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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Sep 04. 2022

임진왜란(10): 조선 수군의 당파(撞破) 전술

당파 전술은 얼마나 효과적이었을까?

임진왜란 해전에서 조선 수군의 전투 방식 중에 중요한 것으로 꼽히는 것이 당파 혹은 당격(撞擊) 전술로서, 아군의 배로 적선을 받아 파괴하는 방법이다. 특히 거북선의 활약과 관련하여 이 당파 공격법이 강조되고 있다. 거북선은 돌격선 역할을 하였으므로 적의 선단 속으로 뛰어들어 당파로 적의 함선을 파괴하였다고 한다. 


조선의 전함인 판옥선은 주로 참나무나 소나무 등 단단한 나무의 목재를 이용하여 만들어 튼튼했다고 한다. 이에 비하여 왜군의 배들은 주로 약한 재질인 삼나무 목재로 만들었기 때문에 판옥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해 판옥선과 부딪힐 경우 쉽게 파손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실제로 당파 전술을 사용하였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당파 전술이 유력한 전술 가운데 하나였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당파 전술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역사학자가 아닌 나로서는 어느 쪽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에서는 “적선 30척 당파(賊船三十隻撞破)”라는 구절이 나와 있다고 한다. 또 경남도청에서 운영하는 이순신 웹사이트에서는 당파 전술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당파(撞破)란 적선에 충격을 가해 파괴하는 전술로서, 화포에서 발사되는 피사체에 의한 적선의 당파가 일반적인 전술 형태로 정착하였다. 거북선을 중심으로 한 당파 전술은 1592년 5월의 사천 해전을 시작으로 많은 전투에서 효과적으로 이용되었다. 사천해전, 당포해전, 부산포해전 외에도 매 전투마다 거북선과 판옥선에 의한 당파 전술은 적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조선 수군이 당파 전술로 적선을 격침할 수 있었던 것은 판옥선과 거북선이 적선보다 견고하였던 점과 탑재 무기가 성능 면에서 뛰어났기 때문이다.”


일본 측 기록에는 이에 관한 언급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한국의 자료를 토대로 “조선 수군의 화포와 당파 전술에 의해 큰 타격을 입었다.”라는 기록은 찾을 수 있었다. 


여기서 “당파(撞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자. “당”(撞)이란 “찌르다” 혹은 “치다”의 의미이다. 우리는 “빌리어드”(billiard)를 당구(撞球)라 한다. 즉 공을 찌르는 혹은 치는 게임이라는 뜻이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당파 전술은 아군의 배를 적군의 배에 부딪혀 파괴하는 전술로 이해된다. 그런데 경남도청의 자료에 따르면 당파를 적군에 배에 화포를 쏘아 파괴하는 전술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은 “당파”란 말을 사용하였지만, 그 정확한 뜻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럼 상식을 바탕으로 조선 수군과 일본 수군의 전투 장면을 함께 상상해 보도록 하자. 왜군의 대형 함선인 아다케부네(安宅船)는 숫자도 매우 적지만 지휘관이 타는 지휘선으로서 직접 전투에 참가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왜군의 주력 전투함은 세키부네(關船)였을 것이다. 세키부네에는 적의 조총병과 궁병이 타고 조선 함선을 공격하는 한편, 돌격병들이 조선의 배에 올라타 백병전을 치를 기회를 노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수의 코바야부네(小早船)가 조선 함선에 뛰어들 병사를 싣고 판옥선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을 것이다. 

조선의 대형 판옥선의 길이가 25-30미터 정도인데, 세키부네의 길이는 20미터 남짓이다. 아마 중형 혹은 소형 판옥선과 비교해서는 크기에 있어 그다지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거기다가 세키부네는 갑판 위에 방어를 위해 목재로 된 큰 구조물을 설치하고 있어서 배의 무게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판옥선과 세키부네 두 배의 덩치가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왜의 세키부네가 아무리 약한 목재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판옥선이 돌진하여 충돌할 경우  판옥선도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란 사실은 틀림없다. 이런 위험을 무릎 쓰고 과연 조선 수군이 아군의 배를 적군의 배에 충돌시키는 작전을 사용하였을까 의문이 간다. 


