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2) 고군산 군도
지난 두 번의 남해 섬 여행을 마치고, 곧바로 서해 섬 여행을 하려 했으나, 여러 가지 사정이 생겨 미룰 수밖에 없었다. 대략 주변 정리를 하고 다시 섬 여행을 시작한다. 지난번 섬 여행은 남해 섬 여행으로 모두 배를 이용하였지만, 이번은 행선지가 서해 섬들이며, 교통편은 배 대신에 자동차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자동차로 섬 여행이 가능하게 된 것은 많은 섬에 육지와 연결된 연육교(連陸橋)가 건설되었기 때문이다. 연육교뿐만 아니라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도교(連島橋)도 많이 건설되어 자동차로 이 섬, 저 섬을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거제도, 남해도, 완도, 진도, 영종도, 가덕도 등 주요 섬들은 대부분 연육교를 통해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전국적으로 50개 이상의 연육교가 건설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섬 여행에서는 서해의 고군산군도(古郡山群島)와 신안군의 섬 일대를 돌아볼 예정이다. 이전의 여행에서는 사전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출발하였다. 그러다 보니 다음 행선지를 그때그때 결정하였고, 그 어디로 갈지 결정하는데 시간도 걸렸고 또 경유지도 두서없이 정해져 시간낭비가 많았다. 이번에는 일정계획을 사전에 세우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획대로 하기로 하였다.
오전 10시경 세종시 집을 출발하였다. 먼저 군산을 거쳐 새만금 방조제로 갈 계획이다. 새만금 방조제로 가는 길에 군산항이 나타난다. 세종시로 이사한 이후 군산항에는 대여섯 번 찾아왔다. 거리상으로는 대천이나 보령 등 충청도 연안 항구에 비해 다소 멀지만, 시간상으로는 더 짧게 소요되기 때문에 바다에 가고 싶을 때, 종종 군산을 찾았기 때문이다.
군산항과 군산역 근처에는 <군산 근대화 거리>가 있다. 잘 아시다시피 군산항은 일제시대 조선에서 생산된 쌀을 일본으로 반출하는 해상 물류거점이었다. 이 때문에 군산은 지방도시로서는 크게 번성하였고, 근대화도 비교적 빨리 이루어졌다. 일제시대에는 국제물류 중심지로서, 그리고 해방 후는 산업시설로 도시가 번성하였다. 일제시대 군산항 근처에는 많은 일본식 고급주택이 건설되었으며, 해방 이후에는 이에 더하여 새로운 서민적 거리가 조성되었다.
<군산 근대화 거리>는 이러한 과거 군산의 건물과 거리를 살려서 새로운 문화의 거리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일제시대 적산가옥은 다양한 소전시관이나 예술공간으로 부활하고, 1950-60년대의 흔적이 그대로 남은 옛 거리는 우리의 향수를 자극하는 그리움의 공간으로 다가온다. 이 때문에 이 거리는 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 공간으로 이용되고 하였다. 특히 거리 한 모퉁이에 있는 <초원사진관>은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 공간으로 등장하여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다. 군산지역에서는 꼭 추천하고 싶은 문화의 거리이다.
이야기가 너무 옆길로 빠졌다. 군산항을 지나 한참 달리니 바닷가의 넓은 공장지대가 나오고, 잠시 후 <새만금 방조제>가 나타난다. 방조제 위에는 왕복 4차선의 넓은 도로가 건설되었는데, 이를 통해 <고군산군도>는 육지와 연결된다. 방조제 양 옆으로는 서해의 바닷물이 넘실거린다. 육지에서 똑바로 일직선으로 뻗어나간 도로는 고군산군도의 첫 번째 섬인 <신시도>(新侍島)로 연결된다. 신시도는 면척이 4평방 킬로미터 조금 넘고, 주민이 350명 정도가 되는 섬이다. 고군산군도의 24개 섬 가운데, 가장 큰 섬이며, 고군산군도의 출발점이 되는 섬이기도 하다.
신시도에 들어가면 먼저 도로 오른쪽에 <신시도항>이 나타난다. 아주 조그만 항구로 특별한 건 없다. 조금 더 가면 섬과 섬을 잇는 큰 다리가 나온다. <신시도>와 <무녀도>를 잇는 연도교이다. 다리를 건너면 <무녀도>(巫女島)이다.
