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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26. 2022

영화:박치기(パッチギ!)

일본인 소년과 조총련계 재일교포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청춘 드라마

재일교포는 여전히 일본에서 많은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일교토 가운데서도 조총련계 교포는 민단계 교포에 비해서도 더욱 큰 차별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조총련계 교포들은 아이들을 자신들의 학교에 보내면서 여학생의 경우 치마저고리로 된 교복을 입힘으로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있다. 


영화 <박치기>(パッチギ!)는 차별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조총련계 재일교포들의 생활과 그런 가운데 싹튼 일본인 소년과 조총련계 교포 소녀와의 풋풋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2004년에 제작되었는데, 일본 영화잡지인 키네마 순보 베스트 텐에서 1위, 마이니치(毎日) 영화 콩쿠르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이 영화에는 민단계 및 조총련계의 많은 재일교포가 참여하였는데,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일본인 배우로 채워졌다. 이 영화에서 주요 등장인물이 재일교포인 만큼 한국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일본인 배우들이 대사를 하다 보니 발음이 어눌한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이것이 오히려 재일교포의 어눌한 발음을 연상시켜 영화의 분위기를 띄우는데 한 몫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때는 1968년 일본의 교토(京都), 검정 치마와 흰 저고리 차림의 조총련계 고교의 여학생 둘이 걸어온다. 예쁘게 생긴 한 여학생을 보고 코스케(康介)는 한눈에 반한다. 코스케와 같은 고교에 다니는 불량소년들이 두 여학생을 둘러싸고는 희롱한다. 그렇지만 여학생들도 만만찮다. 불량학생들에게 조금도 지지 않고 꼬박꼬박 말대꾸를 한다. 


불량학생들이 길을 막고 여학생들을 보내주지 않고 계속 희롱하자, 예쁘게 생긴 여학생이 오던 길로 되돌아간다. 조금 있다가 여러 명의 학생들이 우르르 달려 나와 불량 학생들을 흠씬 두들겨준다. 여학생이 학교로 되돌아가 오빠에게 불량학생들이 자신들을 희롱한다고 이르자, 오빠가 친구들을 데리고 나와 이들을 혼내 준 것이다. 마치 광주학생운동을 연상시킨다. 예쁘게 생긴 여학생은 경자이고 친구들과 함께 몰려나와 불량 학생들을 두들겨 준 학생은 경자의 오빠인 안성이다. 안성은 조선인 학교의 최고 주먹이다. 


다음날 코스케가 학교에 가자, 담임선생은 어제와 같은 폭력사태가 계속되어서는 곤란하다고 하면서 조선인 고교와 친하게 지내야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일환으로 친선 축구대회를 갖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한다. 코스케는 자진해서 자신이 그 시합을 주선해보겠다고 하면서 친구인 노리오와 조선인 학교를 찾아간다. 어디를 찾아가야 할지 몰라 헤매고 있던 코스케는 교무실을 찾다가 취주악부의 음악소리에 이끌려 그곳으로 가본다. 그곳에는 자신이 한눈에 반했던 경자가 있었다. 코스케는 안성이 무섭다. 그는 경자가 안성의 누이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친선 축구대회를 갖자는 편지를 그녀에게 건네주고 안성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한다. 

일본 고교와 조선인 고교 간의 친선 축구대회가 열렸다. 그런데 친선 축구대회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게임은 험악하게 진행된다. 거친 시합이 진행되는 가운데, 실력이 월등한 조선인 고교가 일방적으로 게임을 리드한다. 그러자 일본 고교 학생들이 거친 반칙을 서슴지 않고 이에 대응하여 조선계 고교 학생들도 더욱 거칠게 나온다. 결국 축구시합은 난투극으로 끝나고, 일본 학교 선수들은 다시 흠씬 얻어맞고 학교로 돌아온다. 


이렇게 일본인 학교와 조선인 학교의 친선을 도모하자고 열린 모처럼의 친선 축구시합도 폭력으로 얼룩진채 끝난다. 그러나 경자에 대한 코스케의 마음은 점점 뜨거워지고, 경자도 그런 코스케의 마음을 알아차린다. 코스케는 이런저런 핑곗거리를 만들어 경자의 집을 찾아간다. 경자의 집은 조총련계 동포들이 사는 거리에서 조선 식당을 하고 있다. 낡은 식당이지만 가족들이 힘을 합해 식당일을 해 나간다. 


경자는 취주악부에 활동을 한다. 그녀를 포함하여 취주악부 학생들이 즐겨 연주하는 음악은 <임진강>이다. 코스케는 임진강 노래의 아름다운 선율에 반한다. 그리고 자신이 즐기는 기타로 시간이 날 때마다 임진강 노래를 연주한다. 


경자의 친척들과 이웃이 공원에서 야유회를 갖는다. 이들은 불고기를 구워 먹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 이번 행사는 안성의 환송회를 겸한 자리이다. 조선인 학교의 축구 선수인 안성은 “조국을 대표하여 축구시합에 출전하기 위해”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가려한다. 그런 그의 앞날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의미에서 이 자리를 가진 것이다. 코스케는 자신을 초대한 사람도 없지만 이 행사에 참석한다. 그리고 경자와 함께 사람들 앞에서 <임진강>을 연주한다. 그의 연주를 듣고는 경자의 친지들도 코스케에 대해 마음을 연다. 

