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학교에서 주먹이 제일 센 불량학생을 무엇이라 지칭하는지 잘 모르겠다. “짱”, 혹은 “학교짱”이라는 말이 있는 것 같던데, 학교에서 대장질을 하는 불량학생을 지칭하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학교에서 주먹이 제일 세어 불량학생들의 대장 노릇을 하는 학생을 ‘반쬬’(番長)라 한다. 그런데 주먹을 쓰는 학생이 반드시 남자아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자 아이들 가운데서도 불량소녀들의 대장 노릇을 하는 여학생이 있다. 그런 아이들을 일본에서는 ‘여반쬬’(女番長) 혹은 스케반(助番 혹은 スケ番)이라 한다.
그러면 스케반이란 무슨 뜻일까? ‘스케’는 여자를 가리키는 속어이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 여자를 가리키는 속어로 어떤 말을 사용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옛날에는 ‘깔치’라는 말을 많이 썼다. “너 애인 있어?”하는 말을 “너 깔치 있어?”라는 식으로 표현하였다. 일본어의 스케는 우리말로 하면 이 ‘깔치’라는 말과 아주 비슷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스케반이란 ‘여자 반쬬’을 줄인 속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형사를 가리키는 은어로서 ‘짭새’라는 말이 사용되는 듯하다. 이와 비슷하게 일본에서는 형사를 뜻하는 속어로 ‘데카’라는 말이 있다. 영화 스케반 데카(スケバン刑事)는 여고생 형사 이야기를 그린 같은 이름의 만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서 1987년에 제작되었다. 만화 <스케반 형사>는 대히트를 친 만화인데,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TV 드라마로 방영되었고, 다시 실사 영화로 제작한 것이 본 영화로서 1987년에 제작되었다.
학교에서 스케반인 여고생인 사사미야 사키(麻宮サキ)는 어머니가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으로 마음에 상처를 안고 있다. 어머니는 이 사건으로 법원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갇혀 있다. 어느 날 사키는 경찰청의 쿠라야미(暗闇) 경시(우리나라의 총경 정도의 경찰 직위)로부터 어떤 제안을 받는다. 쿠라야미 경시는 스케반 형사라는 비밀 조직을 총괄하는 인물인데, 스케반이란 여고생 가운데서 선발한 형사로서 일반 형사들이 수사를 하기 어려운 학교에서 일어난 범죄를 조사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제2대 스케반 형사로 활약하던 아사미야 사키는 형사 생활을 마치고 학교에서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던 중 우연히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지옥성이란 외딴섬에 불량학생들을 모아 만든 학교가 있는데, 그곳에서는 군사훈련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장인 핫도리는 학생들을 살인 병기로 키워 쿠데타를 일으킬 계획이다. 이곳의 학생인 카즈오(和夫)는 친구 키쿠오(喜久男)와 함께 이러한 음모를 밝히려 증거품을 가지고 지옥성을 탈출하였는데, 카즈오가 떨어트린 증거물을 우연히 사키가 습득한 것이다.
쿠라야미 경시는 사키에게 지옥성을 조사하도록 지시한다. 사키는 키쿠오와 그의 동생 메구미, 그리고 다른 스케반들과 함께 지옥성에 잠입한다. 지옥성에 잠입한 이들은 교장인 핫도리에게 잡혀 위기에 처하나 곧 감옥을 탈출하여 교장을 비롯한 살인 병기로 키워진 지옥성 학생들과 일대 격전을 벌이게 된다. 치열한 격전 끝에 사키 일행은 악마성의 시설들을 파괴하고, 악마성에 잡혀있던 소녀들을 구하여 무사히 탈출한다.
나는 <스케반 형사>가 그다지 재미있다고는 생각 않았지만, 당시 일본에서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서인지 꽤 히트를 쳤다고 한다. 그래서 첫 편이 나온 뒤 바로 이듬해인 1988년에 제2편이 제작되었다.
제2편은 일본 정부가 범죄 예방을 위해 만든 청년 조직이 그 막강한 힘을 이용하여 도리어 정부를 장악하려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경시청의 아사미야 경시는 이들 조직을 지휘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조직의 우두머리가 오히려 경시를 체포하고 정부 장악을 시도한다. 이에 사카는 이미 은퇴한 역대 스케반 형사들을 소집하여 이들 조직과 싸워 결국 그들의 야욕을 분쇄한다.
스케반 형사가 사용하는 무기는 특수 제작한 요요이다. 이 요요는 총보다도 오히려 더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한다. 이 영화는 악당들과 싸우는 이야기로 특히 맨몸 격투가 많이 나온다. 특별히 스턴트맨을 사용하지 않고 여고생으로 등장하는 배우들이 액션 연기도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액션은 영 서툴다. 또 무기가 요요이다 보니까 그것이 아무리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하더라도 역시 액션의 박진감 면에서는 총칼을 따라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