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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Feb 28. 2021

드라마: 마레

세계 제일의 파티쉬에를 꿈꾸는 소녀의 이야기

일본 NHK TV에서는 매일 아침 7시 30분경 <TV소설>이라는 프로그램의 아침 드라마를 방영한다. 한편이 대략 150회 정도 되니까, 우리나라의 일일 아침 드라마와 비슷한 분량의 드라마이다. 다운로드를 하여 지난달부터 보기 시작한 TV 소설, "마레"란 제목의 드라마를 오늘 드디어 끝을 보았다. 그것도 전편을 모두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보려니 하도 힘들어서 태블릿 PC라도 하나 마련해야겠다.


항상 허황된 꿈을 좇는 아버지의 파산으로 마레 일가는 쫒기 듯 시골로 내려간다. 마레 일가가 일본 호쿠리쿠(北陸) 지방의 노토반도(能登半島)  끝자락에 있는 와지마시(輪島市)로 이사 오면서부터 드라마는 시작된다. (호쿠리쿠 지방은 오사카에서 북쪽으로 똑바로 올라가 우리나라 동해와 만나는 곳에 있는 지역이다.)  마레는 한자로 희(希)라고 쓰며, 이는 “드물다”라는 뜻과 “희망”이라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의 허황된 꿈으로 집안이 파산당하였고, 그 때문에 고생을 겪게 되는 마레로서는 아버지의 허황된 꿈에 질려서 "꿈"이란 말을 가장 싫어한다. “꿈”을 주제로 한 초등학교 글짓기 시간에서 "나는 꿈이란 걸 제일 싫어한다. 착실하게 쪼잔하게 살아가는 게 최고다." 란 글을 쓸 정도이다.


그런 마레가 세계 제일의 파티시예(제빵사, 제과사)가 될 꿈을 안고 나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이다. 마레는 파티시예가 되고 싶었지만, 그런 기약 없는 꿈을 좇기보다는 시청의 말단 공무원이 되어 쪼잔하게 살아가는 길을 스스로 선택한다. 그러나 주위의 격려로 마레는 공무원을 그만두고 파티시예의 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많은 고난이 닥치지만 화목한 가정, 따뜻한 이웃들의 배려 속에서 마레는 꿈을 키워 나간다. 


노토반도의 아름다운 자연, 한 가족과 같은 정겨운 이웃들, 서로 마음을 터놓는 친구들의 우정이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드라마 중간중간에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이시카와 사유리(石川さゆり)가 부르는 <能登半島>도 비록 오래된 노래지만 드라마와 잘 어울린다. 마레는 비록 세계 제일의 파티시예가 되진 못하지만, 마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파티시예가 되어 맛있는 과자로 이웃들을 즐겁게 행복하게 하면서 힘차게 살아간다.                     

https://youtu.be/c3GRMAdnCwY


能登半島                                                    


1.                                                                           1. 

夜明け間近 北の海は波も荒く                      

心細い旅の女 泣かせるよう                         

ほつれ髪を指に 巻いて溜息つき               

通り過ぎる 景色ばかり見つめていた             

十九なかばの 恋知らず                        

十九なかばで 恋を知り                        

あなた あなたたずねて行く旅は             

夏から秋への 能登半島                           


새벽해 뜰무렵 북쪽바다는 파도도 거칠고

혼자서 여행하는 여자를 울리려 하네

흩어진 머리를 손가락에 감으며 한숨지으며

흘러 지나가는 경치만을 바라보고 있다

열아홉 무렵의 사랑을 알지 못하고

열아홉 무렵에 사랑을 알아버려

당신, 당신을 찾으러 가는 여행은

여름부터 가을로의 노도반도


2.                                                                          

ここにいると 旅の葉書もらった時        

胸の奥で何か急に はじけたよう                   

一夜だけの旅の 仕度すぐにつくり            

熱い胸に とびこみたい私だった                 

十九なかばの 恋知らず                           

十九なかばで 恋を知り                            

すべて すべて投げ出し駈けつける                 

夏から秋への 能登半島                                    

あなた あなたたずねて行く旅は                   

夏から秋への 能登半島                               


여기에 있다는 여행의 엽서를 받았을 때에

가슴 속에서 무언가 급히 생각이 떠올라

하룻밤만의 여행 준비를 바로 서둘러

뜨거운 가슴에 뛰어들고 싶은 저였어요

열아홉 무렵의 사랑을 알지 못하고

열아홉 무렵에 사랑을 알어버려

모든걸 모든걸 던져버리고 뛰쳐나온 

여름부터 가을로의 노도반도

당신 당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여름부터 가을로의 노도반도


TV소설은 이번의 "마레"로 세 번째이다. 첫 번째가 해녀를 소재로 한 "아마짱", 두 번째가 소설 <빨강머리 앤>의 번역자인 하나코(花子)를 주인공으로 한 실명 드라마 "하나코와 앤"이었다. 세 편 모두가 잔잔하게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TV소설에는 악인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점 착하다 못해 바보 같은 주인공과 악독하기 그지없는 상대 간의 끊임없는 갈등구조로 점철된 우리나라 아침 드라마와는 차이가 많다.


일본 드라마를 보면 특히 가족애를 주제로 한 것이 많다. TV소설이 그 전형적이다. 그리고 한 가족과 같은 따뜻한 이웃들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인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가끔 등장하지만, 이들도 결코 악인은 아니다. 모두 착한 사람들로서, 단지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를 뿐이다. 이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가정파괴, 가족파괴"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이웃 간 "공동체 의식"이  사라져 가는 일본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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