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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27. 2022

영화: 박치기2(パッチギ LOVE AND PEACE)

재일교포 차별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른 영화

영화 <박치기2>(パッチギ! LOVE AND PEACE))는 전편의 인기를 업고 전편이 제작된 지 3년 뒤인 2007년에 제작되었다. 전편인 <박치기>에서는 재일교포 문제를 영화의 배경으로 깔기는 하였지만, 기본적으로는 일본인 소년 코스케와 조선인 소녀 경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청춘 드라마였다. 이에 비해 <박치기 2>는 재일교포 차별 문제와 일제의 조선 강점, 군국주의에 대한 반감 그리고 제주도 4. 3 학살사건 등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전편에 대해서는 비교적 좋은 평가가 많았으나, 이번의 2편에 대해서는 특히 우익 언론에서 혹평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산케이 신문(『産経新聞)은 “일본인이 전쟁 중에 얼마나 잔학하였고, 또 오늘날에 있어서도 얼마나 차별적인가를 강조하여 스스로 일본인이라는 것이 싫어지는 내용”을 가진 철저한 반일 영화라 평하였다. 또 영화평론가라는 기타가와 레이코란 여자는 “이 작품은 일방적으로 일본인에게 돌을 던질 뿐이다. 감독의 제멋대로의 생각만으로 만든 폭주 영화라 말하고 싶다.”라고 하였다. 이 외에도 여러 부정적 평가가 있지만, 이 정도 선에서 소개하기로 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악랄했던 일본 군국주의를 묘사함에 있어 오히려 너무 관대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 정도의 영화를 두고 거의 악담에 가까운 혹평을 해대는 그들의 태도가 너무나 의외였다. 가만히 생각하니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일제 강점기를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는 일본군이나 경찰이 거침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악랄하기 그지없는 인간들로 묘사한다. 그렇지만 일본으로서는 자국 군대나 경찰이므로 조국을 위해서 싸우러 나가는 군대, 또 전쟁 중에도 인도주의를 잊지 않는 군대로 묘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선입관을 가졌던 자신들의 군대가 악랄한 집단으로 묘사되었으니 동의는 못하지만, 이해는 간다. 


<박치기 2>는 <박치기>의 속편이긴 하지만 경자와 안성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제외한다면 이야기가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 출연배우도 모두 바뀌었다. 이 영화는 전작의 무대가 되었던 1969년의 교토로부터 5년이 지나 동경을 무대로 안성 일가를 중심으로 한 한국인 및 조선인들의 생활과 함께 그들의 부모세대의 모습을 겹쳐 그리고 있다. 전편이 소년 소녀의 사랑이야기라는 소프트한 주제였던데 비해 이번 영화는 “살아남아야 한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 보듯이 아주 무겁고 비장한 느낌을 준다. 


이번 영화에서는 일본 사회에서 차별 속에서 살아가는 재일교포, 특히 조총련계 동포들의 모습을 중심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주인공들이 겪는 차별을 자신의 부모 세대의 고통과 겹쳐 그리고 있다. 안성의 아버지는 제주도에서 일본군에게 강제 연행되어 남태평양의 미크로네시아에 있는 얍(Yap) 섬으로 끌려가는 도중에 목숨을 걸고 탈출하여 일본으로 돌아온다. 그 과정에서 안성의 아버지와 함께 끌려갔던 많은 친구들이 미군의 폭격과 일본군의 총에 의해 희생되었다. 안성의 아버지와 그의 친구들을 학대하고 해치는 일본군의 모습을 나는 너무 관대하고 신사적으로 묘사했다고 생각했는데, 일본인들은 그걸 보고 우리 일본군이 저렇게 악랄하고 잔인했을 리는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안성 가족은 병에 걸린 아들 창수를 치료하기 위해 교토에서 동경의 에다가와로 이사해 왔다. 안성은 어느 날 역의 홈에서 교토 시절부터 숙적이었던 콘도와 우연히 만나, 그가 이끄는 대학 응원단과 조선 고교행과의 집단 싸움에 말려든다. 그렇지만 그는 싹싹한 철도 직원 사토(佐藤)의 도움을 받는다. 사토는 그 싸움이 때문에 철도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한다. 그렇지만 사토는 안성의 가족들과 친해지며, 경자에게는 몰래 호감을 갖는다. 