사실 나는 <고군산군도>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다.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유명한 섬은 <선유도>(仙遊島)인데, 2년인가 3년 전에 <선유도> 관광을 위해 이곳 <무녀도>에 온 적이 있다. 그때 이미 <무녀도>와 <선유도>를 잇는 연도교가 완공되었으나, 섬 주민을 제외하고는 자동차 통행은 허용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룬 가운데, <선유도>에 위치한 식당들만이 소형버스를 이용하여 관광객들에게 교통편을 제공하였다. 식당을 이용 않는 관광객들은 걷거나 스쿠터 혹은 자전거를 렌트하여 <선유도>에 갈 수밖에 없었다. 렌트 가격도 지나친 폭리였다. 그 때문에 화가 나서 <선유도> 관광을 포기하였다.
당시의 <무녀도> 주차장 자리는 이전보다 잘 정비되어 지금도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주차장은 초승달처럼 생긴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다. 저 멀리 <무녀도>의 작은 어촌마을이 보인다. 마을 쪽으로 걸어가자니 갑자기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다. 어쩔 수 없이 차로 돌아왔다.
연도교를 건너 <선유도>로 건너갔다. 다리를 지나 선유도로 들어서자마자 길 왼쪽으로 <몽돌해수욕장> 표시가 나온다. 내려가니 작은 항구가 나온다. 삼면이 육지와 방파제로 둘러싸인 아늑한 항구이다. 몽돌해수욕장은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 해안으로 나무로 만든 산책 보도가 보인다. 산책 보도는 해안 바위 절벽을 따라 놓여있다.
산책 보도를 따라 걸어 나갔다. 절벽 아래 해상 보도를 딸아 걸으며 보는 바다 풍경은 절경이었다. 멀고 가까운 섬들이 그림같이 펼쳐져있고, 먼바다는 섬들과 기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산책 보도는 작은 돌출된 반도를 한 바퀴 돌도록 되어 있다. 30분 정도 걸으니 출발점에 가까워진다. 알고 보니 출발점 바로 뒷 쪽이 <몽돌 해수욕장>이다. 몽돌 해변의 원조는 거제도라 할 수 있다. 거제도의 몽돌해변은 반들반들한 검은 둥근 자갈을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 몽돌해수욕장은 돌 크기는 비슷하지만 흰색 돌이고 둥글기도 거제도보단 못한 것 같다.
다시 선유도 안쪽으로 차를 운전해가니 오른쪽에 선유도 3구로 가는 길이 나온다. 선유도 3구는 마치 선유도에 붙어있는 작은 섬같이 보이는데, 방파제처럼 생긴 작은 길로 선유도와 연결되어 있어 독립된 섬이라고 하긴 어려운 것 같다. 3구로 연결된 길을 따라 형성된 모래사장은 <명사십리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에는 여러 가지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아주 예쁜 해수욕장이다. 젊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려와 놀기에 아주 좋을 것 같다. 선유도에서 선유도3구 쪽으로 보면서 방파제 왼쪽은 명사십리 해수욕장이고 오른쪽은 갯벌이다. 어떻게 길 하나를 두고 바다가 이렇게 다른지 모르겠다.
장자도(壯子島)로 갔다. 장자도는 <고군산군도> 가운데 자동차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섬이다. 섬 면적이 0.1평방 킬로가 조금 넘은 아주 작은 섬이다. 인구도 100명 정도라 한다. 장자도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마을로 가는 길이 나오고, 마을 입구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다. 마을은 아주 좁아 자동차가 들어가기는 어렵다. 장자도에는 대장봉이라는 바위산이 있다. 높이는 150미터 조금 못 미치는데, 산이 아름답고 또 주위 바다 풍경이 잘 보이는데 위치하고 있어 관광객들에게 아주 인기 있는 산이다. 올라가 보고 싶었지만, 이제 위험한 곳에는 가지 않으려고 결심한 바 있기 때문에 그만두었다. 대신 산 아래쪽에서 바닷가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이제 고군산군도를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