기로 인해 인성이 파괴된 사람의 분위기가 풍긴다. 커츠는 이미 삶을 포기한 사람 같아 보인다. 커츠는 윌러드도 풀어주고 마을 사람과 함께 지내도록 한다. 


마을을 돌아본 윌러드는 그 참혹함에 전율한다. 마을 곳곳에 시체가 뒹굴고, 어린아이들 조차 사람이 죽어가는데 대해서 아무런 감정도 갖지 못하고 있다. 죽은 사람들의 신체의 일부가 굴러다니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사교의 광신도처럼 정신이 빠져 있는 상태이다. 윌러드는 커츠를 죽이기로 한다. 그는 커츠의 침실에 잠입하여 칼로 커츠를 찔러 죽인다. 그리고 나와서는 주민들에게 자신이 커츠를 죽였다고 소리친다. 그런데 주민들은 처음에는 조금 동요를 보였으나 곧 자기네들이 지금까지 신과 같이 받들던 사람을 죽였다고 하는데도 그다지 반응이 없다. 


윌러드는 주민들을 남겨놓고 부하들을 이끌고 마을을 출발한다. 남겨진 주민들은 어떠한 선택을 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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