경자의 가족은 곱창집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식당일을 도우던 경자에게 손님으로 온 예능 프로덕션의 관계자가 스카우트 제안을 한다. 이 일을 계기로 경자는 예능계에 들어가려고 결심한다. 경자의 당돌한 행동에 예능계 관계자들은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수없이 많은 경쟁자들 틈에 가려 그녀가 두각을 나타내기는 쉽지 않다. 그런 경자에게 선배 배우 노무라(野村)가 관심을 보이며, 경자는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점점 그에게 끌린다. 


한편 창수의 병은 점점 악화되어 담당 의사는 이제 일본에서는 아이를 살릴 방법이 없다고 선고한다. 안성은 창수를 데리고 미국에 가 치료를 받으려 한다. 그렇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그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사토와 함께 밀수를 하려 한다. 

경자는 노무라와 함께 리조트로 가서 그와 하룻밤을 보낸다. 경자는 이제 노무라와의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한다. 경자는 노무라에게 부모에게 인사를 시켜주지 않겠느냐고 말하지만, 노무라는 펄쩍 뛰며 무슨 말이냐고 대꾸한다. 그에게는 경자와 결혼할 마음이 조금도 없다. 그는 경자에게 내가 어떻게 부모에게 조선인과 결혼하겠다는 말을 하겠느냐고 반문한다. 그 길로 경자는 리조트를 뛰쳐나온다. 


안성은 밀수를 하지만 경찰의 함정수사에 의해 발각된다. 체포 위기에서 그는 극적으로 도망치며, 사토만 경찰에 체포된다. 한편 경자에게는 영화 여주인공 제의가 들어온다. 네모토(根本)라는 유명 영화감독이 전쟁영화 대작을 제작하는데 그 영화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하라는 것이다. 네모토 감독이 계획 중인 영화는 <태평양의 사무라이>라는 영화인데, 경자가 맡을 역은 가미카제 특공대로 출동하는 주인공의 연인 역이다.


안성은 경찰에 체포되었지만 끝내 자신의 범행을 발설하지 않은 사토 덕택으로 경찰로부터의 추격에서 해방된다. 그렇지만 병이 악화되어 다시 입원한 창수는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 경자가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태평양의 사무라이>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끈 가운데 촬영이 끝났다. 이제 시사회를 앞두고 있다. 그런 경자에게 창수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다. 

영화 <태평양의 사무라이>는 많은 평론가들과 관객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으며 시사회를 끝내었다. 극장 2층에는 우익들이 진을 치고 앉아 이 영화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고 있다. 감독과 배우들이 모두 무대로 나와 영화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제 여주인공인 경자 차례가 되었다. 경자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가미카제 특공대로 출격하는 연인에게 조국을 위해 영광스럽게 산화하라는 말을 건네며 자신도 조국을 위해 싸운 당신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겠다고 했다.  


경자는 그 장면을 꺼내어 자신이 비록 연기를 했지만 그 내용은 전혀 이해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경자는 예명을 사용하여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숨겨왔는데, 그녀는 자신이 실은 조선인이며, 자신의 아버지가 남태평양으로 끌려가는 도중 극적으로 탈출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아무런 의미도 없이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이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의미 없는가, 또 그러한 무의미한 전쟁에 말려들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사람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영화관 안에 난리가 났다. 2층에 있던 우익들은 난동을 부리며, 관객들도 그녀를 향해 비난을 퍼붓는다. 일본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전쟁 대작 영화에 대해 여주인공이 이렇게 아무 의미도 없는 짓이었다고 술회하니 조국에에 불타는 그들이 난리를 치는 거다. 이렇게 시사회는 엉망으로 끝나고 관객은 흩어지며, 앞으로의 이 영화의 흥행은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다만 네모토 감독과 그녀를 예능계로 이끌었고 지금도 그녀의 매니저 일을 하고 있던 프로덕션 관계자만은 그녀를 비난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다 해야지” 하면서 오히려 그녀를 북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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