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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Sep 26. 2022

영화: 영원한 제국

금등지사를 둘러싼 왕과 신하 사이의 권력투쟁

조선 역사에 있어 왕실의 비극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사건이 사도세자(思悼世子)의 죽음이다. 아버지인 영조의 명에 의해 뒤주에 갇힌 채 죽어갔던 사도세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동정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또 그의 죽음은 당파싸움의 산물이라 여기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사도세자의 죽음을 직접 명한 사람은 분명히 그의 아버지인 영조 임금인데, 과연 그가 당파싸움으로 인해 억울한 죽음을 당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에 쌓여 있다. 


사도세자의 부인인 혜경궁 홍 씨가 쓴 <한중록>에서는 사도세자의 억울함과 그리고 그 죽음 후에 세자빈이 겪었던 원통함을 후세에 남기고 있다. 사도세자의 죽음이 당파싸움, 특히 당시 권력을 손아귀에 쥐고 있던 노론들의 음모에 의한 것이었다면, 응당 아들 정조가 왕위에 올라 이에 대한 보복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지만, 정조 즉위 후에도 여전히 노론이 권력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었다. 


영화 <영원한 제국>은 정조 임금의 시대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하여 영조가 남겼다고 하는 금등지사(金縢之詞)를 둘러싸고 발생한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하루 동안 일어난 왕권(王權)과 신권(臣權)의 대립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1995년에 제작되었다. 금등지사란 억울하거나 비밀을 유지할 사건이 발생하였으나 이를 당시에는 밝힐 수 없어 후세에 이를 밝히도록 하여 진실을 알리도록 하는 문서를 말한다. 영조가 사도세자의 죽음의 진실과 관련한 금등지사를 남겼다고 하는데, 확인되지는 않은 이야기이다.  

때는 정조 임금의 시대, 어느 날 새벽 왕(안성기 분)의 명을 받아 선대왕의 서책을 정리하던 장종오가 숨진 채로 발견된다. 장종오의 죽음을 가장 먼저 알게 된 규장각 관리인 이인몽(조재현 분)은 주위에 이 사건에 대해 발설하지 말도록 당부하고는 정조에게 보고한다. 이인몽은 남인으로서 정조의 총애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인몽의 보고를 받은 정조는 노론의 총수인 심환지(최종원 분)에게 이 사건의 조사를 맡긴다. 그리고 이인몽에는 <시경천견록고>라는 책을 찾아오라는 밀명을 내린다. 


이인몽은 형조참의인 정약용(김명곤 분)에게 이 사건을 알아보도록 부탁하는데, 정약용은 장종오의 죽음은 석탄 가스 중독에 의한 질식사란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죽음은 바로 ‘시경천견록고’라는 책과 관련되어 누군가의 손에 죽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렇게 사건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남인의 거두이자 정조의 스승이었던 채제공의 아들 채이숙이 노론 측의 음모에 의해 고문으로 죽는다. 그리고 이인몽과 함께 장종오의 죽음을 발견하였던 내시 이경출 역시 노론에 의해 처형된다. 


이날 일어난 세 명의 죽음은 금등지사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금등지사는 어떤 책인가? 정조가 이인몽에게 찾으려고 명한 <시경천견록고>가 금등지사인가? 모든 것이 수수께끼인 상태에서 금등지사가 공개되면 왕실과 조정에 큰 회오리바람이 몰아칠 것이라는 소문이 온 궁궐을 뒤숭숭하게 만든다. 그런 와중에 금등지사는 이인몽의 전처(김혜수 분)가 가져갔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노론 측은 그녀를 쫓는다. 


결국 장종오를 죽인 것은 내시감 서인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이는 노론 세력을 제거할 빌미를 만들기 위한 정조의 계략이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된다. 정조의 쳐놓은 함정에 빠진 것을 안 노론의 총수 심환지는 왕이 신하를 상대로 공작을 하였다며 분노한다. 


그리고 그날 밤 고문으로 죽은 채이숙의 아버지 채제공의 집에는 금등지사와 관련있는 사람들이 하나씩 모여드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영화는 왕권을 강화하려는 정조와 그가 가까이하려는 남인과 그리고 신권을 주장하면서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노론 간의 권력투쟁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역사드라마에서는 왕권(王權)과 신권(臣權)이라든 두 대립되는 이념의 다툼이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나로서는 과연 그러하였는지 의심스럽다. 또 이 영화에서는 사도세자의 죽음을 사도세자가 왕권을 강화하려는 개혁을 이끌어 가려는데 대해 신권을 주장하면서 권세를 누리고 있는 노론이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사도세자를 광인으로 몰아 죽였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과연 사도세자가 그러한 개혁을 추구하였는지 그 사실에 대해서도 의심스럽다. 사도세자는 그 비극적 죽음으로 인해 생전의 행실이 가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광인(狂人) 아니면 현대적 용어로 표현하자면 사이코패스였을지도 모른다. 그는 생전에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어떤 특별한 정치적 목적 때문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비위에 거슬렸다는 사소한 이유로 궁녀나 내시 등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던 것이었다. 그가 죽였다고 하는 사람의 수는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살인광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신분은 세자였으므로, 결국 그의 죄를 물을 사람은 아버지이자 왕인 영조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 <영원한 제국>을 감상하면서 나는 솔직히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거의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영화는 일종의 역사 추리극이다. 그런데 사건의 전개나 등장인물에 대한 별다른 설명도 없이 사건이 전개되어 도저히 스토리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영화를 보면서 인터넷에서 영화 리뷰를 찾아 읽어보고, 다시 영화를 되돌려 보곤 했지만 사건이 왜 그렇게 진행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이 영화는 대학교수이자 소설가인 이인화 씨가 쓴 같은 이름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소설은 읽어보지 못하여 뭐라 평가할 수 없으나, 영화만을 따로 떼어 볼 때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렵다. 우선 영화 팬이 감상을 하고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영화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대종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한 7개 부문 상을 석권하였다고 한다.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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