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징(南京) 대학살을 배경으로 한 화류계 여성들의 고귀한 희생
영화 <금릉십삼채>(金陵十三钗)는 난징 대학살을 배경으로 일본군으로부터 어린 소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화류계의 여성들이 스스로의 몸을 던지는 이야기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중국이 낳은 명감독인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아주 감동적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지나친 국뽕 영화라는 비판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영화를 감상하고 아주 감동을 받았다.
진링(金陵, 금릉)은 난징(南京)의 옛 이름이다. 그리고 채(钗)는 비녀란 뜻으로 여자를 의미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금릉십삼채(金陵十三钗)는 난징의 13명의 여자라는 뜻인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13명의 수녀 학교 소녀와 그녀들보다 나이가 든 13명의 화류계 여성이 나온다. 이 영화에 제목에서 말하는 십삼채(十三钗)는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우리나라 제목에는 13소녀라 하여 수녀 학교 소녀들을 지칭하는 것 같으나, 나는 십삼채가 13명의 화류계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1937년 12월 일본군의 난징 대공격이 시작되었다. 중국군은 반격에 나서 보지만 일방적으로 밀릴 뿐이다. 일본군은 쉽게 난징 전 지역을 점령한다. 간혹 도시 이곳저곳에서 중국군의 응전이 있지만, 이들은 일본군의 공격에 쉽게 제압되어 버린다.
포연이 자욱하고 총알이 빗발치며 거리마다 시체가 뒹굴고 있는 거리를 어떤 서양인이 달려온다. 그는 서양 장의사인 존으로서, 난징에 있는 윈체스터 대성당에서 사망한 잉글먼 신부의 장례를 위해 성당을 찾아가는 길이다. 그는 여러 번 위기를 맞지만 무사히 성당에 도착한다. 존은 아주 속물적인 사람이다. 그에게는 돈이 모든 것이며, 이렇게 위험 속에서도 장례를 위해 대성당을 찾는 것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존이 성당에 도착해보니 아무도 없다. 남겨둔 값비싼 물건이 없나 하고 찾아보는데, 신부 제복이 나온다. 그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 신부복으로 갈아입는다. 구석방에서 소녀들이 몰려나온다. 이 소녀들은 성당에서 운영하는 수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로서 나이는 대력 15세 전후 정도로 보인다. 그녀들은 신부 제복을 입은 존을 보고 신부라고 오해한다. 급박한 전쟁상황에서 의지할 것 없는 아이들은 존을 의지할 뿐이다. 소녀들 숫자는 13명이다.
얼마 후 화려한 옷을 입은 한 무리의 여자들이 성당 안으로 몸을 피해 온다. 그녀들은 아마 창가(娼家)에서 몸을 파는 여자들인 것 같다. 짙은 화장을 하고 천박한 말을 주고받는 그녀들을 보면서 수녀 학교 소녀들은 그녀들을 경멸하나 어쨌든 이 두 그룹의 여자들은 함께 지내게 된다. 또 조금 지나서는 일본군에게 마지막 저항을 하던 중국군 장교가 부상을 당한 소년병을 데리고 성당으로 들어온다. 존은 이들도 숨겨준다. 여자들은 부상당한 소년병을 간호해준다.
난징을 완전 점령한 일본군은 성당 안으로도 난입한다. 미친 야수와 같은 이들은 성당에 있는 소녀들을 보고 눈빛이 변한다. 금방이라도 난행을 저지를 태세이다. 존이 필사적으로 아이들을 지키려고 하지만 소용없다. 이때 일본군 고급장교가 부하들을 이끌고 성당 안으로 들어온다. 그는 다른 일본군과는 달리 인텔리로서 상당히 예의 바르고 점잖은 사람이다. 그는 부하들에게 난행을 일체 저지르지 말 것을 명령하고, 부하들로 하여금 성당을 호위하도록 한다.
이렇게 무사히 위기를 넘기는가 했더니 위기는 바로 찾아온다. 다음날 다시 성당을 방문한 일본군 장교는 다음날 열리는 일본군 지휘부의 승전 기념 파티에 소녀들을 초청하겠으니 와서 노래를 불러달라고 한다. 그곳에 소녀들을 보낸다면 소녀들이 어떤 일을 당할지 뻔히 보인다. 존은 소녀들을 보낼 수 없다고 완강히 거부하지만, 일본군 장교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 내일 시간에 맞춰 사람과 차를 보낼 테니까 그때까지 준비하고 기다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군 장교는 물러갔다.
소녀들은 비탄에 빠졌다. 내일 파티장에 가서 자신들이 당할 일을 생각하며 슬피 운다. 이때 화류계 여성들이 나선다. 자기네들은 이런 일에 익숙하니까 소녀들 대신에 자신들이 가겠다는 것이다. 소녀들은 그럴 수 없다고 사양하지만, 화류계 여성들의 결심은 단호하다. 존도 그녀들의 의사를 받아들인다. 그런데 소녀들 대신에 화류계 여성들이 파티에 나간다면, 그 일은 결국 탄로 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시 소녀들에게 화가 미친다. 존은 은밀히 소녀들을 빼돌리기 위한 준비를 한다.
다음날 소녀들을 데리러 온 차가 도착하였다. 화류계 여성들은 수녀 학교의 소녀들로 분장을 하고 그들과 함께 떠난다. 차가 떠나자 존은 즉시 소녀들을 데리고 성당을 떠날 준비를 한다. 어렵게 준비한 낡은 트럭에 소녀들을 태우고, 일본군 장교로부터 얻은 통행증을 이용하여 죽음의 도시 난징을 무사히 빠져나간다. 소녀들은 드디어 안전지대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일본군 파티에 참석한 화류계 여성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도 모른다. 그날 이후 그녀들 가운데 다시 눈에 뜨인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