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남해 섬여행: 보길도와 청산도(4)

(2020-04-15) 장보고의 발길을 따라 걷는 완도 여행

by 이재형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완도를 관광한 후 쉬엄쉬엄 집으로 가기로 했다.


완도라 하면 남해안에 있는 보잘것없는 조그만 섬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거제도나 남해도 등과 같이 연육교(連陸橋)인 완도대교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어 자동차로 쉽게 완도에 갈 수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그리고 완도항이 소재한 완도읍은 웬만한 도시 못지않다. 많은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 있고 사람들로 붐빈다. 다만 주위에 큰 도시가 없어, 도시의 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숙소가 <완도 전복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출발 전에 전복을 좀 사기로 했다. 아주 큰 것이 킬로 당 5만 원, 중간 크기는 3만 5천 원 정도라는데, 집사람이 아주 싸다고 한다. 큰 것, 중간 것 각각 1킬로씩 샀는데, 아주 깔끔하게 포장을 해준다.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도 옛날보다는 참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완도 타워>로 갔다. 바닷가 높은 언덕 위에 있는 탑으로, 완도와 그 일대 바다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아쉽게도 코로나 19로 인해 당분간 휴관이라 한다. 그렇지만 타워 주위 여기저기 완도의 경치를 조망할 장소가 많다. 저 멀리 완도대교와 함께 다도해의 수많은 섬들로 둘러싸여 있는 완도 앞바다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참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다. 지난번에 통영에 가서 참 좋은 곳이라 생각했지만, 완도도 그에 못 지 않다. 얼마간이라도 눌러살고 싶은 도시이다.


다음 행선지는 <청해진 유적지>이다. 청해진 유적지는 완도 바로 옆에 붙어있는 작은 부속 섬에 위치해있는데, 지금은 나무로 만든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유적지에는 새로 지어진 몇 개의 건물이 있고, 잔디와 나무가 심어져 깨끗이 정돈되어 있다. 섬을 둘러싼 얕은 토성의 흔적을 제외한다면 유적이라 할 만한 것은 거의 없다. 청해진이 설치된 지 1,200년이나 지났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인공적인 유적보다는 섬 자체를 하나의 유적이라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20200415_115024.jpg
20200415_113707.jpg
청해진 유적

토성에 오르고 보니 과연 이곳이 천혜의 요새라는 생각이 든다. 주위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외적의 침입과 주위의 선박 왕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지만 섬의 면적은 생각보단 좁은 느낌이다. 그 시대에 여기에 만약 병력이 상주했다면 기껏해야 몇 백 명 정도였을 것 같다.


문득 장보고란 사람이 어떤 인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해상세력을 형성하고 당과 왜 사이에서 중개무역을 하면서 막대한 부를 쌓고 해상을 지배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청해진의 군사는 1만이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그 시대에 무슨 무역을 할 것이 그리 많았을까? 완도 일대 넓은 지역을 지배하였다면 모르겠지만, 해상무역만으로 과연 그런 군사력을 뒷받침할 경제력을 보유할 수 있었을까? 선진국의 당나라 물품을 수입해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도대체 왜로부터 수입할 물건이 무엇이 있었을까? 여러 의문이 떠오른다.


12시가 넘었는데 아직 아침도 먹지 못했다. 유적지를 나오니 바로 앞에 슈퍼를 겸한 작은 식당이 보인다. 허기가 져서 이것저것 가릴 형편이 못되어 그 식당에 들어갔더니 가게 가운데 탁자가 3개 놓여있다. 할머니가 혼자 준비를 하는데, 낙지볶음이 가장 빨리 된다고 한다. 별로 기대를 않고 주문했는데, 아주 맛있다. 싱싱한 산낙지로 요리한 것이라 낙지가 아주 탱글탱글하여 씹는 맛도 그만이다. 양푼이에 밥과 낙지볶음을 넣어 비벼 한 그릇 뚝딱이다.


다음은 드라마 <해신>(海神) 촬영장이다. 해신은 15년 전쯤 KBS에서 방영한 역사드라마로서, 장보고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수종이 장보고 역을 맡았다. 장보고와 왕건, 그리고 대조영과 김춘추가 최수종이란 한 사람의 배우를 통해 이미지가 겹친다. 드라마 해신의 세트장은 몇 곳이 있는데, 여긴 청해진을 촬영한 세트장이다. 세트장은 풍광이 좋은 해변에 위치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아주 넓다. 그리고 세트장이라 길레 엉성하게 날림으로 지은 건물들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제법 잘 만든 건물들이다. 세트장에는 KBS 역사드라마를 비롯하여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방영된 사극 영화 및 드라마들의 사진이 이곳저곳에 장식되어 있다. 한 번쯤은 가볼만한 장소이다. 1인당 5,000원이란 입장료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20200415_133650.jpg
20200415_133812.jpg
20200415_134136.jpg
20200415_133950.jpg
드라마 <해신> 촬영장

이제 바로 집으로 간다. 완도에서 해남 쪽으로 고속국도를 달렸다. 가던 중 대흥사란 표지판이 보인다. 해남 두륜산(頭輪山)에 있는 절로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찰이다. 집사람이 들렀다 가자고 한다. 피곤해서 싫었지만 어쩔 수 없다. 피곤해서 걷기가 싫어 절 아래쪽에 있는 대형 주차장을 지나 절 바로 아래에 있는 주차장까지 차로 갔다. 산을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두륜산은 높이는 꽤 높지만 매우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산이다. 산 전체가 완만한 느낌을 주며, 산의 경사면도 아주 완만하다.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푸근한 느낌을 주는 산이다. 대흥사는 두류산 자락의 좋은 자리에 넓은 터를 차지하고 있다. 건물도 상당히 많다. 마당 가운데 있는 큰 소나무가 있는 연못은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축소해놓은 느낌이다. 쉽게 볼 수 없는 좋은 정원이다. 집사람도 피곤한지 불공을 짧게 드리고 나온다.

20200415_145206.jpg
20200415_145524.jpg
두류산 대흥사

이제 집으로 출발이다. 오늘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 집에 도착하면 곧 개표방송이다. 4년마다 한 번씩 즐기는 재미를 놓쳐서는 안 된다.


3박 4일의 남해 섬 여행을 마치고...

가자! 집으로!




keyword
이전 09화남해 섬여행: 보길도와 청산도(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