예를 들어보자. 요즘에는 여객선이나 수송선은 크기가 작더라도 대부분 철선이다. 이에 비해 소형 어선의 경우는 목선이 많다. 잘 아시다시피 나무와 철은 그 강도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를 들면 한강 유람선이 역시 그보다 크기가 비슷하거나 아니면 조금 작은 어선을 정면으로 들이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실험을 해보지 않아 정확한 결과는 모르겠지만 유람선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며, 특히 승선한 사람들의 피해는 상당할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에 조선 수군이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적의 중대형 함선을 들이받았다고는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상대가 아주 작은 선박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코하야부네는 배의 길이가 길어야 10미터 정도이고 높이도 기껏해야 해상에서 1미터 정도이다. 판옥선과는 엄청난 체급 차이가 있다. 판옥선에서 내려다볼 때는 작은 조각배같이 보일 것이다. 이 정도의 체급 차이라면 배를 충돌시키더라도 아군의 피해는 경미한 대신, 적선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적의 소형 선박에 대해서는 당파 전법이 아주 유력한 전술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코하야부네는 스피드를 가장 우선시하는 경량 전투함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스피드가 느린 판옥선이 어느 정도 당파 작전을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조선 수군의 주력 무기는 화포와 활이다. 그런데 이것으로는 상대방 함선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기는 어렵다. 화포로 적의 배를 침몰시킨다고 할 때 현자총통으로 야구공 보다 조금 작은 쇳덩어리를 얼마나 쏘아야 목재선이 침몰할 것인가?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당파 전술은 한 번의 충돌로 작은 배를 산산조각 낼 위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므로 성공만 한다면 아주 유력한 전술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당파 전술의 상징처럼 보이는 거북선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거북선은 우리가 세계적으로 자부심을 갖는 조선의 전함이지만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정확한 모습은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일본 자료에는 “귀갑선(龜甲船, 거북선)은 수수께끼의 함선이며, 그 존재 자체도 의문이다.”라는 내용까지 보인다. 그러나 에도(江戸) 시대 발간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관한 기록에도 거북선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조금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거북선의 모습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거의 10여 가지의 주장이 있다고 한다. 어느 것이 맞는지는 알 수 없으므로 우리에게 지금 가장 익숙한 모습으로 알려진 거북선을 모델로 하여 함께 상상의 날개를 펴보자. 


거북선이 조선 수군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전략 무기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해전에서 이것이 어떻게 활용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베일에 쌓여있다. 거북선을 앞세우고 공격했다는 표현은 나오지만 실제로 거북선이 어떻게 싸웠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거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우리가 상상하는 거북선의 전투 모습은 적의 함선 가운데로 돌진하여 닥치는 대로 적선에 충돌하여 적선을 파괴함과 아울러 배의 양 옆으로 대포를 발사하여 적선을 쳐부수는 광경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생각을 해보자. 잘 아시다시피 거북선은 판옥선에다가 목재로 된 덮개를 씌우고 그 위에 쇠침을 박은 배다. 거북선의 이러한 구조는 일본 수군의 가장 장기인 함선에 뛰어들어 백병전을 벌이는 전술을 방어하는데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그렇지만 판옥선에 덮개를 씌웠다고 해서 배의 강도가 높아지거나, 스피드가 빨라지거나 기타 여러 가지 공격력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덮개의 무개 때문에 배의 스피드는 오히려 느려질 것이다. 그리고 덮개 때문에 궁수의 활동에도 제약이 따른다. 보통 판옥선이 당파 전술을 사용할 경우 아군의 배도 충격을 받는다면 거북선도 마찬가지이다. 또 적선에 대한 당파 전술을 벌이는 데 있어서 거북 머리는 방해가 될 뿐이다. 한 번의 충돌로도 거북의 목은 부러질 가능성이 클 것이다. 


이런 점에서 거북선의 공격력이 다른 판옥선에 비해 뛰어날 합리적 이유는 찾기 어렵다. 다만 적의 주된 공격 전술인 함상 백병전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방어에 아주 유리한 전투함이다. 즉, 거북선은 공격보다는 방어에 중점을 둔 전투함이다. 물론 방어에 따른 위험이 낮으므로 더 과감한 공격이 가능할 것이라는 추론은 가능할 것이다.  


조선 수군의 또 다른 중요 무기로서 “미늘창”이 있다. 미늘창이란 창 끝에 가로로 미늘처럼 생긴 창날을 달고 있는 창을 말한다. 일반 창은 끝이 뾰족하게 되어 있어 적을 찌르는 용도로 사용되지만, 미늘창은 걸고 낚아채는데 유용한 창이다. 마치 창 끝에 낫을 달아놓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미늘창은 왜군이 백병전을 위해 조선 배로 옮겨 타려는 것을 방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왜군의 배는 판옥선에 비해 낮아 조선군의 배안으로 난입하려는 왜병들은 밧줄이나 줄사다리를 이용하여 기어올라 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늘창은 이들을 뿌리치고, 또 배에 걸린 밧줄이나 줄사다리를 제거하는데 아주 유용하였을 것이다. 


이전에 소개한 바 있는 포르투갈 신부 프로이스가 쓴 <일본사>에서는 조선 수군은 미늘창을 아주 능숙하게 사용하여 일본 수군이 조선 수군을 공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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