지나가던 사람이 이 음악을 듣고 코스케에게 라디오에 출연하여 한번 연주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 사람은 라디오 방송의 PD였다. 코스케는 흔쾌히 수락한다. 경자와 함께 연주하려고 하였으나, 경자는 주위의 만류로 연주를 포기한다. 코스케가 방송국에 가서 <임진강>을 연주하려 하자 방송국의 간부가 급히 달려와 이 노래를 연주할 수 없다고 한다. 이 노래는 일본에서 금지곡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PD가 바보 같은 소리 말라며 그 간부를 내쫓은 뒤 자신이 책임지겠으니 연주를 하라고 한다. 그날 저녁의 코스케의 연주는 청취자들의 큰 인기를 얻었다. 


안성은 자신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일본 여자인 모모코와 사귀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안성이 별다른 이유 없이 모모코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자신이 곧 북송선을 탈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만, 모모코로서는 영문을 알 수 없다. 


안성의 친구인 최덕기가 코스케가 다니는 고교의 불량학생이 섞인 일본인 깡패들을 만나 심한 폭행을 당한다. 이 폭행의 후유증으로 최덕기는 사망하고 만다. 친구의 죽음에 분노한 안성은 일본인 학교 불량배들에게 도전을 선언한다. 일본인 학교와 조선인 학교 학생들은 교토의 카모가와(鴨川) 강의 양쪽에서 대치하다가 결투를 시작한다. 분노한 안성은 그의 특기인 박치기로 일본 불량배들을 닥치는 대로 쓰러트린다. 


이즈음 버스를 타고 가던 모모코의 양수가 터진다. 모모코가 임신하였던 것이다. 모모코는 병원으로 실려가며, 안성의 친구이자 간호사인 강자가 이 사실을 안성에게 알리기 위해 결투가 벌어지는 카모가와로 달려온다. 강자로부터 모모코의 입원 사실을 알게 된 안성은 싸움을 중단할 것을 선언하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모모코는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몇 년이 지나 안성은 모모코와 결혼을 하고 아버지가 되어 아기를 안고 있다. 코스케는 경자와의 만남을 계속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재일동포들의 삶은 감동적이다. 일본 사회에서 가난 속에서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이들은 조금도 기죽지 않는다. 그러면서 정체성을 지키면서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 영화의 전편에 걸쳐 <임진강> 노래가 흐른다. 이 노래는 모르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 이 노래는 북학의 공훈예술가인 박세영이 작사하였으며, 고종환이 작곡하였다. 아래 링크를 통해 보듯이 이 노래는 남북 분단의 아픔과 조국의 통일을 기원하는 노래이다. 그런데 이 노래처럼 기구한 노래도 없을 것 같다. 이 노래는 남북한 양쪽에서 금지곡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금지곡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이 노래가 북한의 노래라 하여 금지되었다. 그래서 이 노래는 우리나라에서는 들을 수 없었는데, 1990년대 이 노래가 해금되면서 당시 일본에서 활약하던 가수 김연자를 통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그 후 양희은도 이 노래를 불렀다. 북한에서는 이 노래 가사 중 남녘을 그리워한다는 내용이 문제가 되어 금지곡이 되었다. 또 일본에서는 1960년대 말 대히트를 쳤은데, 저작권 문제로 인해 조총련으로부터 항의가 있었고, 이를 빌미로 레코드 발매 금지, 나아가서는 방송금지까지 되었다. 저작권 문제라는 명분 뒤에 적성국의 노래라는 이유가 있었지 않았는가 하는 의견이 많다. 그렇지만 일본에서 이 노래가 금지곡이 되었지만, 각종 시위에서 이 노래가 많이 불려졌다. 즉, 일본의 ‘운동가요’가 되었던 것이다.  


https://youtu.be/Ea8uHQ6mygs


임진강(원곡)                    


1.

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 흘러내리고

뭇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 가니

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2.

강 건너 갈밭에선 갈새만 슬피 울고

메마른 들판에선 풀뿌리를 캐건만

협동벌 이삭 바다 물결 우에 춤추니

임진강 흐름을 가르지는 못하리라


https://youtu.be/9QAgGt-Pbso


임진강(일본어판)                    


1.

イムジン河 水清く とうとうと流る

水鳥 自由に むらがり 飛び交うよ

我が祖国 南の地 想いははるか

イムジン河 水清く とうとうと流る


1.

임진강 물은 푸르고 당당히 흐르고

물새들은 자유로이 무리 지어 날아다니네

내 조국 남쪽 땅 추억은 저 멀리

임진강 물은 푸르고 도도히 흐르네


2.

北の大地から 南の空へ

飛び行く鳥よ 自由の使者よ

誰が祖国を 二つに分けてしまったの

誰が祖国を 分けてしまったの


2.

북쪽의 대지에서 남쪽의 하늘로

날아가는 새들이여 자유의 사자여

누가 조국을 두 개로 나누어 놓았던가

누가 조국을 나누어 놓았던가


3.

イムジン河 空遠く 虹よかかっておくれ

河よ 想いを伝えておくれ

ふるさとを いつまでも忘れはしない

イムジン河 水清く とうとうと流る


3.

임진강 하늘 저 멀리 무지개여 이어주세요

강이여 추억을 전해주세요

고향은 언제라도 잊을 수 없어

임진강 물은 푸르고 도도히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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