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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10. 2022

영화: 내 이름은 튜니티

밤비노, 튜니티 형제의 활약을 그린 코믹 마카로니 웨스턴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서부영화(Western)은 전통적으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정의의 편에 있는 주인공이 악당들을 물리치거나 아니면 기병대나 카우보이가 인디언 등과 싸우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전통적 웨스턴은 대부분 영화의 대단원에 이르러 한 번의 싸움으로 영화가 마무리되는 전개가 많다. 그러다 보니 정통 웨스턴을 감상하고 있자면 특히 전반부는 따분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정통 웨스턴에 큰 변화를 가져온 새로운 웨스턴이 바로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마카로니 웨스턴이다. 


마카로니 웨스턴은 정통 웨스턴에 비해 폭력성이 강하고, 영화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치열한 싸움의 연속이고 주인공과 악당, 그러니까 선과 악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은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 1960년대 중반부터 마카로니 웨스턴이 제작되기 시작하자 그동안 권선징악의 전통적인 웨스턴에 식상해하던 영화 팬들은 급속이 마카로니 웨스턴에 빠졌다. 이후 1970년대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전성시대가 되었고, 이후의 서부 영화도 마카로니 웨스턴 스타일에 큰 영향을 받은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가운데 마카로니 웨스턴 가운데 좀 특별한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코믹성을 가미한 마카로니 웨스턴이다. 기존의 마카로니 웨스턴이 잔혹성에 중점을 두었다면 코믹 마카로니 웨스턴은 잔혹성 대신 코믹성을 강조한 그런 작품들이었다. 코믹 마카로니 웨스턴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테렌스 힐과 버드 스펜서가 콤비를 이루어 출연한 영화들일 것이다. 이들 두 사람이 컴비를 이룬 코믹 마카로니 웨스턴의 첫 작품이 바로 <내 이름은 튜니티>(They Call Me Trinity)로서, 이 영화는 1970년에 제작되었으나, 우리나라에는 1979년에 개봉되었다. 


나는 젊은 시절 이 영화를 보고 정말 원 없이 웃었다. 그런데 40여 년이 지난 최근에 다시 이 영화를 감상하였는데, 그때와 같은 웃음이 나지는 않았다. 이전에 본 영화를 다시 보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유머감각에도 변화가 생겼기 때문인지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옛날에 그렇게 재미있게 보았던 TV의 코미디나 개그 프로그램도 지금은 시큰둥한 느낌이니, 아마 나이 탓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서부를 떠돌고 있는 방랑자 튜니티(테렌스 힐 분)는 형인 밤비노(버드 스펜서 분)가 보안관 노릇을 하고 있는 작은 도시로 간다. 그러나 밤비노는 진짜 보안관은 아니다. 그는 보안권과 싸움을 벌이다 죽이고 말아, 진짜 보안관 대신에 가짜 보안관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튜니티는 주먹싸움도 잘하지만 총솜씨는 일품이다. 백발백중의 정확성에 전광석화와 같은 속사를 자랑하고 있다. 그와 권총 결투를 하는 악당들은 그의 빠른 총솜씨에 넋을 놓기 일수이다. 형인 밤비노 역시 총의 달인이지만, 그보다는 괴력을 자랑한다. 그의 육중한 주먹에 한 방 맞으면 누구라도 나가떨어지지 않고는 못 배긴다. 


밤비노가 있는 마을에 온 튜니티는 마을에 있는 조무래기 악당들과 여러 차례 싸움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텃세를 하던 이들 작은 악당들은 모두 튜니티에게 혼이 난다. 튜니티와 작은 악당들의 싸움에는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코믹한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이 마을에는 선량한 주민들을 등치는 마을 권력자와 그가 고용한 똘마니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런데 마을 인근으로 몰몬 교도들이 정착하려 무리를 지어 이동해온다. 마을 권력자는 이들 몰몬 교도들이 자신의 사업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여 쫓아내려 한다. 그래서 똘마니들을 보내 이들에게 행패를 부리게 하는데, 비폭력주의자들은 몰몬 교도는 이들의 행패에 속수무책이다. 몰몬 교도들이 똘마니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연히 튜니티와 밤비노가 이 일에 끼어들어 똘마니들을 혼내 쫓아낸다. 이 일로 몰몬 교도들은 튜니티뫄 밤비노를 자신들의 은인으로 생각한다. 

몰몬교 지도자에게는 금발 머리를 한 아름다운 두 딸이 있다. 두 딸은 튜니티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며, 그녀들의 아버지 역시 튜니티에게 자신의 딸들과 결혼하라고 강력히 권한다. 튜니티 역시 이 아름다운 두 딸들이 싫지 않다. 몰몬교는 일부다처주의를 고수하고 있으므로, 튜니티가 두 딸을 모두 아내로 맞아들여도 아무 문제가 없다. 


튜니티와 밤비노에게 쫓겨간 똘마니들이 전열을 정비하여 다시 쳐들어오려 한다. 튜니티와 밤비노도 비폭력주의자들인 몰몬 교도들에게 싸움 훈련을 시켜 이들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한다. 며칠 후 똘마니들의 대부대가 몰몬교들을 공격해오고, 튜니티와 밤비노를 앞세운 몰몬 교도들도 적극 맞서 싸워 대결투가 벌어진다. 난투극 끝에 몰몬 교도들은 튜니티와 밤비노의 대활약에 힘입어 똘마니들을 쫓아낸다. 이제 몰몬 교도들은 이곳에 새로이 정착촌을 건설할 수 있게 되었다. 


튜니티는 몰몬교 지도자의 아름다운 두 딸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 생각이다. 그런데 튜니티는 몰몬교 지도자가 자신을 따르는 교도들에게 “저 형제(튜니티)도 우리와 같이 평생 농사를 지으며 이곳에서 살 것”이라고 연설하는 말을 듣고는, 기겁을 하고 붙잡은 두 딸을 뿌리치고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친다. 


이 영화를 처음 볼 때처럼 웃음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지금 보아도 여전히 재미있다. 특히 튜니티와 밤비노가 연속적으로 벌리는 코믹한 대결 장면은 이 영화의 진짜 재미이다. 사실 이 영화는 스토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스토리보다는 코믹한 장면 장면을 보는 것이 이 영화의 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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