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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로 떠나는 서해섬여행E2

(2020-06-02) 변산반도와 영광 법성포

by 이재형

다음 행선지는 변산반도이다. <고군산군도>에서 변산반도는 <새만금 방파제>로 바로 건너갈 수 있다. 그러니까 <새만금 방조제>는 군산과 <고군산군도>의 초입에 있는 신시도와 변산반도 3곳을 꼭짓점으로 하는 삼각형의 두 변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신시도에서 변산반도를 향해 <새만금 방조제> 도로를 달렸다. 일직선으로 뻥 뚫려있는 도로이다. 자동차가 별로 없어 차들이 쏜살같이 달린다. 한참을 달리니 차들이 몇 대 밀려있다. 자동차 사고로 5-6대의 차들이 처참하게 파손되어 있고, 파손된 차들이 도로 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차가 한 대씩 겨우 비켜서 지나간다.


이 넓은 도로에 차도 별로 다니지 않는 상항에서 무슨 이유로 충돌사고가 일어난 지 모르겠다. 그것도 한 두 대가 아닌 여러 대가... 필시 서로 도발적으로 운전하다 그랬으리라. 저들은 평소에도 다른 사람에게 위협적으로 운전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런 점에서는 한편으론 안되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샘통이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변산반도로 들어서서 바로 <내소사>(來蘇寺)로 향했다. 생각보다 큰 절이다. 내소사로 올라가는 길 양쪽은 전나무가 줄지어 서있다. 전나무 숲길은 내소사의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이다. 한참 걸어 올라가다 보니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 장소가 나온다. 잘 가꾸어진 나무 사이로 작은 연못이 만들어져 있다. 아주 아담한 연못이다. 절집은 아주 넓게 자리 잡고 있는데, 배경이 되는 뒷 산과 아주 잘 어울린다. 절 앞에 큰 느티나무가 있다. 나이가 1,000년이나 되었고, 나무 둘레는 7.5미터라 한다. 아주 멋진 느티나무이다. 국가 보호수(保護樹)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대웅전 건물에는 단청이 칠해져 있지 않다. 낡아서 그런 건지, 일부러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단청이 칠해져 있지 않으니 또 그런대로 다른 아름다움도 있다. 절집은 여러 채로 이루어져 있는데, 건물과 건물이 잘 어울리고, 또 이들 건물들은 배경이 되는 산들과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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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소항>으로 이동하였다. 곰소항은 젓갈과 염전으로 유명하다. 곰소항에 들어가니 큰 주차장이 있고, 건물들은 모두 젓갈 판매점으로 채워져 있다. 보통 작은 항구에 가면 항구 앞 건물은 거의가 활어를 파는 횟집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곳 곰소항은 횟집은 찾기 힘들고, 거의 모두가 젓갈 판매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젓갈 판매점으로 유명한 곳은 경기도 소래포구와 충남 강경 등이다. 그런데 이곳 곰소항 젓갈집들은 소래나 강경에 비해 규모도 훨씬 클뿐더러 숫자도 훨씬 많은 것 같다. 마을 전체가 젓갈 판매점이다.


저녁을 굴비정식으로 먹기로 했다. 굴비라면 영광굴비가 유명하고, 영광굴비는 모두 법성포에서 만들어진다. 영광 법성포(法聖浦)를 향해 달렸다. 법성포가 조그만 어항 촌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시가지가 제법 크며 현대식 건물도 많다. 웬만한 읍 정도의 규모는 되어 보인다. 시가지 전체가 굴비 판매점 아니면 굴비 식당이다. 저녁이 조금 이른 것 같아 법성포 근처에 있는 <계마항>이라는 작은 항구 구경을 가기로 했다. 법성포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데, 아주 아름다운 항구라 한다. 계마항 근처에 있는 <백수해안도로>는 바다를 일몰이 아름다워 해안도로 드라이브의 명소라 한다.


<계마항> 가는 길은 조금 외지다는 느낌이 들었다. 법성포에서 바다에 연한 좁은 산길을 계속 달리다 보니 항구가 보인다. 항구는 아주 작았다. 그렇지만 항구를 안고 있는 뒷 산은 마치 바다를 품고 있는 듯, 산과 바다가 잘 어울리고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외진 항구이다 보니 항구가 그다지 단정하게 정비되어 있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관광객 눈을 위해 항구를 정비할 수는 없는 일이고....


다시 법성포로 돌아왔다. 굴비정식을 먹으려면 반주를 한잔해야 한다. 집사람이 밤에는 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반주 한잔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먼저 근처에 숙소를 정해야 한다. 근처에 있는 모텔에 전화를 해보니 모두 만실이라 빈 방이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영광읍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영광읍에서도 숙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모두 만실이라 하는데, 겨우 모텔 방 한 개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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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사 19 사태로 소상공인들이 어렵다고 하는데, 숙박업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지금까지 몇 번의 여행 경험으로 보면 소도시일수록 숙소를 잡기 어렵고, 또 값도 비싼 것 같다. 대도시에는 4-5만 원 정도 주면 그런대로 괜찮은 모텔을 잡을 수 있는데, 군 단위 지역이나 지방 소도시에 가면 시설은 훨씬 못한데, 값은 6-7만 원 정도 하는 곳이 적지 않다. 그리고 펜션은 웬만 하면 10만 원 가까이 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나 혼자의 여행이라면 가격 위주로 싼 곳 아무 곳이나 숙소를 잡아 하룻밤 자면 그만인데, 집사람과 여행하려니 그것도 마음대로 안된다.


영광읍은 생각보다 넓고, 또 도시다웠다. 시(市)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거리와 건물이 정비되어 있다. 숙소를 정하고 저녁을 먹으로 나오니 벌써 9시 가까이 되었다. 영광읍에는 굴비정식 집도 적을뿐더러 있더라도 대부분 9시까지 영업이라 한다. 할 수 없이 숙소 근처의 밥집을 찾아 들어갔다. 주인에게 추천할 음식을 물으니 병어회가 좋다고 한다. 메뉴 판을 보니 <덕자>가 있다. 병어보다는 <덕자>가 더 좋지만 <덕자>는 이미 다 팔리고 없다고 한다.


<덕자>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분이 많을 것이다. 영자도, 순자도, 옥자도 아닌 <덕자>는 여성 이름이 아니라 생선 이름이다. 말이 나온 김에 병어와 덕자에 대해 알아보자. 병어와 모습이 비슷한 생선으로는 <병어> 외에 <덕자>와 <덕대>가 있다. 병어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생선이며, <덕자>란 병어 가운데 큰 것을 말한다. 보통 <덕자 병어>라고 말한다. <덕대>는 모습은 병어와 비슷하지만 병어와는 다른, 병어의 사촌쯤 되는 생선이다. <덕대>의 크기는 대략 <덕자 병어>와 비슷한 정도이다. 이곳 영광에서는 생선회 가운데 <덕자회>를 최고로 친다고 하는데, 이것이 <덕자 병어>인지 아니면 <덕대>를 말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음식 값이 만만치 않다. 병어회는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작은 것이 6만 원이라 한다. 옛날 일산에서 살 때는 마두동에 있는 <강화 밴댕이>라는 식당에서 병어회를 자주 먹었는데, 그때는 3명이서 3만 원짜리를 먹으면 충분하였다. 아무리 싱싱하다고 하더라도 이건 너무 비싼 느낌이다. 그렇지만 저녁은 먹어야 하고, 어쩔 수 없다. <덕자> 회를 먹어볼 좋은 기회를 놓치고, 병어회로 저녁을 하며, 반주 한잔으로 오늘 일정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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