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Oct 21. 2022

영화: 신주쿠 흐트러진 거리・갈 때까지 기다려요

신주쿠 뒷골목의 낡은 술집과 셋방에서 벌어지는 청춘들의 이야기

영화 <신주쿠 흐트러진 거리・갈 때까지 기다려요>(新宿乱れ街・いくまで待って)는 1977년에 제작되었는데, 당시의 영화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 “현대 여성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그린 영화라 호평하고 있다. 그렇지만 당시로서는 현대 여성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50년 전의 여성의 새로운 삶의 방식이라 해야 할 것 같다. 


일본도 동양사회의 한 구성인 만큼 사회에서의 남녀의 역할이라던가 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서양과는 많이 다르다. 물론 우리나라와 비한다면 많이 개방된 편이지만, 1970년대라면 일본에서도 여전히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많이 남아있던 시기였다. 지금에 와서 볼 때는 이 영화는 별 것도 아니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것 같다. 

일본 동경에 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신주쿠역 일대는 세계 최대의 환락가이다. 수많은 음식점과 술집이 골목골목에 빽빽이 들어서 있으며, 온갖 종류의 풍속 업소(성관련 업소)도 즐비하다. 좁은 골목이 마치 거미줄같이 나있는 신주쿠의 어느 구석에 작은 술집들이 늘어서 있는 작은 골목이 있다. 그곳에 네온이 켜질 무렵이 되면 젊은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모여든다.


그곳에 있는 작은 바 <잣코바란>(雑苦場乱)에서 일하고 있는 미미는 그녀는 여배우 지망생으로서 성격이 좋다. 그녀는 시나리오 작가를 지망하는 사와이(沢井)를 좋아하여 근처에 작은 방을 얻어 그와 동거하고 있다. 미미는 잣코바란을 찾은 사와이에게 지폐를 몇 장 쥐어준다. 돈을 움켜쥔 사와이는 거리로 나와 ‘음란 자매’라 놀림을 받는 유키, 사키가 있는 술집 슈미(酒味)로 향한다. 


사와이는 계속 시나리오를 쓰지만 그것을 받아주는 영화사는 없다. 그는 낮에는 빈둥대며, 밤이 되면 술에 쩌든 생활을 한다. 미미가 술집 알바로 버는 돈을 사와이에게 건네주면 사와이는 그 돈을 탕진해 버린다. 미미는 사와이가 좋아 집을 나와 사와이와 동거하고 있다. 사와이에게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라고 하지만 사와이는 건성으로 듣는다. 그리고 술에 취하면 예사로 미미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술집 잣코바란에 모이는 손님들은 대개 영화 관계자들이다. 미미는 그들에게 사와이가 쓴 시나리오를 잘 봐달라고 하지만, 그들은 사와이의 작품이 수준 이하라 생각한다. 잣코바란을 찾은 영화감독은 미미의 부탁으로 사와이가 쓴 시나리오를 읽어보지만, 거기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미미에게 영화 출연을 않겠냐는 제안을 한다. 미미는 감독의 말을 듣고 기꺼이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한다. 


영화에 데뷔한 미미는 순식간에 유망 여배우로 떠오른다. 영화에 대한 평도 좋고, 또 배우로서의 그녀에 대한 평가도 높아진다. 사와이는 미미의 이러한 변화가 감독과의 불륜에 따른 대가라 의심한다. 그리고 미미에게 폭력을 휘두른 후 집을 나간다. 미미는 그런 사와이와의 생활에 회의를 느끼면서도 여전히 사와이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어쩌지 못한다. 


미미는 이제 인기 여배우의 반열에 오른다. 삼류 시나리오 작가와의 동거생활이 그녀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미미와 사와이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작가의 이전글 영화: 알리타 배틀 앤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